'김연수'에 해당되는 글 7건
- 2008/10/15 사운드트랙이 있는 소설 <밤은 노래한다>(김연수)
- 2008/10/13 현대사의 '빠진 고리'를 채워넣는 소설가
- 2008/07/09 [동영상]김연수, 김중혁의 초중딩 시절
- 2008/07/08 김연수,김중혁의 '낯설게 웃기기'
- 2008/07/03 7월에는 어떤 작가를 만날까?
- 2008/06/13 작가들이 바라본 촛불집회 (2)
- 2008/05/14 [김연수] 나는 너무 착한 작가다
지난 13일 홍대 근처 <상상마당>에서 김연수의 신작 소설 출간기념 낭독회(북살롱)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사운드트랙>이 있는 소설을 만났다. 북살롱에서는 자연스럽게 음악이 흘러나왔고 김연수는 여섯 쪽이나 되는 단원을 뭉텅이로 낭송하는 기술을 뽐냈다. .(김연수 낭독회에서 들었던 음악이 듣고 싶은 독자들은 김연수 블로그에서 <아키라디오>를 클릭하면 된다) 독자들과 함께 한 낭독회는 시트콤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웃음'을 선사했다. 김연수는 남은 장작을 땔감으로 쓰듯 연변에서 품고 살았던 사진집과 자료집을 행운의 독자에게 선사했다. "소설이 다 끝났으니 제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서요"라는 말과 함께. 선물을 받지 못해 아쉬운 독자들은 김연수의 목소리를 군불 삼아 '밤의 노래'를 되살리려 애썼고, 나는 지금 김윤아의 '야상곡'(夜想曲, 사운드트랙 두 번째 수록곡)을 들으며 다리 잘린 여옥이(김해연의 애인)를 회상한다.
▲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예스24 북살롱에서 김연수는 신작 <밤은 노래한다>의 구절을 사운드트랙과 함께 낭독했다. 김연수는 독자와 함께 하는 낭독을 몹시 좋아한다. 낭독을 하면 시간이 잘 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1930년대가 아니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던 인물
김연수의 신작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를 들고 나는 '1930년대'라는 질문에 맞닥뜨렸다. 1930년대는 현대사에서도 잘 소개되지 않는 대목이다. 1930년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은 대륙에 대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다. 이들은 그 구실을 만들기 위해 봉천(奉天; 현 瀋陽) 외각의 류타오거우에서 스스로 만철(滿鐵) 선로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측 소행이라고 트집잡아 32년초까지 거의 만주 전역을 점령하고, 같은 해 3월 1일에는 일본의 괴뢰국가(傀儡國家)인 만주국의 성립을 선포하여 만주를 일본 침략전쟁의 병참기지로 만들었다. 괴뢰국가 수립 이후 전방(동만, 즉 간도)과 후방(조선)의 항일연합투쟁을 두려워한 일제는 '간도(間島)에서의 조선인 자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민생단'을 창설해 중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민족배타주의에 빠져 조선인을 탄압할 빌미를 제공했다. 때문에 항일 유격근거지 내에서 조선인이면 일단 민생단의 스파이라고 한번쯤 혐의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간도 전역에서 민생단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반민생단투쟁이 대대적으로 전개돼 최소 500여 명의 한국인 항일운동가들이 체포·살해되거나 도망가야 했으며, 많은 하부조직들이 마비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일제와 중국 공산당, 심지어 같은 조선인에게 공격을 받게 된 조선인들의 기막힌 사연과 그 잔인한 시간을 수진무구하고 별볼일 없는 청년 김해연이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 소설의 이야기틀이다.
김해연이라는 이름은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과 본인의 이름 김'연'수에서 따온 거라고 작가는 말했지만, '김해연'이라는 관광가이드를 통하지 않고는 이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김해연이라는 인물이 별로 맘에 내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펀지처럼 사랑에도 잘 젖고 혁명에도 잘 젖는 듯 보이지만, 반대로 두 가지 모두 제대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김연수는 "김해연이라는 인물은 바로 현대의 여러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되는 영화 <모던보이>의 이해명처럼 탄탄대로를 달리며 부르주아의 모퉁이에서 별 유감없이 살아가는 만철의 '드문' 조선인 기사로 일하며 '이정희'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정희가 사실은 중국공산당의 당원으로서 첩보활동을 하고 있는 요원이었던 것이다. '이해명'이 사랑한 '조난실'과 비슷하다. 조금 더 오래된 영화를 원한다면 <플래툰>의 크리스 신병처럼 젊은 시절의 번민을 이겨내기 위해 살점이 찢기고 나부끼는 전쟁터에서 적군보다 더 두려운 동료들의 전쟁을 견뎌야 하는 잔인한 운명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이 사람(김해연)은 '아이'고 '소년'이다. 사랑을 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세상이란 원하는 대로 돌아가 주지 않는다. 그는 '아이'의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만나며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다." 김연수의 인물평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와 우리들'이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김연수는 1930년대의 다양한 인물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공산당, 중국공산당, 국제주의자, 민족주의자, 친일파, 난봉꾼, '이상' 같은 아웃사이더 등 시대가 만들어낸 온갖 사람들이 살아가는 1930년대를 끝으로 김연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결별하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분법적 사고로 설명되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1930년대를 살아가는 '김해연'의 상황이다.
▲ 소설을 쓰는 내내 품에 안았을 것 같은 사진자료집에 손수 사인을 해서 독자에게 선물했다. 김연수의 선물을 받은 독자 3명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소설가가 애착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애착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내가 애착하는 사람은 고생고생하면서도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지도 못하고 누군가 기억해주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소설가는 이들의 인생에 묘하게 끌린다."
힘없는 약자와 기억될('기억할'이 아니라) 가치조차 없는 군상들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가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소설가의 펜끝에서 되살아난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선망의 눈빛으로 본 사람들은 '우리'가 아니다. 역사책 속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에 역사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우리들은 정체성에서 멀어지고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 틈으로 소설이 들어온다. 소설은 역사가가 쓰기 싫어하는 것을 다룬다.
