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에 해당되는 글 17건
- 2008/11/10 나의 '경제민주화 읽기' 1년 결산 (47)
- 2008/10/05 <괴물의 탄생>, 우석훈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 2008/10/02 우석훈 "2mb가 '강만수'를 못 자르는 이유는..."
- 2008/08/31 그림인터뷰, 팀인터뷰, 새로운 인터뷰를 꿈꾸다
- 2008/08/19 우석훈 인터뷰 녹취록(전문) (3)
- 2008/08/18 우석훈 "사실상 신냉전체제 시작됐다" (2)
- 2008/08/17 반전파는 전쟁파를 이길 수 없을가? (10)
- 2008/08/17 우석훈 파격인터뷰 "한국의 진보정당, 유럽의 극우보다 더 깡패" (1)
- 2008/08/13 22개의 시선으로 본 우석훈의 평화경제학
- 2008/08/12 우석훈을 어떻게 만날까?
- 2008/08/04 8월 '촛불'의 작가들을 만나 볼까
- 2008/07/16 우석훈이 10대에 올인하게 된 사정
- 2008/05/27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내 신부, 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기
- 2008/05/14 홍세화, 우석훈, 그들은 왜 비관주의자, 한탕주의자가 되었나
- 2008/05/14 [우석훈] 짱돌과 바리케이트의 조건
※ 이 포스트는 일부 부적절함이 발견돼 원문을 수정한 것입니다. 현재 블로거뉴스 제목에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이 말하는 장하준과 우석훈>라고 되어 있는 부분은 마땅히 <나의 '경제민주화 읽기' 1년 결산>으로 대체돼야 하나 블로거뉴스 특성상 제목을 수정하지는 못했습니다. 후자의 제목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경제민주화' 1년 결산


2008년 벽두에 나를 흔들었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명박 후보가 단지 '경제'라는 두 글자로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고 치욕스러웠다.
그 두 글자는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의 수사였던 '경제'와 토시 하나 다르지 않았고, 키는 1cm도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정치민주화를 제물로 한 경제성장은 먹고살기 바빴던 우리들에게 '민주주의의 유예'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지금도 똑같은 '유예'를 요구하는 모습에 치가 떨렸다.
처음에는 주변 언저리부터 살폈다.
마침 좋은 소재가 있었다.
경제민주화와는 상관 없을 것 같지만,
경제민주화는 물론 민주주의 자체를 뿌리부터 위협하고 있는 '삼성왕국'과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벽두의 좋은 주제임이 틀림없었다.


사실 그 전에 <한국경제 새판짜기>와 2007년의 핵폭풍 <88만원 세대>를 교양수업처럼 들었던 터였다.
대선과 맞물리면서 김상조 교수(한국경제 새판짜기 공저자)와 우석훈 박사는 경제라는 화두를 바르게 피려고 노력하였지만,
그들은 세상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의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즉, '세상이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들로 인해 세상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잘못돼 가고 있으며, 바꾸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막연히나마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우석훈과는 그 후로도 계속 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우석훈이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4부작을 최근에야 완결지으며,
<88만원 세대>(경제대안시리즈1부)에 이은 2,3,4부를 계속 쏟아냈기 때문이다.
우석훈은 딴지일보 김어준에 의해서 <호러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는데,
나는 이 평가가 너무 희화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김어준은 우석훈에 나오는 등장인물(?), 즉 우리들이 죽거나 도태되는 현상 자체를 너무 피상적이고 극적으로 묘사했다.
오늘도 수십 명이 짧은 생을 포기하고 한강물로 뛰어드는 생생한 현실을 '호러'라는 장르에 대비할 수 있을까.
'호러'라는 수식어는 우석훈이 그 상황을 무미건조하게 표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 우석훈이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감수성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그가 사람들이 죽어 떨어져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펑펑 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우석훈의 지론에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허락할 수 있다면 '감수성 경제학'이라고 이름붙이고 싶다.
그는 자칭 '비주류' 혹은 'C급 경제학자'이다.
경제학은 아무리 복잡한 수식을 동원해도 그 안에는 몇 개 안되는 명제들을 토대로 삼기 마련인데,
우석훈은 경제학의 토대를 존중하기보다는 토대 아래 쓰러져가는 형이하학적 경험치들을 일반화하고 수식화하는 데 골몰한다.
때로 많은 비약으로 인해 그의 주장이 결함투성이라는 판단이 들 때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도 그 못지 않게 감수성의 소유자라서 그런가 보다.
전쟁으로 따지면 그는 '전사'라기보다는 '책사'에 가깝다. 그것도 눈물이 많은...


장하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교양과목 삼아 읽었던 <쾌도난마 한국경제>와 <장하준, 한국경제의 길을 말하다>라는 책은 논외로 하더라도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를 통해 장하준의 '전사적 면모'를 만나게 되었다.
장하준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일반 독자로서 그의 지론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는 '엘리트'이다. 그는 엘리트 경제정책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성급하게 말하면, 마치 박정희의 경제 책사 오원철(吳源哲)씨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화두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가'와 '통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정책'이라는 형식으로 수렴된다.
그의 주적은 '신자유주의'인데, 우리는 장하준으로 인해 '신자유주의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상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장하준은 '투쟁 의지'가 결여돼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는 '질서'가 투쟁보다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이룩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하준의 '사회적 대타협론'은 그의 '대 신자유주의 공세'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내공을 좀 더 쌓아 장하준, 우석훈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


요즘 대학원생, 직장인, 학부생, 휴학생들과 함께 마르크스 자본론 강독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일반독자로서 읽은 경제학 해설서들을 밑천 삼아 자본주의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는 대 학자의 저서를 읽고 싶은 욕망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는다고 그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경제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에 토대 하나 정도는 세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뜻 있는 자에게 길이 보이는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세미나 공간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직장인, 학부생, 대학원생이 중심이 된 마르크스 강독회의 멤버가 되었다. 강독의 방식은 고전적이었는데,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갔다.
일단 마르크스를 읽고 나서 옆의 멤버가 이를 요약하고 간사가 정리하고 나서 토론을 하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마르크스는 강독을 해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였다.
그들에게 우석훈과 장하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나의 천학비재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지 못했다. 이 점이 아쉽고 좀더 내공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경제학자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한 학생으로부터 '포스트 케이지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미로운 대목이어서 인용한다.
"그들이 현대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은 매우 개연성이 있고 간혹 마르크스를 넘어서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대안에 이르러서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국가'였다. 국가가 경제상황을 통제하고 분배를 해야 한다는 단순한 대안으로 하나같이 동일하게 수렴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 역시 기업과 결탁할 수 있다는 참으로 현실적인 가설을 들이댄다면 그들의 입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마르크스는 자신의 논지를 종합해서 '투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만사 투쟁으로 이루어지는 이치이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찾기 위해서는 투쟁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정부조차도 투쟁을 통해 획득된 것이며, 투쟁의 반대급부로 복지와 인권이 수립되기 때문에 투쟁 의지를 놓으면 아무런 변화도 이끌 수 없다고 마르크스는 강력히 주장한다.
올해는 우석훈과 장하준의 담론에 흠뻑 젖으면서 두 경제학자를 한 이야기 안에 집어넣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심사와 관점 자체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둘은 쟁점의 여지조차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역시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현실에 대해서 느끼는 좌절과 그에 비례하는 '애정'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셰익스피어는 과연 천재였을까? (0) | 2008/11/21 |
|---|---|
|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닌 미국 이야기 (0) | 2008/11/18 |
| 나의 '경제민주화 읽기' 1년 결산 (47) | 2008/11/10 |
| <뮤지컬 햄릿>, 얻은 것과 잃은 것 (0) | 2008/11/10 |
| 1년중 가장 미안한 날 (0) | 2008/10/05 |
| <괴물의 탄생>, 우석훈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0) | 2008/10/05 |
우석훈이 꺼내놓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한국사회를 강타한 문제작 <88만원 세대>(레디앙)를 내주겠다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해 원고를 안고 '출판사 삼고초려'를 했던 우석훈이 자신의 경제대안시리즈(4부작) 최종 작품에서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꺼내놨다. 천하삼분지계란 후한 말기에 군사 제갈량이 유비에게 설파한 비책이다. 적벽대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유비가 형주. 익주를 얻으므로서 조조의 위국(魏國), 손권의 오국(吳國) , 유비의 촉국(蜀國) 으로 천하가 삼분되어 수십년간 천하는 정족지세(鼎足之勢 : 다리가 세개 달린 화로에 빗대어, 삼국이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는 형세를 말함)의 형세를 유지하게 된다. 비록 정사(正史)에서는 조조의 위국과 손권의 오국이 사실상 이파전을 벌였고 유비의 촉나라의 존재감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은 있지만, 유비의 촉나라가 의미 있는 균형감을 제공해준 것은 주지하는 바다.
우석훈에 따르면 제1부문은 시장주의를 따라 작동하는 시스템, 우리의 경우는 재벌/대기업 부문을 말한다. 제1부문의 기업들이 독점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시장의 폐해가 나타났고, 193년 대공황 이후 재정/금융정책 또는 제도로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도래하자 이 문제를 정부 또는 국가라는 '공공 부문'으로 통제하는 흐름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국가개입이나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일련의 흐름을 제2부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전두환 등이 재벌을 휘어잡고 경제정책을 통제하며 '국가독점주의'를 유지하던 시절이 제1부문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개입은 선진국들이 쏠쏠한 재미를 본 정책이며 개발도상국들도 국가개입으로 인해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한국의 경제적 성공은 제3세계 국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으나 대체로 '독재'를 통한 경제성장을 하고자 하는 국가들에서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사항이다.
최근 외국의 사례를 보면 리먼브라더스 등 미국의 대규모 투자기업이 정부의 통제 없이 파생상품을 남용하면서 한창 대박을 터뜨리던 시기는 제1부문이 강성했던 시점이며, 부동산 위기에 이어 파생상품의 위기가 폭발해서 대규모 구제금융 처방으로 국유화되는 최근의 과정은 제2부문의 활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개의 부문은 경제시스템의 주된 주체이지만, 우석훈은 두 축만으로는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결국 신자유주의의 폐해(비정규직의 대규모화, 금융사태 등)와 개발독재의 전횡(경제규모의 수 배에 달하는 부동산 과잉성장(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는 GDP의 3.6배,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과 제3세계의 독재 등)을 빈번하게 노출시키며 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3부문이라는 조정자가 필요한데, 이는 '가공'의 기구가 아니라 3~4만 달러 이상의 국민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논증하며 실제 사례를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왜 제3부문이 필요한가 - 스위스 성공사례 분석
우석훈을 몇 번 만나고 인터뷰를 해본 바에 의하면 그는 매우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사회적 모순을 가장 먼저 체감하며, 위험한 경제정책이 가져올 폐해의 쓴맛을 가장 먼저 본다. <괴물의 탄생>(개마고원)에서 그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신분열증적 국민경제'라고 평가하며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몇 달을 보냈는데, 아마 저의 이런 심정을 공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고 썼다. (256쪽)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가지고 인터뷰할 때 그는 "전쟁이 일어나면 내가 가장 먼저 희생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쟁이 과연 멀리 있지 않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래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 등을 맡으며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에서 지냈는데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적합한 경제모델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중앙형 시스템이 가장 두드러지는 나라인데, 좌파들이 국가기구를 장악하면서 중앙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갖게 된 나라가 되었다. 수도가 비대해진 점이 대표적 증거다. 우석훈은 프랑스가 우리나라에게는 대안적 모델 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스웨덴의 '대타협 모델' 혹은 '사민주의 모델' 역시 한국에서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부수립 당시부터 극우 혹은 우파가 정권을 장악해 장기간 국민들을 세뇌한 상황에서 사민주의 모델이 무슨 수로 정권을 장악하겠는가. 김대중과 노무현이 우파 정권에 대해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않았느냐고?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카리스마나 화려한 투쟁경력이 기업카르텔의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혹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야당에서 정부 쪽으로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또는 이른바 좌파라는 사람들이 정권창출의 깃발을 손에 잡는 순간 갖가지 위협, 특히 그 중에서도 어떤 정부건 하룻밤 사이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악질적인 위협, 즉 '자본이탈'이라는 위협의 볼모가 된다. 브라질의 룰라와 남아공의 만델라가 그러하다. (<9월이여,오라>(녹색평론) 168쪽)
그러면 우파들이 숭앙해 마지않는 '미국식 모델'은 어떤가? 우석훈은 미국식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처럼 전형적인 중남미형으로 급속히 양극화되기 쉽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미국식 모델의 주된 구호는 '대기업의 고성장을 이룬 후 국민들에게 분배한다'는 것이지만, 언제 한번 고른 분배가 이루어진 적이 있을까? 재벌들은 항상 배고플 뿐이다. 기업의 수익이 극대화되도 직원들의 연봉은 올라가지 않는다.
우석훈이 주목하는 것은 '스위스 모델'이다. 스위스는 이렇다 할 지하자원이 없고 겨울도 6개월이나 되고 유럽에서 가난하기로 유명한 나라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게다가 세 지역의 언어가 달라 지역분쟁이 적지 않으며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마저 비슷하다. 1971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었을 정도니 말 다한 셈 아닌가.(우리나라는 1948년, <대한민국 선거이야기>(역사비평사))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독일이나 프랑스의 위성경제 정도로 간주되던 스위스가 잘 살게 된 것은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스위스의 잠재력은 노동에 대한 전혀 다른 가치관 위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며, 생태나 환경의 문제가 국민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체제가 정착된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나 충전이 필요한 직장인의 경우 봉급을 낮추는 대신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는 시스템이 현실화된 것이다. 일주일에 5일 동안 이들은 식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독서하고 사색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
대학등록금은 연간 50만원밖에 안 하는데, 그것도 갑자기 올랐다며 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나섰다. 대학진학률 역시 18~20% 정도밖에 안 된다. '학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스위스의 경제 특징들이 일견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목을 조르는 내부 모순들(비정규직, 등록금 1,000만원, 일중독증 등)에 대한 완충장치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가를 보면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분산형 구조이며 지역공동체 혹은 지자체의 힘으로 만들어낸 제3부문이 경제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복지국가의 모델이 아니라 직접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치의 힘으로 제3부문을 일궈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우석훈은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파시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좌와 극우의 격한 대립을 경험했던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환멸과 정치에 대한 반감을 악용한 지도자가 포퓰리즘을 이용해 파시즘을 실현하고 내부모순을 상대국에 대한 적대감(이를테면 일본)을 극대화시켜 전쟁상황을 만들 수도 있고, 전쟁상황 속에서 평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몰살시키는 일이 상상 속에서만 머무르리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이미 우리나라에 한번씩 있었던 일이다. 우석훈이 말하는 공포의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사진은 1976년 태국 정치폭동 당시. 극우 단체가 국경 수비대의 지원에 힘입어 방콕의 타사마트 대학을 점령하고 좌파 여학생을 목매달아 죽이고도 모자라 사체를 의자로 내리찍고 있다. 사진을 찍은 닐 울비치는 이 작품으로 197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전쟁과 파시즘 얼마나 가까이 왔나 - 괴물과의 혈투
우석훈은 기회가 날 때마다 '전쟁'과 '파시즘'의 발생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는 나치의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은 경제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로, 인접국 프랑스는 독일이 침공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경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석훈은 '파시즘'의 징후를 분석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는 현재를 '파시즘 전 상황'으로 규정했다. 파시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대중들이 지도자를 거부하기 어려운 하나 이상의 미덕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명박에게는 반감만을 갖기 때문에 그가 파시즘의 주인공이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즉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포퓰리즘 단계가 극우파와 결합되면 일반적으로 파시즘이 발동할 조건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정도가 파시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물 정치'와 '지역 정치' 같은 후진적 정치 성향이 대중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파시즘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명박에게 환멸을 느낀 대중들을 황홀하게 홀릴 수 있는 지도자가 갑자기 나타나 '시스템'이 아니라 '카리스마'로만 권력을 이어나가려고 한다면 파시즘적 상황이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우리가 목도한 '허경영 신드롬'은 우리가 파시즘 위험도에 노출돼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석훈은 한국에서 파시즘이 일어난다면 '건설자본+성장주의'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우파나 좌파 모두에게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우파는 시장 절대주의자들이고, 좌파는 공공성 절대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극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우석훈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현상들을 보면 건설자본/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과 극단적인 중앙형 시스템(경기/서울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 토호형 경제를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완충장치가 없다는 것이 괴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승자독식사회이자 패자멸망사회인 한국에서는 게임을 할수록 선수가 줄어들어 나중에는 단 한 명의 게이머만 남는 극단적인 '배틀로얄' 시스템이다. 패자는 일단 게임에서 지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다음 경기는 승자들로만 이루어지며 이런 구조가 반복된다.

▲ 약자들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자 수는 2000년 6437명에서 2007년 1만2174명으로 연평균 13%씩 늘었다. (도표 : 경향신문)
우리나라는 현재 약자들이 죽어가는 단계가 매우 발전(?)돼 있다. 우석훈은 '개미지옥'이라고 불렀는데,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다는 점에서 이 비유는 무시무시할 만큼 적절하다고 하겠다. 일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비정규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미 1,000만에 육박했다. 이쯤 되면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 역시 '영혼'을 팔지 않을 수 없다. 직장만 준다면 몸도 마음도 영혼도 다 내다 버릴 수 있다는 정서가 매우 강력한 것이 한국사회다. 반대로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너 말고도 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운동장 한 바퀴야'라며 직원을 기계 다루듯 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무시무시한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 '지하경제'라고도 부른다)가 도사리고 있는데 '다단계'와 '사채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는 2005년 집계 당시 160조 안팎으로 GDP의 20%로 추정됐는데 지금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의 뉴스에 의하면 사채이자는 3,00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만약 제3부문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약자들은 지하경제의 먹잇감이 되거나 파시즘 전체주의가 되어 내부모순을 '전쟁'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해소하려 할지도 모른다.
