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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29 약소국이 사는 길
전국시대 주나라 말기 때 일이다. 당시 강성한 진나라가 구정(九鼎)이라는 보물을 요구했다. 보물을 요구하는 것은 당시 강대국이 즐겨 쓰는 외교전술인데,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줄 수도 없고, 주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주지 않으면 그것을 빌미로 공격의 명분을 준 셈이고, 주면 나라의 상징인 보배를 넘겨주는 꼴이 되어 심정적으로 패망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곤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현명한 신하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안솔(顔率)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하가 나서며 보배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안솔은 제나라로 가서, 진나라를 물리치면 보배를 건네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말을 믿은 제나라는 군사 5만을 내어 진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당당히 보배를 요구했다.
그러나 주나라 왕에게는 또 다른 곤란이었다. 제나라에게 보배를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다시 안솔이 나서서 보배를 보전할 수 있다고 간언하며 제나라로 떠났다. 제나라 왕에게 보배를 어느 길로 수송할 것인지 물었다. 제나라 왕은
‘양(梁)나라가 좋겠습니다.’
안솔은 양나라는 백성들이 간악해서 보배가 지나가도록 놔두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다시 제나라 왕이
‘초(楚)나라를 통해 수송하겠습니다.’
다시 안솔은 초나라 사람들 역시 호시탐탐 구정을 노리고 있으며, 국력도 강성하기 때문에 보배가 한 번 초나라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 주나라가 은나라를 정벌할 때 구정을 옮기기 위해서 하나에 9만 명씩 81만 명의 인력이 소요되었습니다. 지금 귀국은 그만한 병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웃 나라 역시 그만한 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할 병력과 무기가 무수히 필요합니다.’
제나라 왕은 얼굴을 붉히며, 갖지도 못할 보배를 빌미로 진나라를 몰아내려는 의도일 뿐이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솔은 적당히 둘러대며 ‘우리 주나라는 제나라의 명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제나라는 드디어 구정을 단념하였다.
- 전국책 '주책(周策)'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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