서금원의 바이올린은 실명하기 전 그가 만들었던 사제폭탄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람들은 그 가락에 맞춰 혁명가요를 부르며 학교 마당을 빠져나갔다. 지난 몇 주 동안, 반민생단 투쟁을 거치면서 모든 일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들 날창 하나면 38식 보총을 가진 적군 10명쯤은 상대할 수 있다는 듯 기세가 동등했다. 박도만은 적이 찹잡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반면에 여옥이는 벌써 부녀대원 사이로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밤은 노래한다>, 256~257쪽
항일전설집에서 연길작탄(깡통에 탄약을 넣어 수류탄처럼 터지게 만든 폭탄)을 만들어 혁명에 큰 보탬이 되었다던 송원금의 화신인 서금원을 비롯해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행동들과 넘치는 자신감은 꽤나 역설적이다. 작가는 매우 공력을 많이 들인 대목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한 듯 자세히 설명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이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도 믿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그런 것(혁명 따위)을 믿었더라면 아무도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무척이나 탐이 났다는 소설의 제목 <사랑하라, 희망없이>를 예로 들었다. 소설의 결말과는 별개로 이곳이 자신이 도달한 지점이라고 김연수는 고백했다. 이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에 했지만,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쓰는 동안 도대체 자신이 이 소설을 왜 써야 하는지 몇 번이고 되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못 상투적인 고백 하나를 더 보탰다.
"제 인생의 긴 나날이 이 책에 묻어 있어서 특히나 정이 가는 책이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이라는 둔탁한 팻말을 만들어 그것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작품에 헛된 의미를 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는 '현대사'나 '현실',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리는 소설가의 관점을 부여하려 하였지만,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어린애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김연수를 읽는다면 독자인 나도 어른이 될 방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 몹시 침울하고 멍한 듯하면서도 한 곳을 분명히 주시하는 듯한 어두운 표정의 남자는 어린애에서 어른으로 가는 잔인한 여행의 길잡이 김해연이다. 김연수에 의하면 소설가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과 작가 본인의 이름 '연'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김연수는 이 소설을 집필하며 두 가지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믿는다'와'혁명'이라는 것은 쓰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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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에 '빠진 고리'(missing link)라는 용어가 있다. 그것은 유인원과 인간의 중간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생물이 있다는 가정 하에 생겨난 상상의 응고물이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했던 '고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빠진 고리'라는 별칭을 쓴 것이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있는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빠진 고리'라는 주제로 <아버지들의 아버지>(열린책들)를 쓰기도 했다.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선물했다가 한참 뒤에 철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미 흘러간 옛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에 순수-참여문학 논쟁이 있었다. 말 그대로 문학이 현실에 개입해서 모순점들을 파헤치고 싸우는 전투병 역할을 하려는 게 참여문학의 목표였다. 물론 요즘은 '참여문학'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논쟁처럼 순수문학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참여문학의 수준이 봐줄 만한 정도가 아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산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수준이 과도하게 높고 금욕주의를 완벽하게 실천해야 하는데 인간으로서 이를 감당할 리 만무하다.
가공의 작품이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고도의 완성도와 상업적 성공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바에 한해서, 세계 문학사상 현실을 멋지게 변화시킨 사례가 두 번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미국의 <엉클 톰스 케빈>(엘리자베스 비처 스토우)과 프랑스의 <파리의 노트르담>(빅토르 위고)이었다.
1852년 3월 엘리자베스 비처 스토우라는 여류작가가 쓴 <엉클 톰스 케빈> 이라는 한권의 소설이 전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예들의 비참한 상황을 쓴 이 고발소설은 비인도적이고 반인간적인 노예제도의 폐지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파리의 노트르담>(1843년) 은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당시에는 중세의 예술에 대한 관념이 매우 불완전했는데,이 때문에 사람들은 고대의 건축물을 미화, 보존한다는 핑계로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다.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서 중세 사회와 그것에 의해 창조된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관해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관념을 독자들에게 심어줌과 동시에 이를 존중해줄 것을 간청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옛 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졌고 급기야 노트르담의 성당 역시 1850년 르 뒤크(Violet le Duc)에 의해서 복원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실미도>가 흥행에 성공하자 '71년 실미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인권유린과 법률 위반 여부, 국가 책임 여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김연수의 신작 소설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를 이야기하면서 엉뚱한 작품들을 사례로 든 까닭은 이 소설 역시 현실에 한쪽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해제를 맡았으며 이 책의 배경이 된 1930년대 초반의 '민생단 사건'으로 박사논문을 쓴 한홍구는 사건에 감춰진 말 못할 사정과 상황논리, 공포와 욕망 등은 이미 역사서술의 경계를 벗어나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니까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현대사의 '빠진 고리'를 채워넣는 기능을 한다. 작가가 의도했든지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때부터 김연수를 읽기 시작했는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역시 1991년 여름 이른바 '5월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의 분열된 시선으로 역사적 기록의 틈새에 박힌 개인의 진실을 파고들었다. 김연수의 소설이 여타 다른 소설처럼 기발하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으면서 마니아의 층을 두껍게 하고 있는 이유다.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다'라는 상투적인 언어로 역사서술의 한계를 표현하듯이 역사 서술은 주관과 이해관계라는 웅숭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고 '기득권'이라는 소유자가 엄격하게 있기 마련이지만, 소설은 '형식'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이런 훼방꾼들이 차단된다는 점에서 현실을 노래하기에 적당한 언어다. 단, 노래를 하는 작가는 형식의 높은 장벽 위에 이미 올라설 만큼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김연수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몹시 민망하지만, 김연수의 신작은 최소한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혹은 착각)을 주기 충분한 몇몇 군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ㅣ문학과지성사(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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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뭘 내놓을래?"
순수한 소년 김연수는 그때 비로소 '거래의 세계'를 깨달았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는구나.
김중혁은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나?
김연수 : 문태준만 안 맞고(전교 1등) 김중혁은 매맞는 기타등등이었다.
김중혁 :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 중혁이만큼만 해라"
과연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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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프로야구를 무척 좋아했다. 당연히 나는 연고지인 '삼성 라이온즈'를 좋아했는데 김중혁씨는 다른 팀을 좋아했다. (롯데 자이언츠)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기록일지를 정리할 정도였다. 그런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루를 빼먹은 거다. 수소문을 했는데 6반에 '김중혁'이란 애가 프로야구 기록일지를 쓴다는 소문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빌려달라고 했더니, 대뜸 '너는 뭘 내놓을 테냐'란다. 순수했던 마음이 '거래'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순간이었다. 그때가 김중혁과의 첫만남이다."