실패에 대한 경쟁력과 완충장치(안전장치)
물론 우석훈은 우리나라에서 제3부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모델도 몇 가지 제시해 놓았다. 그 부분은 책의 내용을 참조하는 게 좋겠다. (이미 많은 내용을 발설해 버려서) 여기서는 마지막으로 우석훈이 시원하게 제시해놓지 않은 제3부문의 '실패에 대한 경쟁력'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 우석훈은 제3부문이 추구하는 지상가치는 '공공선'이라고 규정하였다. (258쪽) 공공선이란 쉽게 말해서 사라들이 아끼고 사랑해서 없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게 만드는 가치를 말한다. 예컨대 org라는 공공기관의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제아무리 이해관계자들이 집단적으로 '삭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1시간도 되지 않아 복구된다. 그것은 위키피디아의 키워드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애정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말미에서 우석훈은 "평화의 맛을 한번 본 사람은 이를 잊을 수가 없다"고 썼는데, '평화'라는 말을 제3부문으로 고쳐 써도 틀리지 않다.
제1부문과 제2부문은 모두 '절대강자'를 주요한 역할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삼국지를 보면 장수의 목이 날라가면 군대는 와해되고 전멸되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제1부문과 제2부문 역시 절대강자가 사라지면 모든 부문의 구성원들이 위태롭게 된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3부문의 경우 직접민주주의와 풀뿌리 자치주의에 기반한 공동체들의 연대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 효과와 실패 경쟁력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의 저자 클레이 서키에게 들을 수 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오픈 소스(제3부문의 약자공동체와 비교할 수 있다)와 상용 소프트웨어 업계(대기업과 국가 중심의 제1부문, 제2부문과 비교할 수 있다)가 실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며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증명하였다.
클레이 서키에 의하면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실패하고 그나마 성공작들도 대부분 평범한 수준이지만, 오픈소스는 상용 소프트웨어보다 많은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위력적인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위협적인 경쟁자이다. 즉 오픈소스의 실패는 공유가 되고 집단학습이 이루어지지만 상용소프트웨어의 실패란 곧 '시장 퇴출'을 의미하므로 '실패비용'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그만큼 실패비용에 대한 공포심도 높다. 그리고 이 실패는 좀처럼 공유되고 학습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3부문(오픈소스)의 개방적인 사회 시스템 전반은 동등계층의 생산에 의존하므로 어느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실험적이면서도 비용은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 자체가 실패로 인한 비용을 낮춰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과 인식의 증진이 생겼다면 '저작권'이나 '특허'를 걸어서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 때문에 이런 자산은 금방 불어날 수 있다.
이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약자들을 위한 '완충장치'가 생기는 셈이며, 우석훈이 말한 '개미지옥'은 '그물 보호대'로 바뀌므로 빠지더라도 곧 나올 수 있고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곳에 함정이 있다고 알려줄 수도 있다.
봉준호가 한강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듯이, 우석훈은 우리 사회 전체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괴물을 어떻게 가두는지에 대한 매우 유력한 해법도 제시했다. 저자의 진단에 대해서 한국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 괴물의 탄생은 <한국경제 대안 시리즈>(4부작)의 완결작으로 우석훈이 진단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대학강의록 형식으로 정리돼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제3부문)이 등장한다.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뮤지컬 햄릿>, 얻은 것과 잃은 것 (0) | 2008/11/10 |
|---|---|
| 1년중 가장 미안한 날 (0) | 2008/10/05 |
| <괴물의 탄생>, 우석훈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0) | 2008/10/05 |
| '돌연변이'가 한국 사회를 바꾼다. (0) | 2008/09/30 |
| (속고만 사는 사람을 위한) 권모술수 학습법 (1) | 2008/09/26 |
| 삐딱한 작가와 까칠한 독자의 "까칠 인터뷰" (0) | 2008/09/23 |
경향신문 1면에 또 강만수 기사가 났다.
금융불안에 대해서 달러를 퍼붓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최근에 발표한 실질경쟁률 목표치는 마치 '받아쓰기'하듯 지수를 정해놓고 발표했다.
정부는 실질 경제 성장률을 올해 4.7%, 2009년 4.8~5.2%, 2010년 5.2~5.6%, 2011년 5.8~6.2%, 2012년에는 6.6~7.0%가 된다고 하는데, 과도하게 7%로 맞춘 듯한 느낌이다.
부동산 정책에 가서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 토론회에서 "그린벨트는 어떤 나라에도 없는 제도"라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그린벨트는'후손이 걱정해야 할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른바 '후손 발언'까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우석훈은 경제도 좀 알고 행정도 하면서 대운하도 찬성하는 데다가 747까지 확신하는 인재는 강만수밖에 없다며 강만수 건재의 이유를 꼬집었다. 우파는 좌파에 비해서 인재풀이 넓지만, 똑똑하면서 대운하까지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고 한다. 그렇다고 강만수가 똑똑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끈질기다고 해야겠다.
우석훈은 최근 <괴물의 탄생>(개마고원)을 끝으로 경제대안시리즈를 완결했는데, 거기에는 이른바 '3부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국가와 기업이라는 2부문만으로는 성공적인 경제부문을 만들 수 없다는 거다.
스위스의 경우는 소상인연합, 덴마크와 영국은 소규모 자영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운동단체, 프랑스는 소규모 가족형 기업들, 북이탈리아는 클러스터라는 조합이 제3부문의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딱히 생각나는 게 노동조합밖에 없지만, 이미 이익단체가 돼 버렸기 때문에 공공성과 분배를 위한 3부문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로서 경제대안시리즈는 완결되었고, 나도 우석훈의 4권을 다 읽었으니 우석훈 경제대안시리즈 결산 같은 것을 하나 쓸 만도 하다.

▲ 세계사와 경제학사, 경제학의 인물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일괄하며 '제3부문'이라는 대안으로 넘어가다 보면 저자 말처럼 정말로 대학에서 교양강좌를 하나 듣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찬찬히 한국과 세계의 경제 상황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독하게 책읽자! > 작가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심상정 의원에게 주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0) | 2008/10/22 |
|---|---|
| 사운드트랙이 있는 소설 <밤은 노래한다>(김연수) (0) | 2008/10/15 |
| 우석훈 "2mb가 '강만수'를 못 자르는 이유는..." (0) | 2008/10/02 |
| 손낙구 "경기장을 넓게 쓰지 않으면 좌파는 망한다" (1) | 2008/09/22 |
| 그림인터뷰, 팀인터뷰, 새로운 인터뷰를 꿈꾸다 (0) | 2008/08/31 |
| 어린이가 볼 만한 역사책 어디 없어요? (2) | 2008/08/19 |
시민기자를 하는 데다 책을 좋아해서 저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
때로는 직접 인터뷰 요청을 해서 만나기도 하고,
간담회에 참석해서 취재를 하기도 한다.
- 인터뷰 목록(오마이뉴스)
시사인 이숙이 기자 인터뷰(시사저널 파업 당시)
<대한민국 욕망공화국> 저자 신승철 씨 인터뷰
대한민국 현대사가 1호 서중석 교수 인터뷰
심상정 의원 인터뷰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저자 앨리스 기너트 박사 인터뷰
진보사학자 한홍구 교수 인터뷰
박노자 교수 인터뷰
최근에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팀인터뷰다.
'독하게 책읽자! > 작가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석훈 "2mb가 '강만수'를 못 자르는 이유는..." (0) | 2008/10/02 |
|---|---|
| 손낙구 "경기장을 넓게 쓰지 않으면 좌파는 망한다" (1) | 2008/09/22 |
| 그림인터뷰, 팀인터뷰, 새로운 인터뷰를 꿈꾸다 (0) | 2008/08/31 |
| 어린이가 볼 만한 역사책 어디 없어요? (2) | 2008/08/19 |
| 우석훈 인터뷰 녹취록(전문) (3) | 2008/08/19 |
| 우석훈을 어떻게 만날까? (0) | 2008/08/12 |
제가 요즘 심하다 할 정도로 우석훈을 많이 띄우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는 하지만,
마지막으로 8월14일 영풍문고에서 했던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 전문을 올립니다.
오늘 TV 책을 말하다를 기대하고 봤는데,
안 보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우석훈 씨 고유의 특징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패널들은 마치 미국이나 프랑스에 사는 사람처럼 말을 하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우석훈 씨가 호들갑을 떤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쟁'이라는 사안을 두고 그렇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특히 변희재 씨는 우서훈 씨가 책에서 하고 있는 헛점 많은 논의 속에서 함의된 논리를 볼 만도 한데,
여성 패널처럼 형식논리에 끝까지 함몰되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내가 생각할 때 우석훈 씨는 위험한 작가입니다.
위험하다는 말은 위험한 생각을 퍼뜨릴 때의 위험이 아니라,
독자에게 충분히 견제를 받아야 하는 작가라는 뜻입니다.
우석훈 씨의 강연회를 듣다 보면 오랜 시간 학자로서 고독한 작업을 하던 사람의 특성이 묻어납니다.
그런데 이제 막 소통을 시작한 사람처럼 소통 속에서 거짓된 신호와 참된 신호가 구분이 잘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대중과 괴리된 차원의 논의들을 땅밑으로까지 내려놓지 않으면, 우석훈 씨를 땅에서 만나기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말과 존댓말이 섞여 있고 분량도 무척이나 길지만,
그가 책에서 담지 못했던 내용들은 질문을 통해서 유도했기 때문에 알몸 그대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은 제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니 시간 날 때 정독해도 좋을 듯합니다. 
① 딴지일보에서 우석훈 경제학을 ‘호러경제학’이라는 표현할 정도로 경제대안시리즈에서는 대안보다 처절한 현실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신문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데 그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까닭은 무엇인가요? 희망을 불어넣기 전의 단계리고 봐야 하나요?
☞ 책을 주로 새벽에 써서 그런 거 아닌가 싶구요.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를 읽었던 게 중학생 시절이었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88만원 세대는 원래 처음 버전은 되게 슬픈 이야기잖아요. 20대의 사회부적응자에 대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요. 제가 명랑제왕이라서 눈물 짜는 것들은 많이 뺐거든요. 궁상맞다고 뺐는데 슬픈 것을 뺐더니 공포만 남았어요. 희노애락을 다 넣고 싶은데 슬픈 것은 빠지고 즐거운 것은 충분치 않고 공포만 남은 셈이죠. 어떻게 보면 한국이 이미지를 벗기고 나면 사실 지옥이거든요. 있는 대로 사실을 반영해서 대안이든 출발점을 이야기할 수 있지, 그냥 잘 된다는 것은 어떤 논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안특집을 하기 전에도 사실은 공포특집이었죠. 음식물에 첨가된 못 먹을 것, 공기 중에 첨가된 독극물, 요즘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② 약력에 보면 생태경제학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의미가 잘 안 들어오는데 소개해주시겠습니까?
☞ 1989년도에 생태경제학 국제학회가 생겼는데. 기존의 경제학이 고전물리학이었는데 생물학쪽으로 경제학이 더 가야 한다는 논의가 7~80년대에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 생태학을 가져서 해보려는 흐름이 80년대 초반에 생겼다. 저도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학위논문할 때 한 건데, 그때는 생태경제학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질 않았다. 다양성, 공정성, 수용의 한계, 복원 같이 생태학에서 얘기하는 내용을 경제학과 접목시킨 것. 내가 생각하는 생태경제학은 공존과 다양성이 조화가 되고 해보니까 안정적이고 지내기 편한 상태를 얘기한다. 환경경제학에 대한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건 아니고. 생태계의 위기를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게 환경경제학이다.
한국에서는 얼마 안 되고 일본에서는 몇십만 정도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③ 경제대안시리즈에서 ‘대안’은 마지막 4부에서 논의될 예정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1~3부를 보면서 보지 못했던 대안이 있었던 건가요?
☞ 이론적으로는 1~3원은 진단에 해당하는 것이고, 결론이면서 이론이고 그런데. 분야별 대안을 끝에다 집어 넣은 거고요. 4권은 난이도로 치면 1,3권보다는 조금 어렵고 2권보다는 좀 쉬운 것. 1,3권은 중3,고1을 염두에 두고 썼고, 2권은 직장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추천사를 써주신 분이 이계안씨인데 나의 최초의 상사였다. 그 사람에게 설명한다는 생각을 썼는데 상당히 어려웠다. 4권은 대학교 강의록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경제학과에서는 학부, 인문학과에서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해서 썼는데 상당히 어렵죠. 4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사회경제와 재산 부분이라고 하는 것 정부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것. 1~3권에서는 재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거든요. 전체적으로 완결되지 않았는데 4권에 이르러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시다가 대기업 인사담당자, UN 국제기구, 강사 등의 다양한 이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 1986년에 학위를 끝내고 연세대 시간강사를 하고 있었는데, 6개월 정도 하니까 우울증도 심해지고 돌아버리겠다. 아무데나 소개시켜주는 데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 현대 비서실에 입사했다. IMF 때 괴로워서 못 있겠다고 생각해서 job market에 나를 내놓은 거죠. 사주는 사람이 있으면 편한 데로 가겠다고 했는데, 정부에서 저를 사줬다.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5년간은 평온하고 권력도 세고 그런 데 살다가 노무현 정부 들어오면서 위험하겠다 생각해서 대책없이 도망을 쳐서 먹고살 길이 없으니까 강사를 한 거고, 강사를 하면서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책을 쓰게 된 거구요. 제일 하고 싶은 거는 농사 짓는 것을 하고 싶어서 농사를 지을려고 하는데. 저는 대학교때까지 쌀은 쌀나무에서 나는 줄 알았다. 조그맣게 농사를 지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10년 정도 월급 받고 일하다가 지금은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석훈 박사의 메일 계정의 뜻이 ‘메도우 여사에게 영광을’이라는 뜻인데,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읽으니 왜 그렇게 제목을 붙인 지 알 것 같습니다. 여성 경제학자, 특히 메도우 여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죠.
☞ 저도 여성경제학자라고 해서 좋아했던 건 아닌데. 5년 전쯤에 제 이론을 구성하는 경제학자를 찾아보다가 공교롭게도 3명이 모두 여성이더라구요. 좌파로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있었고, 우파는 조안 로빈슨이 있었고, 로마 클럽의 집필자였던 메도우 여사가 있었다. 하고 보니까 세 명 다 여성학자, 세 명 다 전쟁을 반대했던 사람이다. 케인즈도 그렇고 남자 경제학자들은 이론을 전개하다 보면 전쟁을 그렇게 반대하지 않았다. 전쟁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맑스가 전쟁을 반대했겠느냐. 전쟁을 안 하면서 경제학을 구성하는 사람을 보니 여성 경제학자였다.
메도우 20대에는 엔지니어였다. MIT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자원과 인류의 미래를 시뮬레이션을 했다. 40대 중반에 귀농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칼럼을 쓰고 자기 연구를 계속 했다. 그렇게 살면 굉장히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수는 못했고 60세 좀 넘어서 급사를 하게 됐다. 2002년. 연구를 했을 때 맨 마지막 파일에 2030년에 전쟁이 일반화될 것이다 돼 있던 건데, 갑자기 급사해서 뒤에 어떻게 하면 좋을 거를 남기지 않았다.
칼럼을 학자들이 일종의 잡문이라고 해서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메도우 여사의 칼럼을 보니까 되게 많이 썼더라. 나도 잘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한겨레 명랑국토부를 쓸 때 필체 스타일이 메도우 필법을 많이 차용했다. 대부분 잘 하는 사람 좇아가잖아요. 저의 롤모델. 평화롭게 살았고 공부도 많이 했고 농사도 지었고 글도 잘 썼다.
반전과 평화를 지향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오드리 헵번을 많이 좋아하는데요. 오드리 헵번이 어떻게 해서 삶의 평화를 찾았나를 좇다 보면 헵번이 결혼을 실패하고 그럴 때는 행복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하면서 행복을 느꼈다. 미국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으니까 이탈리아로 갔다. 이태리로 가니까 기자도 많이 따라다니고 이태리 사람들도 많이 괴롭히니까 스위스의 제네바로 가서 비로소 삶의 평화를 찾았다. 그가 왜 거기 갔는지 추적하다 보니까, 조용할 것, 전쟁이 없을 것이었다. 전쟁이 없다는 것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 저도 만약에 제가 아무 상관 없이 전 세계 어디든 고른다고 친다면 맨 처음 고르는 데는 전쟁이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전쟁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게 바보같은 것이고, 내가 사는 곳을 전쟁이 없게 만드는 것이 궁극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마음의 평화,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전쟁만 안 해도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온다. 적극적 평화라고 하는데, 평화에 대해서 말만 하지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답답하다. 그 평화를 위해서 투자를 하고 돈도 쓰고 뭘 만들어야 마음은 평화롭지만 결국 전쟁을 하자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화를 한다느냐 따지고 싶다. 돈을 평화에 쓰고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내 마음의 평화보다 더 적극적인 평화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궤변이라고 하더군요.
3권은 한중일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베이징 올림픽 이야기를 좀 해보죠. 한국팀이 경기할 때 중국응원단이 야유를 보내고, 또 중국팀이 저조한 플레이를 할 때 한국팀 응원단이 환호를 하는 등 일반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반발감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쓰촨성 지진이라든지 친미 일변도의 대외정책에 이어지는 현상이지만, 권부와 언론 외에 대중의 차원에서까지 반한감정이 일반화되는 것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석훈 선생님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 전형적인 촌놈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 용어를 하면 자기정체성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 무아포(피부적 자아). 자기가 생각하면 피부의 안쪽은 나고 피부의 바깥쪽은 내가 아니라는 심리현상이 있는데. 자기 피부가 정신적인 게 돼 있는 것 같아요. 나라는 피부를 못 만드는 사람들이 다른 데서 피부를 빌려오는 것. 회사가 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피부를 자체적으로 못 만들어서 회사의 피부를 빌려오는 거고, 가장 또라이들이 국가라는 피부를 빌려오는 거거든요. 국가가 곧 나다 라고 생각하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정신지체아, 자기가 누구라는 자기정체성과 정신적인 피부를 못 만드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보면 형편 무인지경에 있는 거고,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같은 데 보면 전쟁을 덜 하고 사회가 좀 안정된 곳에서는 개인이 다 피부를 만든다. 미국도 어떻게 보면 넓은 나라라서 개인을 피부로 못 만드니 국회를 피부로 쓴다. 모자란 나라들이 싸우니까 오죽하겠냐라는 건데, 그 중에서 일본은 상당부분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서 자기 피부를 만든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 극우파 같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다.
중국 한국은 피부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거고, 이 둘이 붙었으니 볼 만한게 아닌가.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은 자기 피부를 자기가 가져서 나의 취향은 이거고 이게 나라는 건데, 그런 게 없으니까 국회를 빌리고 국가를 빌리고. 다른 가정이나 동네나 이를테면 스위스 같은 경우는 지역을 만든 사람이 많거든요. 국가를 자기 피부로 가진 사람이 많았을 때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⑧ <촌놈>은 이대로 가면 30년 안에 동북아 삼국 사이에 전쟁이 필연코 발생하므로 평화체제를 지금부터라도 구축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인데 동북아 삼국 간에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얘기는 말하자면 일종의 묵시록적 경고(비유적 표현)인가요, 아니면 과학적 전망에서 나온 저자의 확신인가요? 독자들은 묵시록적 경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30년을 길게 잡은 것은 2040~50년에는 메도우의 전망에 의하면 전세계의 자원이 어쩔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오거든요. 공급이 줄어서는 아니고, 중국을 포함한 제3세계 국가들의 자원수요가 증가해서 공급이 감당할 수 없어서다. 전체적으로 희송성 시대가 온다는 데 50년을 물질적으로 본다는 거고, 그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황포하게 전쟁이 벌어지죠. 물 같은 것은 더 빨라서 국지전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2030년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빨리 올지 몰라서 넉넉잡아 30년을 잡은 거지 저는 10년 안에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전쟁에 대한 정의가 우리는 국토 내에서 벌어지는 것을 전쟁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전쟁이라는 정의는 어디서든가 참전이다. 그래서 1945년 이래로 계속 전쟁중이다. 늘 교전중이었는데 한국도 교전중인 거다. 이라크 전쟁 이후로 계속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데, 중국, 일본, 한국이 늘 같은 편에서 싸우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정의상의 다른 데에서 전쟁을 할 경우는 훨씬 가깝고 국지전의 측면에서 서해교전 같은 게 동해에서 펼쳐지는 게 굉장히 가깝고, 전면전은 그보다 좀 멀거라 생각하는데. 전면전이 가능할 수도 있는 그런 전쟁상태는 훨씬 가까이 올 수도 있다.
지금 중국, 한국, 일본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붙을려면 붙어보자’이다. 빠르게 할 수 있는 효과는 훨씬 많다. 이거를 제어하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 독도문제가 퍼진 것도 일본의 사회당, 공산당이 그런 사람인데. 워낙 몰리다 보니까 포퓰리즘으로 간 거다. 한국도 전쟁을 반대하자는 세력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보면 더 빨리 올 수 있다. 지금 세 나라에 전쟁을 말자는 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우려된다.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인데 이런 식으로 두세 번만 하면 붙자라고 하는 것 같다.
⑨ 동북아 주변의 안보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평화보다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경제학자로서 한일, 한중, 남북 관계의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크게 보면 정권이 냉전이 30년 정도 지속되다가, 냉전이 없는 시대가 10년 정도 왔었다. 대체적으로 신냉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냉전의 출발점을 빨리 보면 조금 뒤로 잡으면 몇 년 뒤로 갈 거다라고 보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냉전이 끝나고 10년 정도는 안보비용이 줄었다가 다시 안보비용이 높아지는 형태로 가고 있다. 이지스함을 구입하고 여러 가지 장비를 구매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고.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북한과 남한의 국경이 작은 것인데, 이게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커진다고 한다면 안보비용은 더 늘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통일을 할 거고 어떤식의 지역체계를 만들 것이냐와 상관없이 안보비용은 늘기 마련인데, 어떤 장치를 만드느냐에 따라서 안보비용이 더 늘거라 이거죠. 우리가 생각하기에 통일이 되면 국방비용이 준 대신 복지비용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 러시아이랑 우리가 싸우든 국경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거거든요. 그런데 스위스나 스웨덴, 벨기에 생각해볼 때 그 사람들이 국경에 돈을 써야 한다면 엄청 써야 되는데, 국경에 사실 별 거 없거든요. 경찰인데 주로 마약 단속을 위주로 가는데, 지금 우리나라 하는 꼴을 보면 진짜 총을 들지 않겠느냐. 오히려 평화보다는 외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싼데. 한국은 말로 하기보다는 힘으로 보여주자는 거죠. 지금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4~5년 이후에 진짜 돈이 많이 들 거라는 거죠.
⑪ 재작년이었던가요? 신문에서 아주 깜짝 놀랄 만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중국의 청소년정치학원 청소년정책연구소, 일본의 쇼케이대학원대와 공동으로 3∼6월 한중일의 중고교 2학년생과 대학생 등 29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참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일본(41.1%)이 중국(14.4%)이나 한국(10.2%)에 비해 훨씬 높았다. (동아일보 2006-08-14 )
한국 청소년의 위험한 의식구조(해럴드경제)
청소년의 국가관이 심히 우려스럽다(연합뉴스, 대전일보)
“전쟁나면 참전” 日 > 中 > 韓(문화일보)
일 청소년 41%, "전쟁나면 싸우겠다"…한·중보다 4배 높아(YTN)
한국청소년 10% "전쟁나면 싸우겠다"(매일경제)
세계일보, 쿠키뉴스, 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국경제, 서울신문(8월13일~14일)
☞ 경제학적으로 얘기하면, 오랫동안 위협이 증가하면 평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내버려두면 평화가 온다고 한 건데, 그 얘기는 18세기 경제학에서 들었거든요. 지난 2세기 동안 한번도 검증되지 않았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는 엄청난 위협 관계가 있었는데, 맨날 싸웠거든요. 독일이 히틀러를 겪으며 전쟁을 했던 이유가 있다. 독일국민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이었는데, 경제위기가 생기면서 전쟁국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히틀러도 점잖은 사람들이고 독일인도 문화인들이어서 프랑스도 독일의 침공에 대비하지 않았다. 독일이 침공할 줄 알았으면 프랑스도 준비를 했을 텐데, 1~2년 사이에 돌변하는 거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평소에 얌전하다거나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전혀 상관 없이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오면 1~2년만에 바뀌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전쟁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하고, 내가 가지 말고 용병을 시키고. 그렇게 하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뿐이다. 본토에 전쟁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미국뿐이다.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할 거라는 생각을 아무도 안 했는데 결국 영국이랑 붙었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온 거다. 이것은 무슨 말이냐면 전쟁을 막기 위한 장치들을 평소에 굉장히 많이 만들고 제도화하고 산업구조 내에 들어가지 않으면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전쟁에 들어갈 수 있다. 러시아와 그루지아 전쟁도 한달 전만 해도 몰랐다. 조건이 생겨서 전쟁이 들어가는 데 한달도 안 걸렸다. 뭔가 터지면 한달만에 갈 수 있는 건데, 한국은 보니까 일주일 만에 갈 놈들이 눈에 보인다는 거죠. 평상시에 만드는 장치라는 것을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이 책 역시 독도문제가 터지니까 펴낼 수 있었지 독도문제가 안 생겼으면 맞아죽었을 것이다.
곡물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동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때로는 정권이 뒤바뀌기도 한 것 같습니다.
⑫ 선생님은 한중일 평화 인프라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대안으로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꺼내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에라스무스 교육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될 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몇 천 명 수준에서 시작했다. 스위스도 다른 것은 참여 안 했지만, 에라스무스 모델은 그것만은 참여했다. 지금 유럽은 전체 평균으로 10% 대학생들이 왔다갔다 한다. 대성공을 거둔 거죠. 전체 대학생의 10%가 짧게는 한두달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성공하게 된 계기가 취직이 잘 된 거다. 기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바보처럼 한 나라에 있었던 사람보다는 여러 나라를 갔다 온 사람을 뽑은 건데 한국 같은 경우는 그것을 개인 비용으로 하잖아요. 그것을 정부가 돈을 낸다. 돈이 클 것 같지만, 국방비, 도로 만드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갔다 와 보니까 효과가 좋았고 취직이 잘 되더라는 거다. 용돈도 넉넉히 있어서 월 200만원 주더라. 국가의 명예를 걸고 빈민처럼 지내지 마라. 오히려 딴 나라에 있을 때 돈이 넉넉하게 있는 거다. 최근에 정치학 하는 사람들의 평가를 보니까 에라스무스 세대라고 한다. 다른 나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넓게 보는 사람이 어른이 되면 진짜 평화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업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이 높은 교육재화다. 중국에 갈 사람은 중국에, 일본에 갈 사람은 일본에 비용을 대고, 국가가 이들을 보조해주면 효과가 올 거거든요. 이들이 10년 정도 지나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전쟁하자고 할 때 제어할 수 있다. 개인들이 쓰는 돈을 정부가 부담해주고, 한중일을 출발을 하는데. 지금 EU도 10년 정도 하다 보니 유럽 아니라 다른 데도 왔다갔다 하면서 비용도 받고 그런다. 이것이 진짜 세계화고 외부적으로는 개인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평화와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거지 본인들이 다 알아서 하라고 하면 세금도 내는 데 깡패정부 아니냐. 중국과 일본 등 1만명쯤 교환을 하고 몽고와도 교환을 하면 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다. 돈은 크지 않지만 재외성과가 클 거 아니냐. 개인들이 미국가서 쓰고 하는 돈을 정부가 하면 싸고 국가가 보장해주니까 갈 때 편하고 그렇게 하자는 거다.
⑬ 대학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1,000만원 시대라고 표현될 만큼 엄청난 등록금인데, 이 상황에서 에라스무스 모델을 찾는다는 게 가능한지 회의적인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 일본도 사실 부자국가고 한국도 부자국가고. 물론 중국 전체가 오면 부담스럽겠죠. 1만명 정도 온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200만원~100만원 하자 하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이 같이 만드는 것이라면. 국회의원 20명 정도씩 협의해서 시범사업 하면 된다. 성과가 나면 점점 늘려가면 된다. 조금 더 확장시키면 그게 외교지. 탱크 사고 비행기 살 돈 보다 그게 훨씬 쌀 거 아니에요. F18 한 대 살 돈 가지고 한다면, 비행기 한 대 값으로 학생 몇 천명을 할 수 있다. 비행기 한 대가 지켜주는 것보다는 이것이 더 많이 지켜주지 않느냐. 이게 한 가지 더 좋은 것은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이다. 이건희가 내놓겠다는 돈이 얼마나. 1/10만 내놔도 얼마냐. 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겠다는데. 성공사례가 이미 있는 거기 때문에 노하우는 많이 볼 수 있다.
⑯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는 10대에서 88만원 세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집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두 가지를 나눌 수 있는데, 평화에 대한 것 하나. 진짜 문제가 될 때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이 10대라고 생각한다. 만으로 40살인데 30년 후에 70대다. 그때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해도 잘 먹히지 않을 거 아닌가. 영감이 뭘 알겠어 할 거 아닌가. 10대들한테 몇 명에게라도 얘기하겠다는 것이 1차적인 목표. 다른 하나는 10대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다. 안 필리더라도 자꾸 얘기하다 보니 어떻게 얘기하면 되는지 알게 될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대학생들이 읽는 것만큼 10대도 많이 읽더라. 스폰지처럼 막 흡수하는 나이이다. 20살 넘으면 도저히 어려워서 못 읽는 것도 10대때는 다 읽더라. 잡는데까지가 어렵지 잡으면은 노력을 할 거라는 가냘픈 희망을 가지고 있다.
10대와 소통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 10대는 마음을 잘 안 열더라. 점잖게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듣는데, 뒤에 가서 ‘저 꼰대’ 이러는 것이 100%인데. 개인적으로 성공한 것은 담배필 때는 진짜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접대용 멘트. 그것을 대화로 넘어서기 굉장히 어렵다. 마음을 열게 하는 첫 번째 계기가 너무 어렵다. 선생님은 대화를 했다고 하는데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절대로 얘기를 안 했다고 한다. 저 사람(선생님)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한다. 그러나 책이나 편지 같은 데서는 마음을 열더라. 대화할 수 있다는 첫 번째 벽을 여는 게 되게 어려웠다. 권위가 통할 것 같은데 잘 안 통하더라. 제가 해본 전략은 웃기거나 웃어주거나 지거나, 권위를 버려야 좀 봐줄까 하고요. 목에 힘 빡 주고 있으면, 앞에서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돌아서면 “저 꼰대!” 제가 나쁜 놈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벽을 넘는 게 어렵다.
⑰ 88만원세대도 그렇지만 블로그 활동 등 ‘소통’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10대와 소통하는 데 대해서 어려운 점은 어떤 점이었습니까?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소통을 강조하는 선생님의 소통과 이명박의 소통이 같은 건가요?
☞ 소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방향이고 얘기를 하면서도 본인도 바뀌도 들으면서도 바뀌고, 단어와 대화 말고 상당히 많은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과정이거든요. 서로 이질점이 존재하는데, 공통적인 뭔가를 만드는 작업이거든요.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소통은 PR이라는 거고, UN 용어로 하면 public awareness라는 게 대중들한테 그것을 알린다는 겁니다. 듣는 것은 생략돼 있다는 것은 소통이라기보다는 여론조작 같은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제가 가까운 거리에서 볼 때는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가 아니고 내부에서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거든요. 자기들끼리 얘기가 안 된 상황에서 따로따로 얘기를 하니까. 그 이유가 제가 생각을 해 볼 때는 대운하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우파 내에서도 인재풀이 굉장히 많거든요. 좌파는 사람이 없고 우파는 사람이 많은데.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자기네 편은 대운하를 찬성하고 그리고 똑똑한 걸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똑똑하면서 대운하를 찬성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상식적으로 그렇고. 지금 경제정책이 이상해진 게. 경제학과 행정을 잘 하고 대운하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 강만수 외엔 없거든요. 그래서 강만수를 못 바꾸는 거죠. 2만불 넘어가면 지시가 잘 안 먹히거든요.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좀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⑱ 대한민국 교육 문제에 대해서 많이 얘기 하잖아요. 특히 선생님은 책에서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이 영혼없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체제에 순응하고 비판의식이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정부와 부모님을 동격으로 본 셈인데요. 이에 대해서 10대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은 제한적이라는 게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 수능총파업이 제일 무섭다고 생각해요. 딜레마는 그것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때인가 10대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불리하다면 재수를 해야 하는데 다 재수하면 문제가 풀릴 거라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그러나 이것은 실례가 있는 게 아니니까. 가장 효과 높은 건 그거고.
또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노동권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성인들도 8시간을 하잖아요. 영어나 불어나 독어나 다 똑같은 거거든요. 아르바이텐(일하다, 공부하다), 트로바이(일하다, 공부하다), 워크, 자기들이 8시간일하자고 하면서 8시간 이상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노동권을 떠나서 인권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노동시간을 한 사람한테 주어야 한다는 말을 어른들과 10대들이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대들과 얘기를 해보니까 책을 사고 싶은데 이게 또 책방이 거의 망해가지고 인터넷에서 사는 게 10분도 안 된다면서요.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하기가 어려우니까 사 주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드러운 경우거든요. 얼마나 웃겼냐면 작년에 40대 남성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산 책이 해리포터 영문판이었어요. 자기네 아들과 딸이 제일 많이 영문판을 봤으면 하는 심정으로 산 거죠. 제가 열심히 찾아봤어요. 봤냐 하니 자기는 우리말을 읽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들 딸들이 그것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냐 하니, 안 볼 거 알지만 마음만이라도...
제가 10대들을 찾아가서 물어봤거든요. 그렇게 사준 영문판 해리포터 읽은 사람이 중학교 2학년 딱 1명이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돈을 엉뚱하게 쓴 경우이다.
10대들에게 책을 살 수 있는 쿠폰 같은 것을 해서 10만원씩 줘라. 그러면 내역서가 나오니까 딴 거를 안 했다는 보장받을 자료는 많으니까. 10만원 정도를 해주고 그러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서관에서도 책을 신청하고, 독서와 관련된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책 보면 뭐라 그러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주 나쁜 사람들이거든요.
⑳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미래세대를 위해 구성된 책이니만큼 미래에 중요하게 다가올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평화라는 키워드 말고 다른 키워드 중에 주목하시는 키워드라든지 실제로 집필 중인 게 있는지.
☞ 저는 미래세대라는 용어 자체가 생태경제학 키워드거든요. 생태가 왜 중요하냐면 부모세대가 다 쓰면 홀랑 다 쓰고 나면 어쩔 거냐. 좀 오래된 말을 하면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쓰게 해야 할 것 아니냐. 거기서부터 시작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10대한테 투자하는 그런 건데 이 사회가 과잉 투자를 하고 잘못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 사람 사는 게 똑같은 거 같은데,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많이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그러다 보면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기본 원칙이거든요. 부모들이 뭘 생각하냐면, 놀면 얘네들이 깡패가 된다고 생각을 한 거거든요. 놀면서도 깡패가 되지 않는 사례를 만들면 되거든요. 얘네들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있다면, 중학교 1~2학년 때 사회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영화를 2~300편 만들 수 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학교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 영화를 두세 편 정도 찍어보고 졸업을 할 수 있게 해주자.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되면 유화 그림을 4~50개는 그려볼 수 있게 하는 게 사회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생긴 인성과 그렇게 생긴 경험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거지, 대치동 학원 프로그램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게 아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림은 이런 거다. 부자들이 아니라 좀 가난하더라도 할 수 있는 장치를 사회가 좀 해주면 사실 다른 대안은 별로 필요 없거든요.
월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무척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독자들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다작을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제가 원래 스무살 때 저랑 한 약속이 40살 되면 그냥 놀아야지. 2~30대가 저도 괴로운 시기였었어요. 잠을 잘 못 자고 늘 과로상태. 그때가 마흔 되면 신나게 놀아야지 하는 일념으로 살았기 때문에 빨리 빨리 끝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우리나이로 작년에 40이 됐거든요. 올해가 되니까 만 마흔이 된 거죠. 그러면 내년 초에는 뭐라고 얘기를 하지.
지금 하기로 했던 것까지 하고 좀 놀고 농사를 지을까 하는 생각이 좀 있어요. 제가 서울 공기가 되게 안 맞아요. 많이 아프기도 하고.
몰아서 내니까 사람이 빨리빨리 끝내자라고 하는데, 신생 출판사라서 몇 달 까먹고 대선이다 총선이다 하면서 또 몇 개월 까먹었어요. 약간 늦어진 게 있구요. 요즘 제가 종합일간지 비슷한 게 있어가지고.. 제가 칼럼도 거의 다 줄였다가 요즘 프레시안만 쓰고 있다가, 칼럼 되게 많았는데 다 없앴어요. 한겨레 3주짜리 1개, 경인일보 4주짜리 2개만 가지고 있는데 눈물나는 사연이 너무 많아서 종합민원실이 됐거든요. 칼럼을 요즘 다시 매주 쓰는 걸로 바꿨거든요. 책도 약간 민원실 비슷해요. 계속 그럴 순 없고 좀 하다 말 거에요.