한겨레 북섹션의 최재봉 기자, 김연수, 김중혁 작가(왼쪽부터)가 홍대 카페 <창밖을 봐..>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하니누리의 북살롱이 마련한 자리였다.
웃음의 신기술 '낯설게 웃기기'
망중한이라고 해야 하나? 촛불집회가 한창 달아오를 때 나는 두 번 도망쳤다. 한번은 일본여행으로 그리고 한번은 김중혁과 김연수의 이야기판으로. 한겨레 프리미엄 서비스인 하니누리의 하니북살롱에서는 매달 신간을 낸 작가 중 주목할 만한 작가를 초대하는데, 공교롭게도 26년 지기이자 김천 패거리(김연수, 김중혁, 문태준)의 일원인 김연수와 김중혁이 신간을 출간했다. 하여 7월7일 저녁 7시 30분 홍대 부근의 카페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이하 '창밖을 봐') 3층의 야외무대에서 40여 명의 독자들과 만났는데, 본의 아니게 '외나무다리'가 돼 버렸다. 한겨레 북 섹션의 최재봉 기자가 사회를 보았다.
대놓고 웃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대놓고 웃게 된다. 그 신비한 마력이 어디에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청중들이 떠들석하게 웃을 때는 그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비트는 순간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를테면 김중혁 작가는 "김연수 작가의 새 산문집을 잘 봤다. 첫 부분만 좀 읽어 봤는데 전부터 느낀 거지만 나는 김연수 소설이 더 좋더라. 왠지 글을 읽게 하는 힘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제 소설은 읽게 하는 힘이 강하다"라고 비틀었다. 바로 복수가 들어간다. "나는 지금까지 10권을 책을 냈는데, 김중혁은 달랑 소설책 2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중혁이 원체 게으르기 때문이다. 오늘 웬일인지 소설 한편을 탈고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누군가 악의 없이 나를 비틀고 풍자하고 조롱하는 기분이 어떨까? 그것은 본인만 알겠지만, 구경하는 독자는 즐겁다. 이것은 분명 의도된 웃기기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담'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좀 약하고, '개그'라고 하기에는 천박하다. 이 신기술의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데, 나는 '낯설게 웃기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문학용어에 '낯설게 하기'라는 것이 있는데 러시아의 쉬클로프스키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창안했다. 그는 "문학을 문학답게 하고 다른 학문 영역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특징을 '문학성'이라고 할 때, 문학성은 문학이 사용하는 언어적 특질에 달려 있으며, 그 특질은 '낯설게 하기'에 의해 특징지어진다"고 했다. 한마디로 문학적 언어는 뭔가 다르다는 것이다.
김연수의 특기가 '어눌하게 웃기기'라면, 김중혁은 '예측불허 웃기기'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작가의 독특한 웃음 성분이 조합될 때 '낯설게 웃기기'는 완성된다.
동갑내기이면서 26년 인연을 이어온 친구 작가 김연수와 김중혁. 김연수 작가에 따르면 오랫동안 원만한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만나면 문학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한다.
전지에 시를 채워넣고 기차에서는 '시 화형식'
최재봉 기자의 소개에 따르면 김중혁 소설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은 사운드, 소리를 변주한 이야기로 경쾌하게 울림이 있다면, 김연수 산문 <여행할 권리>(창비)는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권투로 따지면 김중혁은 잽을 주무기로 쓰는 아웃파이터라면 김연수는 훅을 중심으로 때리는 인파이터다. 죽기살기로 싸우자면야 인파이터가 유리하겠지만, 스파링에 가까운 간담회 자리에서는 김중혁이 유리하지 않나 싶었다.
"김연수는 어린 시절 기억을 팔아먹어서 상을 받았잖아요. 저는 기억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쓰지 못해 아쉬워요."
"김연수에 비해서 작품 수도 별로 안 되고 상도 많이 못 타서 셈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김연수의 그늘에 있는 게 포근해요."
"오늘 분위기가 다운되었으면 김연수의 비밀 몇 개를 터뜨릴 생각이었는데, 폭탄을 터뜨리지 않게 돼서 안심입니다."
뭐 이런 잽들을 쉴새없이 던져서 김연수 작가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마치 동화나 만화에 나올 듯한 두 사람의 경험담이었다. 하루는 문방구에서 커다란 전지를 사놓고 방에 펼쳐놓았다. 한 사람이 '나무'라고 하면 서로 나무에 대한 시를 써내려가고, '물' 하면 물에 대한 시를 써내려간다. 전지를 다 채워넣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많이 썼다. 이것이 스무 살의 기억이다.
기차에서 시를 태운, 아니 '화형'시킨 사건은 더 흥미롭다.
김연수 작가에 의하면 당시 무궁화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는데, 주머니든 여행가방이든 어디를 뒤져도 서로의 자작시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은 김중혁 작가가 몹시 흥분하더니 이것은 시가 아니니 태워버리자고 제안했다. 당장 '시 화형식'이 시작됐다. 그때 기차에서 시를 한참 태웠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중혁 소설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은 사운드, 소리를 변주한 이야기로 경쾌하게 울림이 있다면, 김연수 산문 <여행할 권리>(창비)는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작가도 보통사람이구나
작가는 직업이다. 직업 중에서도 다소 희소하다 보니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아예 환상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작가를 직접 만나 좋은 것은 환상이 하나씩 줄어들고, 그 자리에 보통 사람이 끼어드는 것이다. 근거 없는 환상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북살롱에서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 주워들은 인상을 남겨 둔다.
김연수 작가가 <여행할 권리>를 쓰게 된 것은 <한국문학>이라는 잡지에서 4회 가량의 산문 연재 청탁을 받은 것에서 비롯된다. 당시 연재소설을 쓰게 됐는데, 사실 연재소설을 쓰다 보면 연재산문은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마감 전날에 전화를 받는데, 그 날도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어서 집을 나서려고 할 때 내일이 마감이라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주머니에 만져지던 '훈츈 사람 이춘대 씨'의 이야기를 3시간 만에 써서 보냈다. 4회를 다 마감했는데, 다음 회차에 또 마감 전날 독촉 전화가 온다. 거절 타이밍이란 게 있는데, 원고를 발송하고 책이 나올 즈음 말을 해둬야 독촉전화가 안 온다. 그런데 항상 까먹다 보니 미련하게 계속 쓰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타이밍도 있다. 대개 독촉전화가 오는 날은 계간지를 마감하고 5일 정도 간격을 두어서다. 게간지를 막 탈고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5일 정도 지나면 슬슬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이때 독촉전화가 오는 것이다. 웬만하면 산문은 잘 내지 않는 편인데,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어서 이번 기회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그는 출간의 변을 밝혔다.
김중혁 작가는 최재봉 기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하나 받았다. 신간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유난히 따뜻하고 휴머니즘 냄새가 나는 작품이 바로 <엇박자D>이며 김유정 문학상의 수상작품이 되기도 했는데, 솔직히 다른 작품에 비해서 좀 튄다 싶지 않은가 하고 물었다. 김중혁 작가의 대답이 가관이다. "엇박자D는 작품집의 맨 마지막에 수록됐는데, 솔직히 아침에 급하게 써내느라 다소 '교훈적'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고백했다.
김연수와 김중혁의 공통적인 불만은 '진정한 악당'을 좀처럼 그려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김연수 작가는 작년 10월 29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출간하고 마련한 독자와의 대화에서 "강시우를 몹쓸 녀석으로 그릴 생각이었는데, 결국 그 녀석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쁜 인물이 되지 못했다. 그 점이 몹시 아쉽다. 그런 점에서는 프로소설가가 아니라 아마추어 소설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중혁 작가 역시 소설이 너무 착하다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다. 이번에 첫 장편으로 좀비가 나오는 작품을 쓰고 있다고 밝혔는데(300쪽이 흘러가는 동안 아직 좀비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는 좀더 지독하고 악랄한 세계, 최대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인물들을 창조해내겠다고 공언했다. 내친 김에 '악인'을 창조하는 팁을 하나 전수해달라고 물었다. 김중혁 작가는 함께 잘 그려나가자고 제안하면서 "착하고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양식이 있는데, 그 양식을 좀더 세게 설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조언했다.
두 작가는 그날이 서로의 인연 중에서 가장 진지하게 문학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수 작가는 서로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지 26년째 되었는데, 이렇게 길게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술자리에서 전혀 문학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학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시시껄렁한 신변잡기나 잡담, 흰소리를 늘어놓으며 질펀하게 논다는 말 아닌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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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데스크 관리자


태터데스크 메시지
요즘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하지만 행사 정보는 주최측에 의해 홍보될 뿐 한 자리에 모아놓은 정보는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책 정보를 한 자리에 모으고자 예스24나 북데일리 등을 참고했고, 인문사회과학출판협의회(이하 '인사회')와 청소년출판협의회(이하 청출협') 등 출판인협회와 개별 출판사에 정보를 요청해 이를 종합했다 - 기자주
7월은 여행의 달..유럽, 인도, 몽골 취향대로 떠나자
7~8월은 휴가 시즌이어서 그런지 여행에 관한 다양한 행사가 많이 준비돼 있다. 7월 18일에만 두 개의 여행책 행사가 열린다. 유럽, 인도, 몽골 중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와 생각의나무, 영풍문고가 공동주최하는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의 저자 정진국 씨의 강연회 "나의 유럽 책마을 답사기"가 7월 18일 오후 7시(사인회는 오후 5시) 영풍문고 종로점 갤러리에서 열린다. 저자가 책 후기에 "내 이야기는 독서와 필자와 독자 이야기도 되지만,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어떤 식으로든 책과 더불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라고 밝혔듯 유럽의 책마을은 사실 우리 미래의 책마을을 위한 여행이다. 세 가지 테마로 강연이 진행되는데 유럽 여행객을 위한 "기억에 오래 남을 유럽여행을 위해"와 책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도 든실한 책마을 공동체를 가꿀 수 있다" 유럽의 책마을을 카메라에 담은 뒷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유럽의 책마을 순례기"이다. 특히 영풍문고 시사회 추첨, 후기 공모 등을 통해 오페라 카르멘 등 세종문화회관 공연티켓과 영화 시사회권 60여장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닐 생각의 나무와 리더스가이드에서 푸짐한 상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신청자는 리더스가이드 사이트(www.readersguide.co.kr)에서 댓글로 신청하거나 운영자 메일(dajak97@hanmail.net)로 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는 학자, 저널리스트 영화평론가, 여성운동가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의기를 투합해 지난 199
7년 5월 창간한 매체인 이프(IF)는 7월 18일 저녁 7시 대학로 이프 사무실 내 북카페에서 <인도, 휘청겨려도 눈부시다>의 저자인 30대 젊은 작가 자야의 인도여행 순례 이야기를 준비했다. 저자는 인도로 여행해 요가학교에서 수행하고 여행을 통해 발견한 삶의 성찰을 독자들과 나누며 "무엇이 요가의 길로, 인도의 여행으로 이끌었는지"를 밝힐 예정이다. 신청은 사이트(www.onlineif.com) 자유게시판에서 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5,000원이나 개인블로그나 온라인서점에 남긴 리뷰를 복사해 자유게시판에 올리면 1인2매권이 무료로 제공된다. 특히 참가자에 한해 이프 단행본을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며, 추첨을 통해 여성경험총서 5권을 증정한다고 이프 측은 밝혔다.
28일에는 몽골 이야기가 펼쳐진다. 온라인 책뉴스 '북데일리'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 대학로 이음책방에서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이른아침. 2008) 출판기념회가 열리는데, 이날 행사에는 집필에 참여한 작가 6명(사진가 윤광준, 강제욱, 권태균, 석재현, 이상엽, 진아라)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는 지난해 출간된 <윈난, 고원에서 보내는 편지>에 이은 ‘~보내는 편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몽골 대초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본이 불러온 변화, 몽골 사람들의 삶을 전한다. 부대 행사로는 서점 내 설치된 오디오로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 연주 감상 시간과 사인회를 가질 계획이다.