한국 경제대안 시리즈가 4부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4권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주시면?
☞ 2권이 워낙 안 팔려서 2권 전면 개정판하고 같이 가면서 9월 초순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구요. 4권이 약간 어려운데, 상당히 재밌어요. 사실 1~3권이 수학식이 많이 들어갔는데 많이 뺐거든요. 4권에는 수학식을 많이 담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론이라는 것인지 정리를 좀 했거든요. 그래서 경제학 입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한국 경제론에 대한 또다른 접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구요. 이명박이 뭐가 문제인지 볼 수도 있습니다. 13개의 강의 형태로 돼 있어요. 강의록 형태구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서 1학기 강의를 디자인을 한 거거든요. 하다 보니까요 보통 대학에서 20학점씩 주는데, 1강좌에 100만원이거든요. 강의가 100만원짜리인데 책 한 권이 1만5천원이면 꽤 싼 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설에 대한 애착으로 보면 안 돼요. 강의로 보면 좀 복잡하지만 재밌을 거에요. 3권보다는 어려울 것 같고, 좀 복잡한 그림들이 나오거든요. 부제가 적분항으로 돼 있거든요.
혹시 이 책에 꼭 넣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말씀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이 책을 처음 생각한 것은 2004년이거든요. 생활경제학을 것을 하면서 한국경제학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가지고, 전쟁이 날 것에 대한 수 모델, 예측 모델을 만들려고 했어요. 한중일 경제에 대한 6,000개의 방정식(각각 2,000개)으로 데이터 집어넣으면 몇 년쯤 후에 전쟁이 난다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알고리즘은 뻔하지만 혼자 하기에는 벅차거든요. 기회가 되면 평화경제학에 대한 실증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못 집어넣은 게 좀 아쉽고요. 두 번째는 국방경제학에서 평화경제학으로 경제학 이론이 바뀐 것에 대한 설명을 좀 하고 싶었는데요. 2권때 앞에 조직론에 대한 정리를 했었거든요. 악명높은 게 돼서 되게 안 팔렸는데, 다음에 하지 하면서 뺐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평화경제학을 저 말고 공부할 사람이 당분간 없을 것 같은데. 국방경제학 끝에 있던 거랑 평화로 넘어갈 때 이론적 얘기들 하고 몇 개 프레임에 관한 얘기를 정리하고 싶고 그것을 못 넣게 된 게 아쉽고요. 남신의 전쟁에 대한 민감도와 여성의 전쟁에 대한 민감도를 넣고 싶었는데 입증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성별 평형 같은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업이 부족해서 뺀 거거든요. 세대간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좀 정리를 해본건데. 젠더에 관한 문제를 못해본 게 좀 아쉽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간단히 얘기를 하고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리뷰어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는 '▲ 촌스러운 제국주의 열망, ▲ 전쟁과 평화의 경제학, ▲ 10대들에게 희망을'로 나눌 수 있다. 원조제국주의와 짝퉁 제국주의 관련해서는 제국주의 하면 대체로 유럽이나 일본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형식적 지배관계가 아닐 뿐 제국주의의 잔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독자들의 반응이다. "영연방(英聯邦)이나 프랑코폰(francophone)가 대표적 예"(리뷰어 'littlechri')이다. 옛 제국주의 국가들은 옛 식민지 국가에 대핸 언어와 국가 체제까지 철저히 연구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대표적인 제국주의 학문으로 손꼽힌다. 제국주의의 기억은 계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각인된다. 우파는 '언젠가 다시 저 나라를 침략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고, 좌파는 경제 원조나 인권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옛 식민지 국가들을 대한다.
우리의 경우는 동북공정이 북한 일대, 즉 옛 고구려 땅을 모두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야욕이라고 선전하는가 하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이끌었던 일련의 논리들은 사실 내부식민지라는 야심을 숨겼다는 것이다. 리뷰어 '봄햇살'은 "북한의 가치에 관한 일련의 논조들에 익숙해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동조하기까지 했던 자신을 발견했다"고 썼다. 그러니까 자신도 모르게 제국주의로 가는 것에 찬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경제학 부분에서 지금까지는 전쟁의 경제학이 우세했다고 할 수 있는데, 평화의 가격은 얼마인가? 투자가치는 있는가? 누가 평화에 투자할 것인가? '평화경제학'이 고민하는 과제다.
리뷰어 '노란가방'은 우석훈의 평화경제학과 관련해서 "평화라는 공공재가 산업적 여력을 갖게 되는 일이 장기적으로 전쟁에 대한 거의 유일한 안전판처럼 보인다"고 썼다.
우석훈이 고안한 개념은 '욕망'과 '평화'를 연이은 부분이다.
"평화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잘 잊지 않는다"(261쪽)
키워드를 연겨시킨 점이 좋았다. 제주도민이기도 한 리뷰어 'NO-buta'는 현재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평화경제학과 연관시켜 "군수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MD 방어선 구축이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한반도의 비핵화와는 정반대로 핵미사일을 제주에 설치하고 전초기지로 삼아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어 평화를 위한 경제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썼다.
리뷰어 '봄햇살'은 "무거운 제목에 비해 노란표지와 예쁘게 디자인된 일러스트가 부담감을 많이 덜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우석훈이 걱정한 30년 후에 대해서 리뷰어 '양화소록'은 재미있게 표현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10대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것이 바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경제대안시리즈보다 50쪽 이상 얇게 썼으며 도표를 거의 빼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읽었으면 하는 당사자인 10대들이 이 책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리뷰어 'treasure'가 썼듯이 "중요한 것은 10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리뷰어 'affectus'는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벌어진 제국주의 간의 각축을 동북아시아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며 그 근거로 식민지 경쟁 등과 같이 심각한 투쟁을 야기할 정도로 적대적인 대립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리뷰어 'cpj1001' 역시 "(우석훈이 전쟁상황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제기했던) 해외자원 개척경쟁이 전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썼다. 리뷰어 '노란가방'은 "저자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나라'가 과연 유물론적 세계관을 통해 건설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보였다. 리뷰어 'jade'는 "이번 책에 계급적 접근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제국주의, 국가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담론은 내부모순과 계급모순을 은폐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익'이라는 너무나 명확하게 특정 계급의 이익이 담겨 있는 개념에 대해서 계급적 관점이 나올 만도 한데" 이에 대한 접근은 비교적 소홀했다는 주장이다.
☞ 사실 제가 언뜻 생각하면 21살에 유학을 가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동양적 사유가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껍데기만 동양인이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서양인이라고 생각한다. 두 개의 키워드가 저에게 있는데 그리스랑 한참 좋았을 때 비교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보면 참고를 19세기 유럽에서 매번 그렇거든요. 1권부터 끝까지 그렇다. 19세기 논문들을 많이 가져왔다. 각 키워드가 1권이 아토스였다. 88만원의 결론이 대의로 끝났다. 2권에서는 기업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로고스에 대한 얘기를 한다. 3권의 키워드는 파토스였다. 감정 같은 게 사람들에게 있지 않느냐. 이 세 가지를 모아서 4권에서는 선택이다. 이런 메타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다. 3권은 파토스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싶었고, 단순히 계산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하기 위해서 사라에게는 파토스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9세기와 희랍시대의 생각을 한국이라는 상황에 대입해 본 거다. 데이터는 메도우 등에 관한 얘기를 접목해서 많이 가지고 왔다. 자원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메도우 팀의 자료를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다.
제가 계급의 이야기는 잘 안 하는데요. 사실 로자 룩셈부르크를 죽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깔려 있는 거거든요. 로자가 한 이야기가 어려운 게아니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거거든요. 단결을 안 하니까 전쟁이 일어난 거고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사민당이 로자를 축출하면서 전쟁을 일으킨 거거든요. 그러고 나서 로자를 죽인 거죠. 30년 후에 지금의 10대 중에 누가 로자처럼 돼서 전쟁을 하지 말자고 얘기할 때 한국의 좌파는 그 사람을 죽일 거다. 그런 일을 막고 싶다는 게 나의 플롯였거든요.
계급을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계급을 얘기하면서도 사실은 국가의 이익을 얘기했던 좌파의 슬픔이 한국에서는 거의 반복될 거 같다는 생각을 좀 한 거에요. 사실 계급 얘기한 사람들이 로자를 죽였는데, 하는 거 보니까 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의 로자가 또 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북곰이라는 영화를 뒤에 인용했었거든요. 북곰이 사실, 1세대는 부패했는데 말로는 국가와 평화와 정의를 얘기하지만 사실은 부패하지 않았던 왕자는 죽여버렸고, 평화를 생각했던 여장군은 그 얘길 자꾸 하니까 혀를 잘라 버렸고, 평화를 지키려고 했던 군사는 손을 잘라버렸고 그런 현실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것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빼버렸는데 빼니까 공포만 남은 것 같아요. 지금 10대 중에 나중에 어른이 돼서 싸우지 말자라고 얘기하면 혀를 끊을 거고, 행동하면 손을 자를 거고, 리더가 되면 죽여버릴 거 아냐 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영화를 본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더라구요.
좌파와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막았던 역사가 없다.
평화경제가 달성된 순간을 생각해 보면. 주식투자 같은 거에요.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기업의 주가가 확 떨어지고, 다른 기업에는 주가가 폭등하는데. 전쟁이 없어져서 주가가 오르는 기업이 많게 되는 것이 평화경제학이 완성된 상태거든요. 전쟁이 일어나서 주가가 떨어지면 이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란 말이죠.
사회가 운동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바꾸는 게 가장 나쁜 방법이고,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치나 정당에 나서서 이 사회의 잘못된 것을 바꾸겠다. 국민들이 논의를 해서 자연스럽게 바꾸는 것이 가장 편한 거다. 프랑스 68모델은 전면적으로 붙어서 한 건데, 스위스, 덴마크 같은 나라는 싸우면서 한 건가. 실은 싸우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총파업에 대한 불신이 많은 편인데요. 지도부를 꾸린다고 해도 지도부 내에서 지도를 받앙 할 사람들이 많거든요.
가끔 얘기를 하면 신문에서 자꾸 자르는 얘기가 프랑스 극우정당 르펭 국민전선의 민주화가 우리나라 진보정당의 민주화보다 훨씬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진보적인 데랑 프랑스, 스위스 극우정당과 비교해보면 순 깡패다. 변론하고 토론하고 다수결에 의해 만들고 잘못하면 자르고 바뀌고 그러거든요. 똑같은 극우파여도 국가 질이 있고, 프랑스 독일 극우파는 정당으로 간 사람들이잖아요. 한나라당, 민노당과 비교해도 말 잘 통하고 논리적이고 그렇거든요. 극우파가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조화를 만들 거냐는 절차를 만들 거냐는 문제죠. 한국은 노무현 때 깡패스럽게 했거든요. 이명박은 깡패에 가깝잖아요. 정부라는 게 좌파냐 우파냐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완해 갈 거냐. 그런 게 무너진 상태에서 민족만 남으면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 올 거다. 약자들을 위한 담론 같은 것을 계속 만들면서 한 가지로만 모이는 상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좌파나 진보를 얘기했던 사람들이 10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뭐 좀 만들어보고 싶은 사회에 대한 상이나 인간적으로 얘기하는 법을 찾거나, 하여간 술 쳐먹고 놀고 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데. 국민들이 ‘저 사람들 안 되겠다’고 생각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좌파들도 마초가 엄청 강하고 엘리트주의도 엄청 강하고, 사투리도 엄청나고 시대 착오도 대단할뿐더러 성격도 좀 이상하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우리편이라고 생각해서 욕을 안 해서 그렇지 찍고 싶은 마음이 안 들 때가 많다.
좌파 중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만명이 되나요? 10대들한테 좌파가 왜 좋냐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를 존경하냐 하니까 ‘홍세화’ 진중권 선배가 10대들에게 ‘조각미남’이라는 별명이 있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까 그것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은데, 딴 사람은 싫고 그래서 나온 거다.
프랑스 여성 중에 잔다르크란 상징이 지금 남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추다르크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가난한데 찍냐 해도 그 사람들은 찍을 건데 거기에 좀 괜찮은 대안이냐 메뉴를 내야 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는 거에요.
요즘 주목해서 보는 게 영국의 장하준 교수, 프랑스의 우석훈, 독일의 유시민 씨를 보고 있는데. 유시민 씨는 왜 FTA를 지지하고 공교육민영화를 하려고 했을까 고민해보니. 박사학위를 못 받아서 그런지 궁금합니다.
☞ 어떻게 보면 저는 학위 받고 13년 정도 됐는데. 유학 가지 않아도 좋은 사회를 굉장히 많이 봤는데, 일본은 50년대 중반에 이미 만들었다. 자기완결성이라고 필요한 것들은 어지간히 만드는데, 한국은 자기완결성을 못 만들었거든요. 초등학생까지 유학가는 사회가 된 거다.
유시민 씨에 대해서는 저랑은 경제적 철학이 좀 다른데, FTA에 대해서 대학원 박사가 국제경제학이어서 WTO나 FTA를 전공처럼 오래 보고 있었는데, FTA라는 것이 역사적 맥락 같은 것을 다 살펴봐야 하는데 너무 단건으로 보지 않았나. 독일에서 그런 거보다는 어떤 정책을 얼마나 포괄적으로 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독하게 책읽자! > 작가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림인터뷰, 팀인터뷰, 새로운 인터뷰를 꿈꾸다 (0) | 2008/08/31 |
|---|---|
| 어린이가 볼 만한 역사책 어디 없어요? (2) | 2008/08/19 |
| 우석훈 인터뷰 녹취록(전문) (3) | 2008/08/19 |
| 우석훈을 어떻게 만날까? (0) | 2008/08/12 |
| 축제의 정치사 - 축제가 '촛불'에게 귀띔하다 (0) | 2008/08/07 |
| 8월 '촛불'의 작가들을 만나 볼까 (0) | 2008/08/04 |
<관련기사(경향신문)>
러시아 제국 부활, 신냉전 체제 ‘꿈틀’
미 ·폴란드 MD 합의 ‘신냉전’ 먹구름
미·폴란드 MD기지 합의에 미·러 ‘신냉전 체제’ 우려
이 시점에 '평화경제학자'인 우석훈 씨의 논의는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해 간담회 실황을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 한중일의 전쟁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는데, 우석훈 씨에 의하면 히틀러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려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독일인 역시 문화시민이고 얌전해서 프랑스가 대비를 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달라지자 1~2년만에 돌변한 거고, 그루지야 사태 역시 1달 전만 해도 전쟁을 예측할 수 없었는데 경제상황이나 자원상황, 러시아의 연방 야욕 등이 응집되면서 순식간에 전쟁상황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한중일의 국민이나 극우 정치인들도 '붙으려면 붙어보자!'는 식이어서 당장이라도 전쟁을 할 것 같은 위기감이 감지된다고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인터뷰와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관한 리뷰들을 보시면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석훈 씨의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한중일이 언제나 같은 편에서 싸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명박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대변인은 한미 동맹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대놓고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까? 러시아와 중국이 연합하고, 나머지들이 미국과 연합하는 식이라면 엄청난 규모의 전쟁양상이 펼쳐리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예견은 아니죠. '전쟁'이 조금 더 다가온 듯합니다.
[우석훈 인터뷰] 한중일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촌놈들의 제국주의 집중서평] 22개의 시선으로 본 우석훈의 평화경제학
[촌놈들의 제국주의 리뷰] 우석훈이 10대에 올인하게 된 사정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니 무슨 책 소개 하나에 40만명이 보고 갔을까? (2) | 2008/08/21 |
|---|---|
| '서양'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317) | 2008/08/19 |
| 우석훈 "사실상 신냉전체제 시작됐다" (2) | 2008/08/18 |
| 반전파는 전쟁파를 이길 수 없을가? (10) | 2008/08/17 |
| 세계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60년 (2) | 2008/08/17 |
| 현대사가 서중석 "건국60년이 아니라 정부수립 60년" (0) | 2008/08/14 |
▲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의 저자 우석훈 박사
반전파는 전쟁파를 이길 수 없을가?
역사의 과정은 한마디로 '전쟁파'와 '반전파'의 싸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야누스 신전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은 그 문을 전쟁의 문이라고 부르는데, 전쟁시에는 열어두고 평화시에는 닫아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이 닫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로마 제국이 강대해지고 점점 커지면서, 이웃의 민족들과 적들이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기 때문에 평화로운 때가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우구스투스가 안토니우스를 정복한 다음에 단 한번 성문이 닫혔을 뿐이다.(플루타르크 영웅전 1권) 현대전에는 '비지니스'라는 개념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것이 전쟁경제학이다. 우석훈 박사가 소개한 미국의 '전쟁 정의'에 의하면 어디서든 참전한 상황이 전쟁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미국은 1945년 이래로 계속 전쟁중이며, 한국 역시 이라크 전쟁 이후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통한 비용과 수익의 흐름을 보면, 전쟁파들이 전쟁을 일으키며 '단기 이익'을 챙기면, 전쟁의 피해자들과 반전파들이 매우 오랜 시간동안 비용을 내는 방식으로 흘러왔다. 결국 전쟁파든 반전파든 궁극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자기 영토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전쟁파에게 불리할 게 없다. 현재 지구상에서 자기 영토 안에서 전쟁을 하지 않고 용병을 써서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우석훈 박사는 평화경제학을 일종의 주식투자 개념으로 풀어서 설명했다. 예컨대 전쟁을 해서 주가가 폭락하는 기업과 반대로 주가가 폭등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느 상황에 처한 기업이 많으냐에 따라서 전쟁의 운명이 결정난다는 거다. 예컨대 전쟁 피해주들이 많다면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 할 거라는 거다.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은 사실 평화경제학과 전쟁, 제국주의를 언급하고 있지만,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모든 개념을 설명한 책이다. 평화의 달콤함을 한번 맛본 자는 그것을 잊지 않는다. 이것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강력한 이유이다.
6회째 맞는 리더스가이드의 저자간담회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반독자 2명이 우석훈 씨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이다. 공동진행단은 행사 전에 3회 이상의 사전조율과 '작전회의', 출판사와의 조율을 마쳤으며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이제까지 간담회를 빼놓지 않고 참여했던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했던 간담회 중에 가장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8월 14일 저녁 7시 영풍문고 갤러리에는 40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찾아 평화에 대한 열망과 우석훈 씨에 대한 호감을 보여주었다. 특히 우석훈 씨의 팬클럽이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액션대로망' 카페 회원들이 많이 찾아주었다. 2시간으로 예정된 간담회는 열띤 질문과 토론으로 30분 정도 늘어났고, 간담회 이후 뒤풀이에서 남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주제는 크게 네 가지로 ▲ 한중일의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 대안으로서의 에라스무스 모델, ▲ 10대들에게 희망을 읽다, ▲ 아직 못 다한 이야기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이번 작가와의 만남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석훈 씨의 책을 좋아하는 일반독자 2명이 질문지를 만들어 공동진행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질문의 수준과 독자들의 흥미를 고르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은 기자, 가운데는 리더스가이드(알라딘) 리뷰어 제이드, 오른쪽은 우석훈 씨
한중일의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딴지일보에서 우석훈 경제학을 ‘호러경제학’이라는 표현할 정도로 경제대안시리즈에서는 대안보다 처절한 현실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신문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데 그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까닭은 무엇인가요? 희망을 불어넣기 전의 단계리고 봐야 하나요?"
- 책을 주로 새벽에 써서 그런 거 아닌가 싶구요.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를 읽었던 게 중학생 시절이었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88만원 세대는 원래 처음 버전은 되게 슬픈 이야기잖아요. 20대의 사회부적응자에 대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요. 제가 명랑제왕이라서 눈물 짜는 것들은 많이 뺐거든요. 궁상맞다고 뺐는데 슬픈 것을 뺐더니 공포만 남았어요. 희노애락을 다 넣고 싶은데 슬픈 것은 빠지고 즐거운 것은 충분치 않고 공포만 남은 셈이죠. 어떻게 보면 한국이 이미지를 벗기고 나면 사실 지옥이거든요.
"우석훈 박사의 메일 계정의 뜻이 ‘메도우 여사에게 영광을’이라는 뜻인데,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읽으니 왜 그렇게 제목을 붙인 지 알 것 같습니다. 여성 경제학자, 특히 메도우 여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죠."
- 저도 여성경제학자라고 해서 좋아했던 건 아닌데, 5년 전쯤에 제 이론을 구성하는 경제학자를 찾아보다가 공교 롭게도 3명이 모두 여성이더라구요. 좌파로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있었고, 우파는 조안 로빈슨이 있었고, 로마 클럽의 집필자였던 메도우 여사가 있었어요. 하고 보니까 세 명 다 여성학자, 세 명 다 전쟁을 반대했던 사람이었죠. 케인즈도 그렇고 남자 경제학자들은 이론을 전개하다 보면 전쟁을 그렇게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전쟁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이런 식이죠. 맑스가 전쟁을 반대했겠느냐 의문입니다. 전쟁을 안 하면서 경제학을 구성하는 사람을 보니 여성 경제학자만 남은 거죠.
메도우 20대에는 엔지니어였습니다. MIT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자원과 인류의 미래를 시뮬레이션을 했죠. 40대 중반에 귀농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칼럼을 쓰고 자기 연구를 계속 했는데, 그렇게 살면 굉장히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안타깝게 장수는 못했고 60세 좀 넘어서 급사를 했습니다. 그게 2002년. 연구를 했을 때 맨 마지막 파일에 2030년에 전쟁이 일반화될 것이다 돼 있던 건데, 갑자기 급사해서 뒤에 어떻게 하면 좋을 거를 남기지 않아서 안타깝게 됐습니다.
"반전과 평화를 지향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오드리 햅번을 많이 좋아하는데요. 오드리 햅번이 어떻게 해서 삶의 평화를 찾았나를 좇다 보면 햅번이 결혼을 실패하고 그럴 때는 행복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하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으니까 이탈리아로 갔죠. 이태리로 가니까 기자도 많이 따라다니고 이태리 사람들도 많이 괴롭히니까 스위스의 제네바로 가서 비로소 삶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그가 왜 거기 갔는지 추적하다 보니까 일단 조용할 것, 그리고 전쟁이 없야 한다는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전쟁이 없다는 것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 저도 만약에 제가 아무 상관 없이 전 세계 어디든 고른다고 친다면 맨 처음 고르는 데는 전쟁이 없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전쟁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게 바보같은 것이고, 내가 사는 곳을 전쟁이 없게 만드는 것이 궁극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3권은 한중일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베이징 올림픽 이야기를 좀 해보죠. 한국팀이 경기할 때 중국응원단이 야유를 보내고, 또 중국팀이 저조한 플레이를 할 때 한국팀 응원단이 환호를 하는 등 일반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반발감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쓰촨성 지진이라든지 친미 일변도의 대외정책에 이어지는 현상이지만, 권부와 언론 외에 대중의 차원에서까지 반한감정이 일반화되는 것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석훈 씨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 전형적인 촌놈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정신분석학 용어를 하면 자기정체성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 하는 개념을 무아포(moi-peau, 피부적 자아)로 설명하는데요. 자기가 생각하면 피부의 안쪽은 나고 피부의 바깥쪽은 내가 아니라는 심리현상이 있는데, 자기 피부가 정신적인 게 돼 있는 것 같아요. 나라는 피부를 못 만드는 사람들이 다른 데서 피부를 빌려오는 것, 회사가 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피부를 자체적으로 못 만들어서 회사의 피부를 빌려오는 거고, 가장 또라이들이 국가라는 피부를 빌려오는 거거든요. 국가가 곧 나다 라고 생각하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정신지체아, 자기가 누구라는 자기정체성과 정신적인 피부를 못 만드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보면 형편 무인지경에 있는 거고,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프랑스, 영국, 스웨덴 같은 데 보면 전쟁을 덜 하고 사회가 좀 안정된 곳에서는 개인이 다 피부를 만들어요. 미국도 어떻게 보면 넓은 나라라서 개인을 피부로 못 만드니 국회를 피부로 쓰는 셈이죠. 모자란 나라들이 싸우니까 오죽하겠냐라는 건데, 그 중에서 일본은 상당부분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서 자기 피부를 만든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가 보기에는 다 극우파 같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죠.
중국 한국은 피부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거고, 이 둘이 붙었으니 볼 만한게 아닌가 싶어요.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은 자기 피부를 자기가 가져서 나의 취향은 이거고 이게 나라는 건데, 그런 게 없으니까 국회를 빌리고 국가를 빌리고. 다른 가정이나 동네나 이를테면 스위스 같은 경우는 지역을 만든 사람이 많거든요. 국가를 자기 피부로 가진 사람이 많았을 때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촌놈>은 이대로 가면 30년 안에 동북아 삼국 사이에 전쟁이 필연코 발생하므로 평화체제를 지금부터라도 구축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인데 동북아 삼국 간에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얘기는 말하자면 일종의 묵시록적 경고(비유적 표현)인가요, 아니면 과학적 전망에서 나온 저자의 확신인가요? 독자들은 묵시록적 경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30년을 길게 잡은 것은 2040~50년에는 메도우의 전망에 의하면 전세계의 자원이 어쩔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오거든요. 공급이 줄어서는 아니고, 중국을 포함한 제3세계 국가들의 자원수요가 증가해서 공급이 감당할 수 없어서에요. 전체적으로 희송성 시대가 온다는 데 50년을 물질적으로 본다는 거고, 그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황포하게 전쟁이 벌어지죠. 물 같은 것은 더 빨라서 국지전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2030년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빨리 올지 몰라서 넉넉잡아 30년을 잡은 거지 저는 10년 안에 생길 거라고 봅니다.
전쟁에 대한 정의가 우리는 국토 내에서 벌어지는 것을 전쟁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전쟁이라는 정의는 어디서든가 참전입니다. 그래서 1945년 이래로 계속 전쟁중이죠. 늘 교전중이었는데 한국도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라크 전쟁 이후로 계속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죠.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데, 중국, 일본, 한국이 늘 같은 편에서 싸우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지금 중국, 한국, 일본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붙을려면 붙어보자’는 식인 것 같아요. 이것을 제어하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 독도문제가 퍼진 것도 일본의 사회당, 공산당이 그런 사람인데. 워낙 몰리다 보니까 포퓰리즘으로 가게 됐습니다. 한국도 전쟁을 반대하자는 세력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보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세 나라에 전쟁을 말자는 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우려됩니다.
동북아 주변의 안보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평화보다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경제학자로서 한일, 한중, 남북 관계의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크게 보면 정권이 냉전이 30년 정도 지속되다가, 냉전이 없는 시대가 10년 정도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신냉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북한과 남한의 국경이 작은 것인데, 이게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커진다고 한다면 안보비용은 더 늘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통일을 할 거고 어떤식의 지역체계를 만들 것이냐와 상관없이 안보비용은 늘기 마련인데, 어떤 장치를 만드느냐에 따라서 안보비용이 더 늘거라 이거죠. 우리가 생각하기에 통일이 되면 국방비용이 준 대신 복지비용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국, 러시아이랑 우리가 싸우든 국경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거거든요. 그런데 스위스나 스웨덴, 벨기에 생각해볼 때 그 사람들이 국경에 돈을 써야 한다면 엄청 써야 되는데, 국경에 사실 별 거 없거든요. 경찰인데 주로 마약 단속을 위주로 가는데, 지금 우리나라 하는 꼴을 보면 진짜 총을 들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평화보다는 외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싼데, 한국은 말로 하기보다는 힘으로 보여주자는 거죠. 지금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4~5년 이후에 진짜 돈이 많이 들 거라는 거죠.
재작년이었던가요? 신문에서 아주 깜짝 놀랄 만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중국의 청소년정치학원 청소년정책연구소, 일본의 쇼케이대학원대와 공동으로 3∼6월 한중일의 중고교 2학년생과 대학생 등 29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참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일본(41.1%)이 중국(14.4%)이나 한국(10.2%)에 비해 훨씬 높았다는 건데
이렇게 한중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전쟁설문조사’를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사에서 굵직하게 다뤘습니다. 보도의 내용도 충격이었지만, 2006년 8월 13일~14일을 전후해 언론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독일국민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이었는데, 경제위기가 생기면서 전쟁국면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히틀러도 점잖은 사람들이고 독일인도 문화인들이어서 프랑스도 독일의 침공에 대비하지 않았죠. 독일이 침공할 줄 알았으면 프랑스도 준비를 했을 텐데, 1~2년 사이에 사태가 돌변한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평소에 얌전하다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전혀 상관 없이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오면 1~2년만에 바뀌게 되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전쟁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하고, 내가 가지 말고 용병을 시키고, 그렇게 하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뿐입니다.
러시아와 그루지아 전쟁도 한달 전만 해도 몰랐죠. 조건이 생겨서 전쟁이 들어가는 데 한달도 안 걸렸습니다. 뭔가 터지면 한달만에 갈 수 있는 건데, 한국은 보니까 일주일 만에 갈 놈들이 눈에 보인다는 거죠. 평상시에 만드는 장치라는 것을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습니다. 
▲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개마고원, 278쪽, 12,000원
대안으로서의 에라스무스 모델
선생님은 한중일 평화 인프라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대안으로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꺼내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에라스무스 교육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될 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 아무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천 명 수준에서 시작했죠. 스위스도 다른 것은 참여 안 했지만, 에라스무스 모델은 그것만은 참여했어요. 지금 유럽은 전체 평균으로 10% 대학생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대성공을 거둔 거죠. 전체 대학생의 10%가 짧게는 한두달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성공하게 된 계기가 취직이 잘 된 거예요. 기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바보처럼 한 나라에 있었던 사람보다는 여러 나라를 갔다 온 사람을 뽑은 건데 한국 같은 경우는 그것을 개인 비용으로 하잖아요. 그것을 정부가 돈을 냅니다. 비용이 클 것 같지만, 국방비, 도로 만드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갔다 와 보니까 효과가 좋았고 취직이 잘 되더라는 거죠. 용돈도 넉넉히 있어서 월 200만원씩 챙겨주면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빈민처럼 지내지 마라, 이러니까 오히려 딴 나라에 있을 때 돈이 넉넉하고 품위있게 생활하게 되는 겁니다. 최근에 정치학 하는 사람들의 평가를 보니까 에라스무스 세대라고 하더군요. 다른 나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넓게 보는 사람이 어른이 되면 진짜 평화가 올 거라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1,000만원 시대라고 표현될 만큼 엄청난 등록금인데, 이 상황에서 에라스무스 모델을 찾는다는 게 가능한지 회의적인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 일본도 사실 부자국가고 한국도 부자국가고. 물론 중국 전체가 오면 부담스럽겠죠. 1만명 정도 온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200만원~100만원 하자 하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이 같이 만드는 것이라면. 국회의원 20명 정도씩 협의해서 시범사업 하면 된다고 봅니다. 성과가 나면 점점 늘려가면 되죠. 조금 더 확장시키면 그게 외교지. 탱크 사고 비행기 살 돈 보다 그게 훨씬 쌀 거 아니에요. F18 한 대 살 돈 가지고 한다면, 비행기 한 대 값으로 학생 몇 천명을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한 대가 지켜주는 것보다는 이것이 더 많이 지켜주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것이 더 좋은 것은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도 되기 때문이죠. 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겠다는데. 성공사례가 이미 있는 거기 때문에 노하우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0대들에게 희망을 읽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는 10대에서 88만원 세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집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두 가지를 나눌 수 있는데, 평화에 대한 것 하나. 진짜 문제가 될 때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이 10대라고 생각해요. 만으로 40살인데 30년 후에 70대입니다. 그때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해도 잘 먹히지 않을 거 아니에요. 영감이 뭘 알겠어 이러겠죠. 10대들한테 몇 명에게라도 얘기하겠다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다른 하나는 10대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던 점입니다. 처음에는 안 통하더라도 자꾸 얘기하다 보니 어떻게 얘기하면 되는지 알게 될 거 아닌가 싶어요.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대학생들이 읽는 것만큼 10대도 많이 읽더라는 겁니다. 스폰지처럼 막 흡수하는 나이입니다. 20살 넘으면 도저히 어려워서 못 읽는 것도 10대때는 다 읽었습니다. 잡는데까지가 어렵지 잡으면은 노력을 할 거라는 가냘픈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대와 채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 10대는 마음을 잘 안 열더군요. 점잖게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듣는데, 뒤에 가서 ‘저 꼰대’ 이러는 것이 100%인입니다. 개인적으로 성공한 것은 담배필 때는 진짜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머지는 접대용 멘트. 그것을 대화로 넘어서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마음을 열게 하는 첫 번째 계기가 너무 쉽지 않죠. 선생님은 학생과 터놓고 대화를 했다고 하는데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절대로 얘기를 안 했다고 반론합니다. '저 사람(선생님) 아무것도 몰라요' 이런 식이죠. 그러나 책이나 편지 같은 데서는 마음을 열기도 했습니다. 대화할 수 있다는 첫 번째 벽을 여는 게 되게 어려웠스니다. 권위가 통할 것 같은데 잘 안 통하고 그래서 제가 해본 전략은 웃기거나 웃어주거나 지거나, 권위를 버려야 좀 봐줄까 해요.
88만원세대도 그렇지만 블로그 활동 등 ‘소통’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10대와 소통하는 데 대해서 어려운 점은 어떤 점이었습니까?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소통을 강조하는 선생님의 소통과 이명박의 소통이 같은 건가요?
- 소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방향이고 얘기를 하면서도 본인도 바뀌도 들으면서도 바뀌고, 단어와 대화 말고 상당히 많은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과정이거든요. 서로 이질점이 존재하는데, 공통적인 뭔가를 만드는 작업이거든요.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소통은 PR이라는 거고, UN 용어로 하면 public awareness라는 게 대중들한테 그것을 알린다는 겁니다. 듣는 것은 생략돼 있다는 것은 소통이라기보다는 여론조작 같은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제가 가까운 거리에서 볼 때는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가 아니고 내부에서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거든요. 자기들끼리 얘기가 안 된 상황에서 따로따로 얘기를 하니까. 그 이유가 제가 생각을 해 볼 때는 대운하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우파 내에서도 인재풀이 굉장히 많거든요. 좌파는 사람이 없고 우파는 사람이 많은데.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자기네 편은 대운하를 찬성하고 그리고 똑똑한 걸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똑똑하면서 대운하를 찬성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상식적으로 그렇고. 지금 경제정책이 이상해진 게. 경제학과 행정을 잘 하고 대운하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 강만수 외엔 없거든요. 그래서 강만수를 못 바꾸는 거죠. 2만불 넘어가면 지시가 잘 안 먹히거든요.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좀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미래세대를 위해 구성된 책이니만큼 미래에 중요하게 다가올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평화라는 키워드 말고 다른 키워드 중에 주목하시는 키워드라든지 실제로 집필 중인 게 있는지.
- 저는 미래세대라는 용어 자체가 생태경제학 키워드거든요. 생태가 왜 중요하냐면 부모세대가 다 쓰면 홀랑 다 쓰고 나면 어쩔 거냐. 좀 오래된 말을 하면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쓰게 해야 할 것 아니냐. 거기서부터 시작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10대한테 투자하는 그런 건데 이 사회가 과잉 투자를 하고 잘못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 사람 사는 게 똑같은 거 같은데,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많이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그러다 보면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기본 원칙이거든요. 부모들이 뭘 생각하냐면, 놀면 얘네들이 깡패가 된다고 생각을 한 거거든요. 놀면서도 깡패가 되지 않는 사례를 만들면 되거든요. 얘네들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있다면, 중학교 1~2학년 때 사회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영화를 2~300편 만들 수 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학교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 영화를 두세 편 정도 찍어보고 졸업을 할 수 있게 해주자.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되면 유화 그림을 4~50개는 그려볼 수 있게 하는 게 사회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긴 인성과 그렇게 생긴 경험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거지, 대치동 학원 프로그램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그림은 이런 겁니다. 부자들이 아니라 좀 가난하더라도 할 수 있는 장치를 사회가 좀 해주면 사실 다른 대안은 별로 필요 없거든요.
아직 못 다한 이야기
월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무척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독자들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다작을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제가 원래 스무살 때 저랑 한 약속이 '40살 되면 그냥 놀아야지'였습니다. 2~30대가 저도 괴로운 시기였었어요. 잠을 잘 못 자고 늘 과로상태, 그때가 마흔 되면 신나게 놀아야지 하는 일념으로 살았기 때문에 빨리 빨리 끝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우리나이로 작년에 40이 됐거든요. 올해가 되니까 만 마흔이 된 거죠. 그러면 내년 초에는 뭐라고 내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지 고민입니다.