작가의 만남, 과학자와의 만남
경북 김천 출신의 젊은 작가 두 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 작가는 일찌감치 문단의 호평을 받아 자리를 굳혔고, 다른 작가는 최근 뒤늦은 찬사를 얻고 있다. 김연수와 김중혁이다. 서로 추구하는 문학세계는 다르지만 둘은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한겨레, 책을 말하다'는 매달 1권의 우수 도서를 선정하여 홍대에 위치한 카페 <창 밖을 봐...>에서 저자와 독자를 초대해 책과 삶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며 최재봉 기자와 고명섭 기자가 격월로 진행한다. 이번에는 최재봉 기자가 당번이다.
7월 7일(월) 저녁 7시 30분에 카페 <창 밖을 봐...>에서 열리며 한겨레신문사와 (주)쥬스컴퍼니, 문학동네, 창비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풀로엮은집이 후원한다. 한겨레 프리미엄 서비스인 하니누리(http://nuri.hani.co.kr/)를 통해 매달 신청할 수 있고 추첨을 통해서 '손님'을 뽑는다. .jpg)
7월 12일(토)에는 과학자를 만날 수 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로 유명한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 교수인 정재승 박사는 새 책 <있다면? 없다면?>을 출간한 기념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갖는다고 한다. "과학적 상상력 VS 만화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과학적 상상력을 재미나게 풀어낼 예정이다. 주말이라는 강점을 살려 가족이 함께 가볼만한 행사다. 토즈(www.toz.co.kr) 대학로점에서 오전11시에 열리며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도서출판 푸른숲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신청은 알라딘 사이트나 푸른숲 카페((http://prunsoop.co.kr/cafe)를 통해 할 수 있고 7월 10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책 쓴 연예인을 만난다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저마다 자신의 너른 마당발과 '오지랖'을 이용해 삶의 잔잔한 이야기나 자기계발 비법을 알려준다. 주지하다시피 박경림은 연예계의 마당발이다. <박경림의 사람>는 그가 방송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비밀을 알려주는 에세이집이다. 예스24와 롯데시네마는 <아름다운 책 人터뷰>라는 이름으로 매월 작가와의 만남을 갖고 있다. 7월 15일(화) 7월의 작가로 뽑힌 박경림을 초대한다.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에서 약 2시간(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동안 펜,독자들과 만난다. 신청마감은 7월 10일이며 당첨자 발표는 7월 11일 예스24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다. .jpg)
특이한 발음에 다소 푼수끼까지 느껴지는 연예인 현영의 실제 캐릭터는? 믿기지 않겠지만 쇼핑보다 재테크를 더 좋아하고, 단돈 천원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그녀는 그야말로 생활력의 달인이다. 적금, 펀드, 보험,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전분야에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공부해가며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뽐내온 그녀는 급기야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라는 책을 출간했다.
예스24와 KT&G 상상마당이 매월 1명씩 문화계 인사를 선정해 진행하는 '북살롱'의 이번 달 주인공은 현영이다. 7월 3일까지 신청마감하는데 15명(1인 2매) 선정에 벌써 170명의 신청자가 몰려 서둘러야 한다. 7월 7일 월요일 저녁 7시 홍대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6층 카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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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특한 자기세계를 현실세계에 투사하여 거기서 나오는 빛을 독자들에게 비춰주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동일한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아고라에서 한 블로거는 "물리력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보여준 거리의 상상력으로 촛불과 함께 한껏 타올랐던 분노를 눅여두는 것도 좋겠다. 더욱 높고 크게 타올라야 하므로... 작가군은 편의상 두 개로 구분했다. 촛불문화제 거리를 누비며 르포를 매체에 송고한 '현장파'와 현장은 아니지만 촛불문화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 '관전파'이다. 그들이 언급한 내용에 따라 재구성했다. - 블로거 주
<현장파 작가들>

이문재 시인은 6월5일 72시간 릴레이 집회를 체험하고 <시사IN> 제39호에 르포를 게재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키워드로 집회를 해석하였다.

소설가 김연수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빚어지던 5월31일 현장에서 본 것을 한겨레신문 6월2일자에 게재하였다. 그날의 따뜻한 햇살과 물대포의 차가운 공포가 교착된 문체가 어지러웠지만, 5월의 햇살은 끝났다는 의미심장한 상징으로 6월의 전운을 암시했다.

신현림 시인은 5월29일 밤 종로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군중들 속에서 본 것을 6월2일자 경향신문에 게재했다. 인간적이고 살갑고 질박한 생명의 온기를 느꼈다고 기록했다.


소설가 방현석(왼쪽)과 김남일(오른쪽)은 6월 9일부터 경향신문에 <한국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에 각각 현장르포를 기고했다. 방현석은 '상상력', 김남일은 '동지'로 촛불집회를 바라봤다.
<관전파 작가들>

이문열이 돌아왔다. 진나라 멸망 이후 유방과 항우의 결전을 다룬 '초한지'(민음사) 완간에 맞춰 귀국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의 본질은 위대하나 한편으로는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말했다. 기사는 연합뉴스를 참조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예술과 이명박 정부에 주목했는데, 예술이 진보에 기여할 때라고 주장했으며, 촛불집회를 색깔론과 배후조종설 따위로 가리려는 이명박 정부와 친 이명박 인사들을 묶어 콘크리안(뇌가 콘크리트화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6월 3일 한겨레와 프레시안에 기사가 실렸다.

김지하 시인은 6월 10일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복잡다단한 현실과 속도감과 집단지성으로 무장한 네티즌에 대해서 너무 단순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인류의 민주주의 방향을 고민하는 신인류라고 찬사를 보냈다.
현장에서 종이의 뜰채로 갓 건져올린 낱말들
촛불집회의 5월과 6월은 온도 정도가 아니라 공기 자체가 다르다. 5월 31일 강경진압을 전후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와 진을 차렸고 변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에서 시민으로 주체가 바뀐 것도 그 시점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때 아닌 초여름에 야누아리우스(Januarius : 야누스 신의 달)와 조우했다. 5월의 오후에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소풍 같은 집회를 즐기는 모습에서 느껴지던 따뜻함은 살수포로 급랭하였고, 김연수는 극적인 반전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를 구출해준 것은 진압경찰에 맞서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비폭력을 유지했던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6월의 대단원을 예고하였다. 안도와 혼란이 뒤섞인 어지러운 문장 안에는 송곳같은 전운(戰雲)이 감춰져 있었다.
신현림 시인은 다른 의미의 따뜻함을 소회했다. 그것은 질박하고 살가운 생명의 내음이었다. 시인에게 생명이란 질척거리는 성질이다. 온갖 모순과 욕망이 뒤섞여 있으면서 경이롭고 위대한 성질이 빛나는 것이 인간 생명체다. 그는 "세상 끝에 서 있는 절망감과 생생히 살아있다는 존재감 사이에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행렬. 이렇게 모두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생명은 15년 전 보길도에서 서럽게 울었던 누렁소로 옮겨간다. 고깃덩어리가 아니라 생명덩어리인 소. 광우병 이후로 많은 소들이 태워졌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장작을 태우는 것과 소를 태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그러면서 마지막 사자후를 내뱉는다. "소가 미치면 사람도 미치는 거야, 나무가 죽으면 산이 죽고, 물고기가 죽으면 바다가 죽는 거야, 라고! 연기 같은 탄식을 던지면서..."
오랫동안 '생명'을 화두로 삼았던 김지하는 촛불시위의 운동방향을 '생명을 섬기는 문화혁신'으로 규정했다. 한국문화 전체가 '생명'과 '평화'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문재 시인은 이 생명이 머무를 수 있는 토대, 즉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에게 공간은 권력과 규제의 상징인 아스팔트였으며, 시간은 10대 여학생의 빼앗긴 미래로 대변된다. 법과 질서로 압축된 공적 공간이며 보행자에게 금지된 장소인 거리는 축제의 광장으로 역전된다. 기성의 경계가 완벽히 허물어지고 대신 그 자리에 사람과 사람이 몸을 맞대고 행진하는 축제의 장이 생긴 것이다. 시간은 10대 소녀가 번쩍 들어올린 피켓에 모두 담겨 있었다. "대학에 가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꿈을 이루고 싶다" 자신들의 미래가 대통령, 정치인, 기성세대에 의해 강탈당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성이다. 비단 소녀뿐이랴. 대한민국인의 미래는 불안이라는 짙은 구름에 갇혀 있고, 2단 짜리 컨테이너 장벽에 막혀 있는 상태다. 그는 촘스키를 인용할 뿐이었다. "당신이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당신은 정말 변화가 없는 현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소설가 김남일에게는 8~90년대와 2008년에 새로 만난 동지들이 서로 교차됐다. "저토록 해맑고 예쁜 여중생 동지들, 어디에서 저토록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그는 자신의 동지들을 소개한다. 학원 빼먹고 PC방 갔다가 거리로 나온 여중생 동지, '뇌'에 아직 세상이라는 '개념'이 형성조차 되지 않은 유모차 동지들과 함께 행진하는 것이 황황하기 그지없지만 낯설지는 않다. 그가 믿고 의지할, 그리고 소중한 것을 함께 지켜나갈 동지들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방현석은 촛불집회에서 두 개의 상상력이 충돌하는 것을 목격했다. 컨테이너로 대변되는 70년대의 상상력과 소통와 속도로 무장한 2008년의 상상력이다. 2008년의 상상력은 컨테이너를 넘지 못했다가 아니라 넘지 않았다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넘을 필요가 없다.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신인류의 상상력이다.
촛불의 원 밖에서 펼쳐진 올드보이의 리턴매치
그에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촛불보다 차가웠다" 불이라는 것이 뜨거움을 상징하므로 '차갑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용어반복일 수 있다. 완간 서적에 대한 홍보의 자리이기도 했고, 원체 이 문제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려 했다. 그래서 진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촛불을 양면적으로 해석했다. '위대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는 "촛불보다 차가웠다"는 말보다 묘한 풍경이 느껴진다. 포퓰리즘이 위대할 건 또 뭔가? 분노의 힘을 초농축하여 광장에 집결했으니 그 자체는 위대하지만, 그것이 습관병이 될 것이 끔찍하다는 말일까? 이런 댓글 하나 달고 가는 게 좋을 듯하다. "위대한 힘은 끔찍하게 변할 수 없다"
이외수 작가는 다혈질인가 보다. 이명박 정부에 화가 많이 났다. 심지어 "아가리가 백 개라도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무식한 것은 무식한 것"이라며 "이제 그만 닥치시라"고까지 했다. 그보다는 촛불집회에 관한 그의 인상을 스케치해두는 게 좋겠다. '진흙 속 저 연꽃 곱기도 하지'라는 시어로 인상을 대신 전했다. 스스로 양심을 간직한 맑은 연꽃이다. 국민들이 경제라는 환각에 한 동안 취해 있었지만, 이제는 양심과 도덕을 다시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이명박 정부의 저열함이 너무 심각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것을 꼭 알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지하의 칼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다음으로 교양이 없는 대통령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 씨는 대통령 시절 어느 행사에 가서 방명록에 이런 말은 남겼다. "自身感!" 사전에 없는 말이다. 아마 "自信感"을 쓰려다가 잘못 쓴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필에 수많은 오탈자를 남기기로 유명했다. 김지하가 이런 사연을 알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수적인 데다가 철학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고, 학문적으로 모자란 어중이떠중이에다가 결정적으로 당면 문제를 풀어갈 도덕성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 혹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권력이 시민들을 제압한 듯하지만, 이것은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촛불시위 참여자들은 사위에서 나타난 문화적 폭발을 통해 잠재된 문제의식을 깨달으며 매일매일 성숙해지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이명박 정부는 벌써 30년 전으로 되돌아가버렸다는 것이다. 갑자기 도스또옙스끼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몰락한 귀족 출신인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와 말단 공무원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의 문화적 간극.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바르바라에게는 애초부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마까르에게는 순정이라도 있었지.
이명박 대통령이여. 우리 벌써 100일 됐다. 헤어지면 안 되겠니~ 너무 수준차이나서 못살겠다!!