요즘 제가 종합일간지 비슷한 게 있어가지고.. 제가 칼럼도 거의 다 줄였다가 요즘 프레시안만 쓰고 있다가, 칼럼 되게 많았는데 다 없앴어요. 한겨레 3주짜리 1개, 경인일보 4주짜리 2개만 가지고 있는데 눈물나는 사연이 너무 많아서 종합민원실이 됐거든요. 칼럼을 요즘 다시 매주 쓰는 걸로 바꿨거든요. 책도 약간 민원실 비슷해요. 계속 그럴 순 없고 좀 하다 말 거에요.
한국 경제대안 시리즈가 4부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4권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주세요.
- 2권이 워낙 안 팔려서 2권 전면 개정판하고 같이 가면서 9월 초순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구요. 4권이 약간 어려운데, 상당히 재밌어요. 사실 1~3권이 수학식이 많이 들어갔는데 많이 뺐거든요. 4권에는 수학식을 많이 담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론이라는 것인지 정리를 좀 했거든요. 그래서 경제학 입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한국 경제론에 대한 또다른 접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구요. 이명박이 뭐가 문제인지 볼 수도 있습니다. 13개의 강의 형태로 돼 있어요. 강의록 형태구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서 1학기 강의를 디자인을 한 거거든요. 하다 보니까요 보통 대학에서 20학점씩 주는데, 1강좌에 100만원이거든요. 강의가 100만원짜리인데 책 한 권이 1만5천원이면 꽤 싼 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설에 대한 애착으로 보면 안 돼요. 강의로 보면 좀 복잡하지만 재밌을 거에요. 3권보다는 어려울 것 같고, 좀 복잡한 그림들이 나오거든요. 부제가 적분항 모양으로 돼 있거든요.
혹시 이 책에 꼭 넣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말씀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이 책을 처음 생각한 것은 2004년이거든요. 생활경제학을 것을 하면서 한국경제학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가지고, 전쟁이 날 것에 대한 수 모델, 예측 모델을 만들려고 했어요. 한중일 경제에 대한 6,000개의 방정식(각각 2,000개)으로 데이터 집어넣으면 몇 년쯤 후에 전쟁이 난다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알고리즘은 뻔하지만 혼자 하기에는 벅차거든요. 기회가 되면 평화경제학에 대한 실증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못 집어넣은 게 좀 아쉽고요. 두 번째는 국방경제학에서 평화경제학으로 경제학 이론이 바뀐 것에 대한 설명을 좀 하고 싶었는데요. 2권때 앞에 조직론에 대한 정리를 했었거든요. 악명높은 게 돼서 되게 안 팔렸는데, 다음에 하지 하면서 뺐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평화경제학을 저 말고 공부할 사람이 당분간 없을 것 같은데. 국방경제학 끝에 있던 거랑 평화로 넘어갈 때 이론적 얘기들 하고 몇 개 프레임에 관한 얘기를 정리하고 싶고 그것을 못 넣게 된 게 아쉽고요. 남신의 전쟁에 대한 민감도와 여성의 전쟁에 대한 민감도를 넣고 싶었는데 입증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성별 평형 같은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업이 부족해서 뺀 거거든요. 세대간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좀 정리를 해본건데. 젠더에 관한 문제를 못해본 게 좀 아쉽습니다.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양'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317) | 2008/08/19 |
|---|---|
| 우석훈 "사실상 신냉전체제 시작됐다" (2) | 2008/08/18 |
| 반전파는 전쟁파를 이길 수 없을가? (10) | 2008/08/17 |
| 세계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60년 (2) | 2008/08/17 |
| 현대사가 서중석 "건국60년이 아니라 정부수립 60년" (0) | 2008/08/14 |
| 국방부 <2차> 불온서적 추천작 (1) | 2008/08/02 |
▲ 우석훈과 함께 한 저자간담회. 8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 영풍문고 지하갤러리.
우석훈 박사와 함께 저자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일반 독자 자격으로 공동진행단을 만들어서 우석훈 박사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워낙 파격적인 내용이 많아서 그 부분만 먼저 인용하고 정식 인터뷰 기사는 따로 편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석훈 박사는 한중일 대중들이 올림픽에서 보인 행동(상대편에 대한 야유나 증오심)을 전형적인 '촌놈현상'으로 해석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면 피부의 안쪽은 나고 피부의 바깥쪽은 내가 아니라는 심리현상이 있는데. 자기 피부가 정신적인 게 돼 있는 것 같다. 나라는 피부를 못 만드는 사람들이 다른 데서 피부를 빌려오는 것. 회사가 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피부를 자체적으로 못 만들어서 회사의 피부를 빌려오는 거고, 가장 또라이들이 국가라는 피부를 빌려오는 건데. 국가가 곧 나다 라고 생각하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정신지체아, 자기가 누구라는 자기정체성과 정신적인 피부를 못 만드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보면 형편 무인지경에 있는 거고,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같은 데 보면 전쟁을 덜 하고 사회가 좀 안정된 곳에서는 개인이 다 피부를 만든다. 미국도 어떻게 보면 넓은 나라라서 개인을 피부로 못 만드니 국회를 피부로 쓴다. 모자란 나라들이 싸우니까 오죽하겠냐라는 건데, 그 중에서 일본은 상당부분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서 자기 피부를 만든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 극우파 같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다. "
-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에 관해서
"소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방향이고 얘기를 하면서도 본인도 바뀌도 들으면서도 바뀌고, 단어와 대화 말고 상당히 많은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과정이다. 서로 이질점이 존재하는데, 공통적인 뭔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소통은 PR이라는 거고, UN 용어로 하면 public awareness라는 게 대중들한테 그것을 알린다는 거다. 듣는 것은 생략돼 있다는 것은 소통이라기보다는 여론조작 같은 거 아닌가 생각합니 이명박 정부는 제가 가까운 거리에서 볼 때는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가 아니고 내부에서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인 것 같다. 자기들끼리 얘기가 안 된 상황에서 따로따로 얘기를 하니까. 그 이유가 제가 생각을 해 볼 때는 대운하가 제일 큰 것 같다. 우파 내에서도 인재풀이 굉장히 많거든. 좌파는 사람이 없고 우파는 사람이 많은데.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자기네 편은 대운하를 찬성하고 그리고 똑똑한 걸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똑똑하면서 대운하를 찬성하기가 쉽지가 않다. 상식적으로 그렇고. 지금 경제정책이 이상해진 게. 경제학과 행정을 잘 하고 대운하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 강만수 외엔 없거든. 그래서 강만수를 못 바꾸는 거지. 2만불 넘어가면 지시가 잘 안 먹히거든.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좀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 전쟁억제책(?)과 주식투자
"평화경제가 달성된 순간을 생각해 보면. 주식투자 같은 거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기업의 주가가 확 떨어지고, 다른 기업에는 주가가 폭등하는데. 전쟁이 없어져서 주가가 오르는 기업이 많게 되는 것이 평화경제학이 완성된 상태거든. 전쟁이 일어나서 주가가 떨어지면 이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 평화와 욕망을 조합시켜 평화방정식을 만들어낸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
- 좌파, 진보정당 성토
"가끔 얘기를 하면 신문에서 자꾸 자르는 얘기가 프랑스 극우정당 르펭 국민전선의 민주화가 우리나라 진보정당의 민주화보다 훨씬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진보적인 데랑 프랑스, 스위스 극우정당과 비교해보면 순 깡패다. 변론하고 토론하고 다수결에 의해 만들고 잘못하면 자르고 바뀌고 그런다. 똑같은 극우파여도 국가 질이 있고, 프랑스 독일 극우파는 정당으로 간 사람들이다. 한나라당, 민노당과 비교해도 말 잘 통하고 논리적이고 그렇거든. 극우파가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조화를 만들 거냐는 절차를 만들 거냐는 문제다. 한국은 노무현 때 깡패스럽게 했거든. 이명박은 깡패에 가깝다. 정부라는 게 좌파냐 우파냐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완해 갈 거냐. 그런 게 무너진 상태에서 민족만 남으면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 올 거다. 약자들을 위한 담론 같은 것을 계속 만들면서 한 가지로만 모이는 상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좌파나 진보를 얘기했던 사람들이 10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나. 뭐 좀 만들어보고 싶은 사회에 대한 상이나 인간적으로 얘기하는 법을 찾거나, 하여간 술 쳐먹고 놀고 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데. 국민들이 ‘저 사람들 안 되겠다’고 생각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좌파들도 마초가 엄청 강하고 엘리트주의도 엄청 강하고, 사투리도 엄청나고 시대 착오도 대단할뿐더러 성격도 좀 이상하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우리편이라고 생각해서 욕을 안 해서 그렇지 찍고 싶은 마음이 안 들 때가 많다."
- 유시민에게
[질문] 영국의 장하준 교수, 프랑스의 우석훈, 독일의 유시민 씨를 보고 있는데. 유시민 씨는 왜 FTA를 지지하고 공교육민영화를 하려고 했을까
"유시민 씨에 대해서는 저랑은 경제적 철학이 좀 다른데, FTA에 대해서 대학원 박사가 국제경제학이어서 WTO나 FTA를 전공처럼 오래 보고 있었는데, FTA라는 것이 역사적 맥락 같은 것을 다 살펴봐야 하는데 너무 단건으로 보지 않았나. 독일에서 그런 거보다는 어떤 정책을 얼마나 포괄적으로 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시민기자의 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군대 '전투체육' 사라지고 주6일제로.. (3) | 2008/08/19 |
|---|---|
| adsense, ttb2 나의 첫 블로그 광고매출 (8) | 2008/08/19 |
| 우석훈 파격인터뷰 "한국의 진보정당, 유럽의 극우보다 더 깡패" (1) | 2008/08/17 |
| 광복절 경축사, '새출발, 새로운'이라는 단어만 무려 16회 (0) | 2008/08/17 |
| MB, 50년 전 이승만과 판박이 (3) | 2008/08/15 |
| 100만원은 고재열기자의 것이 아닙니다 (10) | 2008/08/15 |
리더스가이드 리뷰어 22명은 전쟁없는 평화 상태를 차분히 제안하는 점에 주목하면서 경제영토, 내부식민지라는 논리로 새로운 제국주의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목격했으며 때로는 그러한 제국주의 논리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였다는 점을 고백하였다. 하지만 전쟁 시나리오에 대한 논리적 비약 문제, 평화경제에 대한 선언적 제안, 약자의 현실을 세심하게 바라보면서도 계급적인 관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비판했다. 리뷰어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는 '▲ 촌스러운 제국주의 열망, ▲ 전쟁과 평화의 경제학, ▲ 10대들에게 희망을'로 나눌 수 있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리뷰를 분석했다.
촌스러운 제국주의 열망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무슨 뜻일까? 리뷰어 treasure는 "뭣도 모르는 놈들이 남들 다 하니까 한답시고 설치는 짓"이라고 멋드러지게 제목을 정의했다. 제국주의 하면 대체로 유럽이나 일본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형식적 지배관계가 아닐 뿐 제국주의의 잔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독자들의 반응이다. "영연방(英聯邦)이나 프랑코폰(francophone)가 대표적 예"(리뷰어 'littlechri')이다. 옛 제국주의 국가들은 옛 식민지 국가에 대핸 언어와 국가 체제까지 철저히 연구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대표적인 제국주의 학문으로 손꼽힌다. 제국주의의 기억은 계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각인된다. 우파는 '언젠가 다시 저 나라를 침략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고, 좌파는 경제 원조나 인권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옛 식민지 국가들을 대한다. 사정이 이 정도 되면 식민지 국가의 독립행렬이 그랬던 것처럼, 식민지 재건설도 하나의 유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제국주의의 발판으로 어디를 보고 있을까? 우석훈은 '북한'을 주목한다. 동북공정이 북한 일대, 즉 옛 고구려 땅을 모두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야욕이라고 선전하는가 하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이끌었던 일련의 논리들은 사실 내부식민지라는 야심을 숨겼다는 것이다. 리뷰어 '봄햇살'은 "북한의 가치에 관한 일련의 논조들에 익숙해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동조하기까지 했던 자신을 발견했다"고 썼다. 그러니까 자신도 모르게 제국주의로 가는 것에 찬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FTA를 추진하며 내세웠던 '경제영토' 역시 제국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정세에 대한 글로벌한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혹은 제3세계에 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오리지널 제국주의 국가들이 넓은 보폭을 가지고 차분히 계획들을 실행하는 데 비해 대한민국은 '단타' 위주로 짝퉁 제국주의 흉내를 내는둥 하니까 우석훈으로부터 '촌놈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듣게 된 것은 아닐까.
전쟁과 평화의 경제학
평화의 가격은 얼마인가? 투자가치는 있는가? 누가 평화에 투자할 것인가? '평화경제학'이 고민하는 과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장이 펼쳐지고 있다. 전쟁을 자꾸 하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석훈은 "자신의 영토를 전쟁터로만 만들지 않는다면 전쟁은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받아들여진다"는 요지의 글을 남겼다. 군대마저도 민영화가 되는 시대가 되지 않았던가. 이라크에서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를 맡은 '블랙워터'라는 용병들은 이라크 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해서 법정에 오르는 등 구설수를 남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경제와 평화경제의 대결 양상에서 항상 승리를 거둔 것은 전쟁경제였는데, 평화경제의 '효과'가 증명된다면 평화경제학에 대한 관심도 고조될 것 같다. 최근에는 많이 구멍이 났지만, 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긴장 완화가 되면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실제 투자도 증가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리뷰어 '노란가방'은 우석훈의 평화경제학과 관련해서 "평화라는 공공재가 산업적 여력을 갖게 되는 일이 장기적으로 전쟁에 대한 거의 유일한 안전판처럼 보인다"고 썼다.
우석훈이 고안한 개념은 '욕망'과 '평화'를 연이은 부분이다.
"평화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잘 잊지 않는다"(261쪽)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는 전쟁의 참화를 반성하며 평화를 위한 인프라를 건설했지만, 한정된 자원 문제와 각종 정치적인 문제,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불안전한 평화의 연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모니터 안에서 대부분의 전쟁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그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실상이 와닿을 리 없다.
제주도민이기도 한 리뷰어 'NO-buta'는 현재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평화경제학과 연관시켜 "군수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MD 방어선 구축이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한반도의 비핵화와는 정반대로 핵미사일을 제주에 설치하고 전초기지로 삼아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어 평화를 위한 경제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썼다. 다만 이 책은 지금이 아니라 30년 후가 전쟁과 평화의 대결이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연히 이야기의 흐름은 미래의 정책결정자인 10대에게로 향해 있다.
10대'들에게 희망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이상을 찾아가는 호랑애벌레의 성장기를 통해 꽃과 벗들, 즉 모든 사회의 희망과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제목이 갑자기 생각났다. 공교롭게도 이 책 역시 '노란색' 표지다.

리뷰어 '봄햇살'은 "무거운 제목에 비해 노란표지와 예쁘게 디자인된 일러스트가 부담감을 많이 덜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우석훈이 걱정한 30년 후에 대해서 리뷰어 '양화소록'은 재미있게 표현했다.
"2~30년 이후에 이들이 '전쟁, 전쟁, 전쟁'을 외치게 된다면 전쟁으로 가는 것이고, '평화, 평화, 평화'를 외친다면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10대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것이 바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경제대안시리즈보다 50쪽 이상 얇게 썼으며 도표를 거의 빼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읽었으면 하는 당사자인 10대들이 이 책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저자도 이미 인정하고 있듯이 "차를 장만하는 10대의 90% 이상이 중형차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무한경쟁체제에 희생되는 친구들이라든지 30년 이후에나 신경쓸 평화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뷰어 'treasure'가 썼듯이 "중요한 것은 10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광화문과 청계천, 여의도 일대에서 '비폭력' '비폭력'을 외쳤던 친구들은 진정성을 믿고 평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을 희망하는 바이다.
몇 가지 비판점들
리뷰어들은 우석훈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이었지만, 몇 가지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리뷰어 'affectus'는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벌어진 제국주의 간의 각축을 동북아시아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며 그 근거로 식민지 경쟁 등과 같이 심각한 투쟁을 야기할 정도로 적대적인 대립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리뷰어 'cpj1001' 역시 "(우석훈이 전쟁상황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제기했던) 해외자원 개척경쟁이 전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썼다.
평화를 '전쟁없는 상태'로 규정한 점도 '소극적인 평화론'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았다. 리뷰어 '자유혼'은 "성경의 샬롬은 더 적극적 평화를 이야기하는 데 평화교육을 좀더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뷰어 '노란가방'은 "저자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나라'가 과연 유물론적 세계관을 통해 건설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보였다. 이는 욕망과 평화의 결합이라는 논의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럴듯한 평화산업모델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저자 역시 책머리에 "평화라는 데에 시선을 맞추어 읽으면 일종의 평화경제학에 대한 '입문서'가 될 것"이라고 썼다.
평소에 10~20대, 여성, 비정규직 등 약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저자의 행보가 책에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리뷰어 'jade'는 "이번 책에 계급적 접근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제국주의, 국가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담론은 내부모순과 계급모순을 은폐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익'이라는 너무나 명확하게 특정 계급의 이익이 담겨 있는 개념에 대해서 계급적 관점이 나올 만도 한데" 이에 대한 접근은 비교적 소홀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평화경제학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내부모순을 해소하는 것이 주요한 방안이며, 한중일의 국가 간 대결이 아니라 각국의 약자들이 연대하고 공동전선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의가 요청된다.