★ 작가들의 기사 출처(링크)
[시사IN 39호] 이문재, 세종로 한복판 ‘강한 민주주의’의 불씨를 보았다
[한겨레] 김연수, 물대포에 찢겨진 5월 마지막 ‘햇살’
[경향신문] 신현림, “오죽했으면 이 깊은 밤에 애 둘러업고 나왔을까”
[경향신문] [한국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1)김남일
[한국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2)방현석
[연합뉴스] 이문열 "촛불집회는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
[한겨레] 이외수, “낚시 달인? 배스와 쏘가리 구분도 못해”
[프레시안] 이외수 "빌어먹을 배후설, 아직도 '콘크리안' 많아"
[서울신문] 김지하, “촛불시위는 4·19와 마찬가지”
[경향신문] 김지하 시인, 생명 섬기는 문화혁신 설득아닌 토론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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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연수씨의 강연 ‘소설 쓰는 이야기와 소설가로 사는 방법’ 방청기
패배한 열망과, 찢겨진 오시리스의 살갗이 재생한 작가 김연수

<김연수 신작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생활을 낱낱이 저격당한 소설가 지망생의 푸념과 문예과 수시에 합격하고 축사를 기대하는 고3수험생의 메시지, 문예창작과에서 습작하는 친구들의 열망과 소소한 호기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9일 혜화동에 있는 극단 연우소극장에서는 예스24와 문학동네가 공동기획한 소설가 김연수씨의 강연 ‘소설 쓰는 이야기와 소설가로 사는 방법’을 듣기 위해 4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김연수씨에 의하면 20대에는 열망이란 열망은 온갖 총집합한 나날이었으며 패배를 거듭한 끝에 빅뱅이 일어난 자리에서 작가 김연수가 태어났다고 했다. 열망의 화법이 귀에 들어온다. 철저히 파괴된 열망일수록 응어리는 단단해진다. 이집트의 오래된 신 오시리스처럼 낱낱이 찢겨진 열망의 부분들이 회생하여 인생의 새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29일 혜화동 연우소극장 40여 명의 독자들이 독자와 가까운 거리에 앉아서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우문현답과 현문우답
김연수 작가가 이번에 새로 건립한 왕국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홍보를 위한 자리인 만큼 그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소극장이라 무대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작가는 배우처럼 많은 '즉흥극'을 보여주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대담에서는 '우문현답'과 '현문우답'을 구분할 수 없는 문답이 오갔다.
독자1 : 소설의 무목적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의미를 담으려 하는데 교수님은 도대체 의미가 뭐냐고 하신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작가 : 교수에게 소설을 보여주고 대답을 기대하지 마라. 차라리 친한 친구에게 보여줘라. 그런데 그 친구도 별로 해줄 말이 없을 것이다. 그냥 좋은 대로 살아야지 별 수 있겠나?
독자2 : 작중인물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 무지 쌈빡하고 성깔 있다. 상황논리에 짓눌렸으면서도 벗어나려고 악다구니를 치는데, 혹시 작가한테도 덤벼드는 거 아닌가?
작가 : 나는 인물들과 싸우기보다는 스스로와 자주 싸우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도 그린 인물이 맘에 들지 않아 나와 많이 다퉜다.
독자3 : 라디오PD 지망생이다. 요즘 소설가, 시인들이 라디오나 방송을 많이 하더라. 목소리가 좋은데 나중에 나와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 같이 해볼 생각 없나?
작가 : (손을 전화기 모양으로 하고 귀에다 대고) 나중에 연락 해라. 꼭 듣고 싶었던 FM이 있었는데 김천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서울의 펜팔 친구가 TV 안테나를 높은 데다 걸어보라고 하더라. 새벽 두 시인데 음파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어서 밤새 360도 돌리다가 지쳐서 옥상에서 쓰러졌다. 별이 참 밝더라.
이런 식이다. 소극장에서 그것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마이크도 없이 작가와 독자들은 시덥잖은 이야기에서부터 진솔한 이야기, 섬뜩한 이야기를 매우 극적으로 즐겼다. 하루는 유치원 정도밖에 안 된 딸내미가 자기 소설에서 가장 야한, 그러니까 베드신이 나오는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있길래 뺏아들었는데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그 부분'을 확 접더란다. 소설의 원 제목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인데 딸이 제목을 이렇게 하면 소설이 잘 나가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모기인 동시에 하마인’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겠냐며 진지하게 제안해 왔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소설의 제목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그러면서도 김연수다운 성찰이 묻어 있는 강연의 내용을 요약한다.
<김연수 작가가 그의 신작('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들고 집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러니까 유배기간에 첫문장을 발굴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청탁이 들어오면 주로 쓰는 편이다. 특별히 써보겠다고 마음을 따로 먹지는 않는 편이다.
막연히 생각나는 것은 '버려진 상태'에 대해서이다. 누군가는 버려져서 어떤 곳에 허름하게 놓여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공교롭게도 독일 대사관에서 한국 작가를 대상으로 독일 문화 체험 비슷한 사업을 하는데, 나에게 전화가 왔다. 독일 시골로 가서 3개월 살다 오라는 것이다. 무턱대고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대사관에 갔더니 수표 500만원 어치의 유로화를 주면서 생활을 하고 주소와 연락처를 주었다. 밤베르크였다.
17세기 대저택에 무지 넓은 집이었다. 정원, 분수, 조각상, 싱글침대. 천정은 어찌나 높은지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는 일이란 아침 먹고 설거지, 점심 먹고 설거지, 저녁 먹고 설거지였다. 그러다가 문득 누워서 생각했다.
17세기에 지어진 집이라면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그 중에서 한두명은 자살도 했을 것이고, 배신당하기도 하고 도망도 쳤을 것이다.
온갖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온갖 생각이 밀려왔다.
사람들이 찾아왔다. 독일어를 모르는 관계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치겠더라. 자기네들끼리 한참 웃다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알아듣기만 했다면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뭘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쓸 이유가 생긴 것이다.
라운지 소설(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을 생각했다. 즉 이 이야기 쓰고, 저 이야기 듣고 하는 거다. 처음부터 의도는 이야기를 있는 대로 털어내보자는 거였다.
쓰다 보면서 고민한 것은 어떻게 이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장편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숭고한 경외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포만감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감화 있지 않은가. 소설에서 장편의 장치가 필요했다.
심심해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미술관에 찾아갔다. 원래 무엇이든 처음부터 살피는 성격이라 처음 부분에 너무 공력을 많이 들였나 보다. 얼마 못가 지쳐서 소파에 길게 누워버렸다.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맞은편에 가판대가 눈에 띄었다. 그보다 '가판대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나를 자극시키는 그 무언가는 '누드사진'이었다. 옛날에 아버지가 보던 설악산 입체사진이 기억이 나는데 그거랑 비슷했다. 그 사진이 마음을 계속 끌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한 것이 내 성격이다. 좀 설렁설렁한 편이어서, 이 사람 이야기도 옳아 보이고, 저 사람 이야기도 옳아 보인다. 이것을 한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 사진을 보고 당시의 고민이 '드디어' 해결됐다. 입체사진을 보는 순간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서로 합쳐야만 진실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소도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것이 나의 첫 문장이 되었다.
“처음에 나는 그 사진이 남양(南洋) 군도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카우치 위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세상을 향해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담긴, 가장자리가 불에 그슬린 사진이었다.”(예의 맨 처음 문장)
참고로 말하자면 이것은 후일담 소설이 전혀 아니다. 개인적 경험이 전혀 없다. 특히 백병원에서 기식한 적은 절대 없다. (웃음, 본문 제17장(131~140쪽 참조))
<김연수 작가가 자신의 신작 소설 중 일부를 낭독하고 있다 >
나의 소설속의 인물들은 절대고립에서 환상을 찾아 기어나왔다
94년도 등단작품은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이다. 신작을 쓸 당시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돌아간다’라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며 지금 이 순간에서 그 당시를 회상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시점, 이런 사람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므로 현재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때의 시점에서 그런 시선은 갖기가 어려웠다. 프락치 교육 같은 것이 특히 그렇다.
이 소설의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존재의 고립된 순간에 대한 체험이다. 성인들은 그때 순간을 본다. 그때 모든 변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마귀를 보았고, 부처님은 마구미를 보았다. 다들 환상을 많이 보고 세상으로 되돌아온다. 모든 사람들이 사실 그런 순간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전적으로 고립된 후의 세상을 맞닥뜨렸을 대 그때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가 하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세상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경험을 한 사람에 대해서만 써보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런 종류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두 개의 사진, 아니 두 개의 포개진 사진
이 소설은 두 개의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①입체 누드 사진, ②노을 사진
강시우 프락치가 탈출해서 죽으려 했을 때 노을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죽으려 하는데, 노을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가?”
소설은 두 개의 사진을 놓고 시작한다.
단순히 인물도 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다.
그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 수 있지만 저 사람도 역시 나처럼 즐거운 순간이 있을 거고 그런 관점을 살려서 소설을 썼다.
회고담 듣는 게 나는 제일 좋다. 그들은 지금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결국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나아진다. 그게 이야기의 효능이다.
<강연회가 끝난 후 즉석 사인회를 가졌다>
[작가 인터뷰]프로소설가라고? 나는 너무 착한 소설가이다, 그게 싫다.
소설 쓸 때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 갈팡질팡할 때는 재능이라는 말을 믿는데, 재능을 확인해보려 하는 확인욕이 나에게도 있었다.
당시 직장은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어서 6시에 퇴근을 하고 11월에는 5시에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하면 7~8시가 되는데, 그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1시까지 자고, 일어나 2시까지 소설을 썼다.
내가 자발적으로 쓴 소설은 단 두 작품이다.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였다.
청탁없이 쓴 소설이다.
규칙적으로 계속 글을 쓰는데, 쓸쓸했다. 귀신이 나타나 잡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귀신 환상을 경험한 적도 있었다.
3시간에 15매 정도 쓰면 아무 문제가 없이 너무 해피했다. 15매 프린트하고 다음날 야외 벤치에 앉아서 1시간 동안 계속 고친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타이핑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줄 안다. 계속 고치면 20매로 불어난다. 나의 행복도 불어난다.
중요한 것은 계속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상을 받거나 독자들이 많이 읽어주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독자들이야 이해하든 말든, 30대 초반에는 건방지게 많이 썼다. 나도 사전 찾아가면서 썼는데, 독자들도 사전 찾아가면서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소설의 인물들과 다툰 적이 있나? 주인공을 내놓으라든지 쓸데없이 인생에 간섭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인물들이 시비를 걸어온 적은 없었나?
-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나 스스로와 다툰 적이 있다. 그려놓은 인물이 맘에 들지 않은 것이다. 이번 소설만 해도 강시우를 몹쓸 녀석으로 그릴 생각이었는데, 결국 그 녀석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쁜 인물이 되지 못했다. 그 점이 몹시 아쉽다. 그런 점에서는 프로소설가가 아니라 아마추어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꼭 '프로소설가가 되어' 악당을 그리고 악당과 한판 멋지게 다퉈보고 싶다.
'프로소설가'라던데?
- 취중인터뷰를 했는데 그 기자가 그렇게 썼더라. 내가 그 말을 한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프로소설가라는 게 있다면 ‘함께 읽는’ 소설가가 프로가 아닐까.
지금은 약간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소설을 쓸 계획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소녀에게?
- 글쓰기는 ‘순간의 문제’이다. 20대 초반에 나는 엄청난 열망이 있었다. 심지어 출판사로 찾아가 본 적이 있다. 그때 무턱대고 원고를 건네받은 사람이 장석남이다. 등단하는 날 통화를 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열망을 품고 있을 때는 백전백패다. 백전백패해도 열망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가. 그것이면 되는 거다.
원형을 재현한다는 구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지?
- 유령작가를 쓸 때만 해도 나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진실을 담지 못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상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와 플로베르의 차이점이 있다.
플로베르가 있던 시절에는 정확한 작품으로 재현할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 그러기에 리얼리즘이 가능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서 우리 세대가 직면한 현실은 재현할 수 없는 일종의 판타지와 같다. 각자가 갖고 있는 비현실적인 세계. 현재의 소설세계도 판타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정점에 있는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결국 ‘원본’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무 살 때 나한테 세미나를 해준 선배들은 ‘진리가 있다’고 나를 세뇌시켰다. 물론 ‘맑스의 진리’였다. 1,2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매트릭스처럼 잠이 깨면 완전한 세계와 닿을 것만 같았다. 존재와 이미지가 분리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세상도 있고 나도 있고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진짜 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의 소설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가는 비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진리에 대해서 부역하지 않으니까.
밝히려고 해도 밝혀지지 않는 진리란 없고 남는 것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글쓰기는 구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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