이 밖에 별 알맹이도 없이 선언적으로 제기된 '경제영토'라는 개념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심각하게 분석한 것은 아닌지 하는 비판도 있었다. ('affectus')
우석훈의 이번 작품에 대해서 비판하는 리뷰어들도 그가 제기하는 '총론'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한다는 평이다. 문제는 평화경제학을 어떻게 확산시키고 설득시켜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각국의 정상에게 전쟁의 부당성과 비효율성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경제학'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반복적으로 환기하면서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말하는 평화경제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하게 책읽자! > 집단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0가지 '맛'으로 걷는 '제주올레' (10) | 2008/11/04 |
|---|---|
| 백설공주 집단평가 분석 (0) | 2008/09/26 |
| 22개의 시선으로 본 우석훈의 평화경제학 (0) | 2008/08/13 |
| 책의 속도로 천천히 걷다 (2) | 2008/07/17 |
| [ESC 집단서평] 별세계의 이야기이지만, 재밌다 (0) | 2008/06/17 |
| 리뷰어 26명의 집단평가한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0) | 2008/05/13 |
내가 우석훈을(교수, 박사 등의 직책을 생략하는 것은 그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우''석''훈'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해서다) 처음 만난 것은(책에서) 한창 한미FTA를 하네 마네 독소조항이 어떻네 하면서 FTA 담론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던 시절이다. 나도 한권 정도 보고 공부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고전같은 책이 아니라면 책을 고를 때는 쪽수가 우선하기 마련인데 <국민보고서>는 726쪽에 달해 감히 접근하기 어려웠다. 우석훈의 책은 272쪽이라 부담이 없었다.
UN이나 대기업, 공기업 등 많은 주류현장을 돌아다닌 데서 나오는 연륜과 경제학적 지식이 담겨 있는 단행본에서 얻는 바가 많았다. 워싱턴 컨세서스니 다자회담과 2자회담의 특징들이니 하는 개념적 이해는 대부분 우석훈의 책에서 얻었다.
<88만원 세대>를 읽은 것은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 때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경제대안시리즈인 줄 모르고 읽었는데 4부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우석훈 강연회가 한때 인기였고 나도 두어 번 정도 놀러 갔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다 그렇듯이 친화력보다는 카리스마가 있었고, 분위기를 타면서 말을 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말을 완성하는 스타일이었다. 가까이서 말을 할 기회, 정확하게는 술을 먹을 기회도 두 번 있었다. 블로거로 알고 지내는 지승호 씨의 인터뷰집 작업을 그때쯤 하고 있었는데 술을 한잔 함께 하고 나서 써준 친필 사인에는 "000님 술 좀 살살 드세요~"라고 돼 있었다.

우석훈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
한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도스또옙스끼 이후로 처음이 아닌가 싶다. 벌써 5권 정도 읽은 것 같다. <FTA...>,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를 포함해서 경제대안시리즈 3권. 그리고 블로그 임시연습장을 들락날락하기.
이번 작가와의 대화는 3권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88만원 세대>의 담론에서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이번 간담회에서는 의도적으로 그 이야기를 뺄까 하는데, 3권의 방향성이 미래 세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10대~20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장화식, <친절한 조선사>의 최형국, <삼성왕국의 게릴라>의 심상정, 김성환, <ESC>의 고경태,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의 정진국 씨와 간담회를 하면서 형식도 많이 바꿔었다. 일반적인 간담회 형식에서 토론 부분을 강화해서 온라인/오프라인 질문을 넣어 보았다가, 독자가 직접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번 우석훈 간담회에서는 진행자 2명이 우석훈에게 질문을 하고 청중의 질문을 받는 방식이다. 진행자가 따라붙는 방식은 한겨레 독자프리미엄 서비스인 '하니누리'에서 얻은 발상이다.
이때 질문은 독자들의 긍금함을 대변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심도깊음'이 있어야 하는데, 질문 뽑기가 장난이 아니다. 공동 진행자와 한 30개 정도의 질문을 뽑았는데, 인간적인 면모와 미래세대를 위한 이야기 부분, 에라스무스 모델에 대한 부분, 한중일 전쟁위기에 대한 부분, 4권을 포함한 경제대안시리즈와 못다한 이야기에 대한 부분으로 항목을 나누고 질문을 넣었다.
내일이 되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작가에게 질문지가 전달될 텐데, 그 때 '엥?' 하는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오마이뉴스에 출판관련 기사를 보내고 리뷰를 써오고, 작가간담회에 자주 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있지만, 직접 작가를 만나 2시간 남짓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입장에 서 보는 건 처음이다. 며칠 간 마음이 불편해서 잠도 잘 안 오고, 간담회가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생각뿐이지만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하게 책읽자! > 작가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린이가 볼 만한 역사책 어디 없어요? (2) | 2008/08/19 |
|---|---|
| 우석훈 인터뷰 녹취록(전문) (3) | 2008/08/19 |
| 우석훈을 어떻게 만날까? (0) | 2008/08/12 |
| 축제의 정치사 - 축제가 '촛불'에게 귀띔하다 (0) | 2008/08/07 |
| 8월 '촛불'의 작가들을 만나 볼까 (0) | 2008/08/04 |
| 박노자 "촛불 안에도 두 개의 사회 존재한다" (4) | 2008/07/25 |
촛불 이후에 주목되는 문화현상은 촛불에 관한 인문사회 서적의 출간이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은 기업이과 정부, 언론사 등 기존의 기득권을 긴장시킬 만한 대중들의 가공할 만한 네트워크와 집단지성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여우와두루미)는 현장성이 강하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진중하고 진실한 태도로 ‘댓글 토론’에 참여하며 만들어낸 '집단지성'의 성과물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다. 학적 엄밀성으로 촛불의 문화와 정치적 의미를 탐구해낸 책도 있다. <축제의 정치사>(한길사)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축제가 당대인들에게 어떤 공간을 제공했고 정치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분석한 책이다. 이처럼 촛불집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책이 많이 출간된 탓일까? 8월의 오프라인 책 행사도 '촛불'이라는 주제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 프랑스대혁명은 촛불문화제와 비교가 되곤 하는데, 축제와 정치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함과 대중들의 역동성, 엘리트와 대중의 알력다툼 등을 주제로 저자와의 만남이 열린다.
촛불과 인문학의 만남
촛불집회는 곧잘 '촛불문화제'라 부르며 '문화'의 성격을 부각되기도 하는데, 정치적 의미와 문화적 의미가 복합됐다는 점에서 프랑스대혁명의 축제와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대학명 당시 루이16세를 기요틴에서 처형할 때도 성난 대중들은 '형벌'이라는 진중함보다는 '축제'라는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여줬다. 왕의 처형이란 축제의 주요한 프로그램일 뿐이다.
한겨레신문사 하니누리(독자프리미엄 서비스)에서는 매달의 주요한 작가를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는 주로 문학 파트, 고명섭 기자는 인문사회 파트를 맡는데, 이번달은 고명섭 기자가 <축제의 정치사>의 저자 윤선자를 만나 프랑스대혁명과 촛불문화제, 그 축제와 정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8월 4일(월요일) 저녁 7시 30분 안국역 부근의 책카페 '싸롱 마고'에서 열린다. 한겨레신문사와 (주)쥬스컴퍼니,한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 한국경제대안시리즈 제3부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저자 우석훈 박사가 8월 14일 저녁 7시 영풍문고 갤러리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촛불문화제와 관련해서 진중권 다음으로 사랑을 받은 작가는 우석훈 박사다. 우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촛불문화제 번개를 제안하자 200명의 참여자가 따라나섰던 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우 박사는 8월 말에 <88만원세대>로 시작한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4부작을 완간한다. 올 6월에 출간한 대안시리즈 3부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은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을 부제로 달았다. 세대 간 폭력구조를 다룬 <88만원 세대>와 인재를 바보 만드는 조직의 문제점을 다룬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와 달리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제국주의 침탈의 피해자 한국이 내부모순과 팽창을 외부에서 해결하려다가 1,2차 세계대전의 전화에 휩싸인 옛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동북아 사이에서 높아진 전쟁비용을 문제삼았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20년 후에 사회적 위치를 가지게 될 현재의 10대들이라는 판단에 10대를 위한 배려를 많이 담았다. 8월 14일(목) 저녁 7시 영풍문고 갤러리에서 우석훈 박사와 저자들이 만나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의 주제는 총 4가지로 이루어졌다. "한중일의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대안으로의 에라스무스 모델", "10대들에게 희망을 읽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와 개마고원 출판사, 영풍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jpg)
축제와 정치보다 가볍고 발랄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들은 정혜윤과 박기영의 북콘서트가 볼 만하다. 정혜윤 PD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서광이다. 벌써 책에 관한 책만 두 권째다.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기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11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문학적, 사상적, 철학적 시발점을 포착해 보여준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쏟아낸 저자들이기에 비단 책의 주제에 머무르지 않지만, 크게 보면 '책'이라는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다.
가수들은 주로 재테크 관련 책이나 창업서, 혹은 인터넷 안내서를 쓰는 게 통념으로 돼 있지만 가수 박기영은 '길'에 관한 에세이를 남겼다. '길'과 '에세이'의 키워드를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내공이 필요한 법인데, 연예계 활동이라는 허무한 속도감을 뒤로 하고 '느림'과 '걷기'를 선택했다니 놀랍다.그의 책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에서 박기영은 '걷기'란 세상이 안겨준 상처를 치유하는 소중한 행위이며 느림의 미학과 행복, 음악, 삶, 사랑, 그리고 영혼의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 있어서 박기영 음악의 원천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8월 12일 저녁 7시 30분 홍대 상상마당에서 정혜윤과 박기영이 함께 북콘서트에 출연한다. 푸른숲, 북노마드, 평화방송이 주최하며 인터파크가 후원했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문학작가들의 성장통
이번달에도 문학작가들의 저자간담회가 풍성하다. 문학작품도 '성장소설'이 대세다. 촛불은 대한민국의 성장통을 상징하며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성장소설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행사는 황석영과의 만남이다. <바리데기>로 건재함을 알린 황석영 작가가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로 독자들을 찾았다. '왜 성장소설인가?'와 관련해 황석영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바리데기’를 발표한 다음, 젊고 어린 독자들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들과 뭘로 소통할까 생각하다가 성장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장편소설을 연재했고 그 결과물이 <개밥바라기별>이다. 8월 5일(화요일) 저녁 7시 홍대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6층 카페에서 "황석영 작가의 문학세계와 소설 <개밥바라기별> 이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판을 펼친다.

▲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이금이 작가가 학부모 100명을 초대해 책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40만부)와 <밤티마을 큰돌이네>(30만부)로 밀리언셀러를 바라보고 있는 이금이 작가가 학부모 100명을 초대해 "책과 친해지려면", "온가족이 함께 책읽는 방법", "어떻게 책을 쓸까"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의 대표작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세 아이들이 겪은 사춘기 시절의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다.막 사춘기에 들어선 세 친구 미르와 소희, 바우에 관한 이야기로, 이혼한 엄마를 따라 달밭 마을로 온 미르,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 소희,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사는 바우라는 불운한 성장기의 아이들을 등장시켜 아픈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법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과 관계하며 함께 느끼는 법을 우의적으로 표현했다. 이금이 작가와의 만남은 8월12일 오전 10시 30분 "나무그늘 카페 강남역점"에서 열리며 인터파크와 푸른책들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인터파크 사이트에서 신청사연과 질문을 댓글로 달면 초대장을 받을 수 있다.
이와는 맛이 다른 문학이야기도 있다. 재일일본인의 이야기다. <낫짱이 간다>를 쓴 김송이 작가가 <작은책 특집강좌> 8월의 강사로 초대됐다. 주제는 "재일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낫짱 이야기>의 낫짱은 일본 아이들한테 시달리면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맞서 싸우며 살아가는 조선 아이이다. 재일 조선인 2세 김송이 씨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은 동화로, 조국의 무관심과 일본 사람들의 차별 속에서도 조선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온 재일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주된 테마다. 독도 문제 등 한일외교쟁점이 부각될 때마다 가슴조리며 살아야 하는 재일 일본인들의 삶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8월 21일 저녁 7시 서교동 무턱없는 밥상 2층 <작은책 강당>(태복빌딩)에서 열린다.
'독하게 책읽자! > 작가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석훈을 어떻게 만날까? (0) | 2008/08/12 |
|---|---|
| 축제의 정치사 - 축제가 '촛불'에게 귀띔하다 (0) | 2008/08/07 |
| 8월 '촛불'의 작가들을 만나 볼까 (0) | 2008/08/04 |
| 박노자 "촛불 안에도 두 개의 사회 존재한다" (4) | 2008/07/25 |
| 12월 세운상가 종묘공원 파괴계획 외국인이 먼저 알려줘 (0) | 2008/07/20 |
| 한겨레 esc 작가와의 만남(고경태) (0) | 2008/07/01 |
촌놈들의 제국주의 - 
우석훈 지음/개마고원
우석훈, 드디어 나와바리에 도달하다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은 우리 시대에 '현장의 문제'에 가장 민감한 촉수를 들이대는 지식인이다.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학 시절 동아리방에서 유명한 구라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마 그는 이 시절 후배들을 괴롭히며 내공을 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는 헛소리를 좋아합니다. 헛소리란 게 참 놀라운 거거든요. 백마디 헛소리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진리에 도달하게 되지요." - <죄와벌>의 라주미힌
얼마 전 개마고원 출판사의 영업자가 한탄을 늘어놓았다. 우석훈의 한국경제대안시리즈 제1권인 <88만원세대>(레디앙)의 압도적인 영향력 때문에 중요하기로는 그보다 밀리지 않는 제2권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와 제3권인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가 부각을 못 받고 있어서다. 인터넷 서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다른 출판사 책(88만원세대) 이야기만 하니 죽을 맛이었을 거다. 나는 다른 의미로 울상이다. 88만원세대의 프레임이 비단 출판사의 이해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우석훈의 진면목을 붙잡는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석훈의 진짜 전공은 통상협상과 기후협약 등 국제적인 문제이다. 그는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를 쓰면 논쟁의 한가운데에 들어갔다. "한미 FTA가 강행된다면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봉급생활자와 그 4인 가족들은 이민을 심각해 검토해 봐야 한다"는 유명한 말은 이 책의 결론이다. 그리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를 번역하며 세계 기아의 실상과 구조를 쉽고 명쾌하게 소개했다. 대안시리즈 1,2단계는 국내문제에 제한된다.
3권에서 처음으로 그는 '국제적 문제'를 이야기했다. 대외의존도가 80% 넘는 우리 사회에서 국내 문제란 곧 국제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석훈은 처음부터 국제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희망인 10대'만'을 위하여
우석훈의 4부작(4부는 현재 집필중)이 대체로 현재인을 무시하고 쓴 경향이 있지만,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현재적 가치는 거의 제로(0)에 가깝다. 그것은 철저히 의도된 방향설정에서 기인한다. 쉽게 말해 우석훈의 이 책은 30년 후에 보내는 편지이다. 우석훈은 386 세대에 위치해 있지만 386을 가장 미워하는 386 중의 하나이다. 동시에 386 친구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작가일 것이다. 이런 반감이 아니더라도 386 이상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보아야 하겠다. 우석훈이 기다리는 30년 후의 지도자들이 나타나기 전에 이들이 말아먹는다면 사정이 또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갈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서문에서도 작가는 이 책을 10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구성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석훈 강연회에 좇아가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항상 '통계'나 '도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듣게 된다. 도표를 불가피하게 넣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지만, 도표를 넣는 것과 책의 판매가 정확하게 반비례하기 때문에 도표 처리가 가장 힘들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도표를 최소화했다. 분량도 최소다. 300쪽을 거뜬히 넘는 이전의 시리즈(대체로 330쪽 내외)보다 50쪽 이상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취지를 따라서 나도 리뷰를 좀 쉽게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불만이 있다면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설명이 썩 개운하게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소 간단하고 쉬운 예를 덧붙여 본다. 고우영 화백의 '십팔사략'이라는 만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이란 사마천의 '사기'를 필두로 중국 각 시대의 정사로 꼽히는 18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인데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이든지 굴종이든지 피억압자는 억압자를 닮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라는 책에는 이러한 과정이 세심하게 소개돼 있다.
체험의 특정한 단계에서 피억압자는 억압자와 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 생활방식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소외 상태에 있는 피억압자는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억압자를 닮고자 하며 모방하고 추종하고자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중산층 피억압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상류층의 저명한 인물들과 동등해지기를 갈망한다. <페다고지, p79>
우석훈이 말하는 '빌어먹을 386'과 기득권, 보수세력들은 약자인 십대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따라오게끔 유혹하며, 착취하고 패고 억압하는 구조 자체를 이식시키려 한다. 그것이 '교육 파시즘'의 기본 방향이다.
평화와 욕망의 밀월관계를 꿈꾸며
이 책의 부제는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이다. '평화'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다름아닌 우리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점과 함께 '평화'라는 의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석훈은 사람들이 평화에 투자하지 않고 그 대신 전쟁에 투자하게 되는 과정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자기 울타리에서만 아니라면 전쟁은 큰 돈을 벌게 해주므로 환영할 만하다는 것이다. 결국 남의 울타리가 자기의 울타리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단견이기는 하지만, 군산복합체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문제와 군대가 민영화되고 있는 문제(블랙워터라는 용병그룹은 이라크에서 무고한 인명을 파리처럼 살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일로 법정에 오르는 일도 많았다)를 특히 우려했다.
평화에 투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고 본질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물이나 공기, 가족과 같은 가장 고맙고 소중한 존재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다. 성폭력이나 폭력사건 피해자 10명 중의 1명이 친족에게 당하며 80% 가까이가 동료나 친구 등 아는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최근의 보도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참다 못한 맹자가 이렇게 한탄했다.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이를 찾을 줄 알지만, 마음이 달아났는데도 찾을 줄 모른다."(맹자, 고자상)
이런 예도 들었다. 사람이 손가락 하나가 구부러지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사방 천지, 외국까지 안 가는 곳 없이 찾아다니지만, 마음이 구부러지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중을 알지 못하고 본질을 알지 못하는 세태라고 비판했다. 맹자는 고담준론에 기대며 이런 비판을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인간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석훈은 결론에서 '파토스'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는데, 이는 '욕망'을 뜻한다. 대학 시절 이성과 감정의 우위에 대해서 친구와 늦도록 토론했던 기억이 나는데, 결론은 감정의 절대적 우위였다. 물론 처한 상황에 따라서 하는 역할이 다르지만,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대개 감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지 같은 상황이 어떻게 연출되었나. 왜곡된 이성과 무식한 욕망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곡된 이성은 무식한 욕망에 논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호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이성'이라는 초라한 무기로 대항했다는 점에서 비극이 있다. 그에 비해 우석훈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맞불'을 놓으려고 한다. 지금은 흘러간 개그 코너인 '사모님'에서 사모님은 민망한 자세로 서 있는 김기사를 보며 '난 이 각도가 너무 좋드라~~'라고 희롱하는데, 우석훈의 욕망이라는 결론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 글을 밤새도록 쓰고 있다. 전쟁에 대한 욕망 못지 않게 평화에 대한 욕망도 강렬하다는 것쯤은 우석훈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으면 알 수 있다.
"평화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잘 잊지 않는다"(261쪽)
☆『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지음ㅣ개마고원 (2008년 6월)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스트리스 - 태양에 가까이 다가간 연인들 (2) | 2008/07/31 |
|---|---|
| 유럽의 책마을과 오페라를 한번에 본다 (0) | 2008/07/17 |
| 우석훈이 10대에 올인하게 된 사정 (0) | 2008/07/16 |
| 지우개를 훔치던 시절 (0) | 2008/07/12 |
| 지우개를 훔치던 시절 (0) | 2008/07/12 |
| 현실에서도 ESC 단추를 누를 순 없을까? (0) | 2008/06/16 |
![]() |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 ||
신혼여행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옆에 앉은 친구가 공부하러 왔느냐고 타박을 하였지만 요 재미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요리하는 경제학자의 마지막 글귀를 미루고 싶지 않아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 대신 책을 청했다.
내가 FTA를 만나는 경로는 대충 이렇다. 우선 지하철에서 매일같이 보는 전광판의 표어로 만난다. FTA는 우리의 선택이며, 정부는 반드시 성공적인 협상을 하겠노라는 다짐과 자신감이 간결하게 표시돼 있는 것을 보고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신문 스크랩에는 따로 'FTA'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1차에서 4차까지의 표면적인 이야기들을 챙긴다. 해봐야 웬디 커틀러 대표가 내 고향 제주의 중문 초등학교를 방문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좀더 깊이 있게는 격월로 찾아오는 녹색평론에서 요즘 중심 의제로 다루고 있다. 멀리 나프타의 이야기나 다양한 구성원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전개되는 논리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FTA를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듣다 보면 아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의 장밋빛 선전은 물론이거니와 FTA 반대자들의 의견 또한 한쪽의 의견을 옹호하거나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FTA를 하면 세상이 반쪽이라도 날 것 같은 주장, 설령 정말 반쪽이 난다고 하더라도 위기감을 증폭시켜 폭력 투쟁 같은 과열 양상만 유도하기보다는 최악과 차악, 최선과 차선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가이드를 만들어주는 것을 무척이나 기대한다. 협상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항상 남겨두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다각적인 대비가 필요한데, 지금은 덮어놓고 안 된다는 논리만 펼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반대자들의 반듯한 논리가 납득할 수 있다고 하여도 협상의 과정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내용처럼,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반대 논리 그 자체는 너무나 외롭고 순진한 형세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논리와 함께 '지침'이 포함되어야 한다.
FTA가 한창 떠들썩할 때 공명심에서 'FTA국민보고서'라는 책을 구입했는데, 두꺼운 양에 기겁해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던 차에 반가운 책을 만났다.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이하 '폭주')'는 단순 명쾌한 사고로 무장한 경제학자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담박한 필체로 현실을 그대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량이 적절하다. 적절한 분량에서는 긴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로부터 외국의 사례, 정부 의사결정 구조, 철학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간결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FTA에 관한 필자의 의견보다는 사실 전달과 파생 효과에 대한 예견에 신경을 쓰고 있어 읽는이를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게다가 각 직업군에 대한 행동 방침을 챙겨준 세심함에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은 헌법과 다양한 협의 방식, 의사결정 구조 등에 관한 상식을 설명하며, 현재 진행되는 FTA가 이러한 상식에 많이 벗어나 있음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일단 시작하겠다고 다짐한 시점부터 그 다짐의 동인이 생긴 배경, 다짐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 그 뒷 이야기들의 각 단계들을 분석하며 '황당한 관찰기'를 계속 쓰고 있다.
마치 노름빚 100만원을 빌린 사람과 정식 협상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노름빚을 갚아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노름빚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둘만 아는 관계이다. 이면계약이라 할 수도 있겠다. 뭔가 캥기는 게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너무나 동등하지 못한 협상이다.
열린우리당을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당이라고들 한다. 열린우리당의 이러한 정신이 담겨 있는 참여정부의 FTA는 역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협상이 되지 않을까 필자는 슬슬 걱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정치' 빼고는 까막눈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FTA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관료들이다. 관료들은 오랜 동안 정부의 녹을 받으며 닦아온 노하우를 통해 정부를 조종하고 있다. 이것을 옛날 당나라나 한나라의 '환관정치'로 비유하면 딱 맞다. 황제 옆에서 오랜 동안 지켜보며 정치의 생리를 파악한 환관들이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내용이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가장 위험한 지점은 바로 '몰이해'이다. FTA를 진행하는 정부에서 협상국은 물론 우리의 실정에 대해서까지 매우 막연한 이해나 몰이해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은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기꾼들이 사기를 칠 때는 달콤할 정도로 좋은 말만 한다. 따라서 수익률이 기준을 심하게 넘어설 때는 일단 '사기'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국가에게 좋은 말, 희망, 가능성만을 들은 나로서는 나의 조국을 '사기꾼'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윌 듀런트라는 미국의 철학자는 현대의 철학이 단순히 '솔직'하기만 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체념했다. '진정성'이 매우 귀한 시대이다. 나는 누구보다 정부에게 FTA를 체결하면 나는 얼마를 손해보고 얼마를 더 지불해야 하는지 듣고 싶다. 그것이 정부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내가 얼마를 받고 어떤 기회를 얻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을 뿐더러 미덥지도 않다. 이 책이 제안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균형'을 부여잡을 수 있다면 나는 정부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균형'이란 쌍자협상의 일방적 관계보다 다자협상의 상호 견제적 관계를 선호하는 것이며, 쌍자 협상 내에서도 인적 교류나 무역 구제 등을 통해 양국이 일방적 폐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두는 것이다. 정부가 총력을 펼치는 이번 협상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책임'이 없고 의지가 없고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의 제목 글자인 '폭주'라는 말은 은유적으로 사용되었다.
비행기에서 책읽기를 마치고 졸고 있는 신부를 쳐다봤다. 내가 그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행위 중 대단히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그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나의 존재 이유가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매우 중요한 전제가 들어가 있다. '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나의 존재는 그와 나의 건강한 관계 안에서만 발현되는 것이므로 나는 나의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여야 한다.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불확실한 미래형 수사는 내 신부의 현재의 행복을 위해 이쯤해서 책을 덮고 볼에 살짝 키스를 해주는 것에 비할 수 없다.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자유주의 교육의 실체 (0) | 2008/05/31 |
|---|---|
| [알림] 6월에 읽고 싶은 책에 투표해 주세요~ (0) | 2008/05/27 |
|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내 신부, 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기 (0) | 2008/05/27 |
| 엔트로피 카지노, 당신의 지갑을 확인하라 (0) | 2008/05/23 |
| 과학혁명의 구조 -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가 (0) | 2008/05/22 |
| [죽음의 밥상]소뿐만 아니라 닭, 돼지, 어류, 양식도 심각한 문제다 (1) | 2008/05/19 |


[80%와 88만원]<1부>그들은 왜 비관주의자, 한탕주의자가 되었나
- 홍세화, 우석훈 공개강연회 취재스케치
대한민국의 80%는 서로 닫혀 있고 개별적으로 살아가는 단자와 같다
"단자(單子)는 외부와 교섭하는 창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서로 작용하는 법이 없고 그 일체의 변화는 전혀 자발적, 독립적으로 자기 안에서 생긴다."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 1646.7.1 ~ 1716.11.14)가 자신의 저서 《단자론(單子論) Monadologia》(1720)에서 밝힌 특징의 앞 부분이다. 이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서로 닫혀 있고 일체의 교류를 할 수 없다. 그냥 자신의 삶만을 살아갈 뿐이다. 여기서는 불필요하지만 뒷부분은 꽤 낙관적이다. 이들은 서로 만날 수는 없지만 모두 어떤 정도나 특징에 따라서 연결되어 있으며 신이 만들어낸 예정조화에 따라서 우주 전체가 무한한 다양성과 조화의 질서에 따라서 다스려지고 있다. 아마 라이프니츠가 2007년의 대한민국의 현장을 목도한다면 단자론의 뒷부분을 당장 폐기했을 것이다.
필자가 갑자기 '단자'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홍세화 씨와 우석훈 씨의 공개강연을 들으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단자처럼 개별적인 인생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마치 닫힌 단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10~20대들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개별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홍세화 씨와 우석훈 씨를 더욱 아프게 하는 부분이다.
홍세화 씨는 강연 내내 얼굴표정이 굳어 있었고 내용 역시 비관적이었다. 스스로도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몇 번이고 언급했다. 그래서 홍세화 씨를 비관론자로 그렸다. 우석훈 씨는 상대적으로 젊고 명랑해서 그런지 '한탕주의'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한탕'에서는 우리가 피해야 할 한탕과 우리가 잡아야 할 한탕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탕이 곧 온다.
뜨거운 방청객과 싸늘한 강연의 부조화
12월 1일 오후 2시 서교동 작은책 사무실이 있는 태복빌딩 2층 강당에서 홍세화 씨와 우석훈 씨의 공개강좌가 열렸다. 강연의 주제는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유신세대, 386세대, 88만원 세대가 이야기하는 우리시대 진보의 교양"이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진보를 표방하는 두 출판사 철수와영화, 레디앙 미디어가 주최를 맡았고, 월간 작은책이 협찬했다. 6~70석 상당의 강연장 좌석은 들어찼으며 고교생에서부터 88만원세대 당사자, 교사, 비정규직 파업노동자, 철학전공 대학원생, 2명의 아이를 둔 학부모,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계층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 자리였다.
본 강연에서부터 뒤풀에까지의 진행은 월간 작은책의 안건모 발행인과 출판사 철수와영희의 박정훈 대표가 맡았고, 레디앙 출판사 이광호 대표가 본 강연의 진행을 맡았다.
<6~70석 규모의 강당에는 고등학생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88만원 세대와 진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방청객들의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강사들은 싸늘했다. 홍세화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강연 시간 내내 별로 웃지도 않았다. 우석훈 씨 역시 다르지 않았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시종 답답한 심사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우석훈 씨는 같은 세대인 386세대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두 강연자들이 이런 분위기일 수밖에 없는 사실은 그들이 최근 출간한 책 안에 담겨 있다. 홍세화 씨는 안건모, 박중성, 이임하, 정태인, 하종강 씨와 공동으로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철수와영희)를 출판했고, 우석훈 씨는 『88만원 세대』(레디앙미디어)를 출간했다.
홍세화 씨는 왜 비관주의자가 되었나
홍세화 씨의 강연에서는 좌절과 절망의 깊이를 읽을 수 있었다. 세상에 펼쳐진 장면이 온통 전쟁이고 난장판이지만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더욱 답답한 심연을 만난다.
최근 출간된 저서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의 표제는 홍세화 씨의 강연에서 나왔다. 그는 20이 80을 지배하는 '역사적인 방식'이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 방법은 80을 분열시킨다. 이주노동자/내국인노동자, 여성/남성, 숙련노동자/비숙련노동자, 정규직/비정규직,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열시키면 결코 단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합지졸이 된 80을 지배하기란 어렵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은 80 스스로가 자기의 처지를 배반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80에 속하면서 20을 편들도록 의식화한다. 이는 학교교육이나 언론장악 등 현재 일반화된 체제의 틀로 가능하다.
단적인 사례로 홈에버, 뉴코아에서 파업투쟁을 벌였던 비정육직 계산원들의 취재 사례를 소개했다. 차마 지면에는 실을 수 없었다는 사연이다. 2002년 대선에 어느 당에 투표를 했는지 물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을 지지했다고 하였고, 나머지는 열린우리당이었다. 민노당을 투표한 사람은 단 1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홍세화 씨는 우리나라에서 80에 속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배반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는 이를 '몸과 의식'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즉,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몸에서 신호를 보내 위험을 경고하지만 의식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 처지를 배반하더라도 의식을 끊임없이 고집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맹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기르던 개나 닭이 우리에서 도망치면 이를 잡으려고 하지만, 자기 마음이 도망을 치면 절대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人有?犬放, 則知求之; 有放心, 而不知求)고 했다.
홍세화 씨는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 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은 세뇌된 의식을 내면화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식을 바꾸려는 설득에 대해 모순된 자기의식을 고집하며 이를 합리화시키는 것이 설득을 더 어렵게 한다. 이 지점에서 홍세화 씨는 80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단결하고 저항하기 위한 '의식화'보다, 이제까지 20에게 세뇌당했던 자기배반적 의식을 깨부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탈의식'이다. 의식보다 탈의식을 이루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부분이다.
<홍세화 씨는 강연 내내 상기돼 있어서 웃는 표정을 찍기가 어려웠다. 그는 80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기배반의 의식을 가지게 된 까닭은 학교교육이나 대중매체를 지배세력이 장악하여 세뇌를 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간이 본래 자기 고집을 합리화시키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세화 씨가 '탈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다>
계층간의 횡적 연대와 세대 간의 종적 연대가 어려운 까닭
세대와 계층을 넘나들며 자연스러운 연대 의식의 환경 속에서 이민 생활을 했던 홍세화 씨의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특징이다. 그는 연대 의식의 실종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훼손하고 20대 80의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고착화시킨다고 역설한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에서 그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일상화된 '사회환원의식'을 소개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선망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자신들의 성취 안에는 사회가 기여한 몫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페인은 무상 의료를 제공하면서도 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돈을 받으면서도 불친절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국의 엘리트층은 경쟁에 서 이겼다는 특권 의식과 이기기 위해 들인 엄청난 비용을 회수하려는 '본전 생각' 외에 '환원의식'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은 통계를 통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조세ㆍ이전소득의 분포'라는 보고서에서는 2003∼2005년 가계수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03∼2005년중 전국가구의 사적이전소득이 연평균 20.5% 늘어나 같은 기간 연평균 5.8% 증가에 그친 총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사적이전이란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의 소득이나 복지를 가족 내의 또 다른 구성원이 가진 자원에 의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합뉴스 2006년 10월 3일자 "생활비 지원 등 사적이전소득 181만원" 기사참조) 한마디로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가족 구성원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사회적 보장장치가 느슨해질 수록 사회환원의식은 약해지고, 가족구성원이 비용은 물론 과실까지 독식하는 현상이 가중되는 구조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대학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홍세화 씨에 의하면 프랑스는 의과대학의 2학년 진학률이 10%이고, 국립대학생이 1,2학년을 2년 안에 마치는 비율이 25~30%, 3년 동안 2년 과정을 마치지 못하여 강제퇴학을 당하는 비율은 60%라고 한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대학에 들어가서 몇 년 안에 수료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능을 얼마나 잘 봐서 좋은 대학에 입학했느냐로 모든 것이 결정나는 사회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일년에 딱 두번, 대학 입시 때 한 번, 취직하려고 한 번 공부하는 것 이외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으니까 무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세화 씨의 설명을 듣다 보면 한숨을 깊어지고,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강의 말미쯤에는 방청객들의 얼굴이 홍세화 씨처럼 상기됐다.
<홍세화 씨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방청객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홍세화 씨는 강연 내내 상기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우석훈 씨는 왜 한탕주의자가 되었나
우석훈 씨가 최근작 『88만원 세대』에서 사용한 '짱돌과 바리케이트'가 항간의 유행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수사적 표현이지 결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은 그것을 결론으로 포장했다. 우석훈을 진지하게 소개한 최초의 언론사는 단연 <시사IN>이다. <시사IN> 3호는 "분노하는 88만원 세대, 유신세대와 386은 착취를 멈춰라"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무려 7꼭지 13면을 털어넣었다. 거기에는 우석훈 씨의 자서도 있었다. 우석훈 씨는 그 칼럼에서 언론사가 자사의 편집방향에 맞게 편취했지만 지엽적인 부분을 환기한 데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20대를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석훈 씨는 강연에서 문제만 제시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답은 당사자들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것이지 자신이 제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써놓았던 10개 가까운 답안지들을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짱돌과 바리케이트'역시 상징적인 구호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 이것이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다. 전반부에 배틀로얄에서 떨어져나간 95%가 모두 죽어 떨어지는 데 누가 짱돌과 바리케이트를 들 수 있을까?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다방면으로 제시하며 인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석훈 스타일의 '수사'는 이전의 작품인 『FTA, 폭주를 멈춰라』에서도 나타난다. 그 책에서 우석훈 씨는 "가계 소득이 한 해 6천만원을 넘지 못하는 80%의 국민들은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필자가 더 관심을 두었던 것은 '수사'가 아니라 수사 안에 담겨져 있는 '한탕주의'였다. 우석훈 씨는 고3 예비수험생들에게 '수능파업'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른바 '집단해법'이라는 것인데, 작금의 상황은 매우 구조적인 모순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해법만 고집하는 것은 자멸의 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참에 집단해법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학습이 되리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우석훈 씨가 제안하는 '집단해법'이라는 것은 상황과 계기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간과정이 빠진 논증이다. 때문에 한 방청객은 짱돌을 드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우석훈 씨는 한탕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대로 가면 '내전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20대끼리도 서로 증오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단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한탕' 즉 '혁명'이 아니라, 더욱 무질서한 상황, 즉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과정된 억측일 수도 있지만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나타나고 이에 열광하는 '전체주의 상황'을 맞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요컨대 우석훈 식 한탕주의는 집단해법이나 바리케이트 같은 빅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닥치게 될 '한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렇다.
"한탕이 온다. 이에 대비하라"
<우석훈 씨는 강연을 하면서 여러 번 머리를 긁적였다. 이는 '쑥스러움'보다는 자신이 분석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게 아닌데, 이렇게 가면 안되는데'하는 안타까움으로 해석됐다>
뜨거운 토론과 더욱 뜨거운 뒤풀이
1시간으로 예정된 강연이 끝나고 1시간 반 동안 방청객의 질의응답을 받았는데, 예정 시간에서 한참 더 늘어났다. 방청객들은 절실했고 관심은 뜨거웠다. 삼산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88만원 세대인 언니와 함께 이 책을 읽었는데, 언니는 자신이 88만원 세대라는 것에 대해서 도무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철없는 언니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하고 제법 어른스런 질문을 던지자 강연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는 아이들이 사교육 때문에 12시 반에 들어오고 교육문제가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쉽게'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고교 교사는 우석훈 씨의 '짱돌과 바리케이트'에 대해서 과정이 생략돼 있다며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한지 따져물었다. (방청객과의 자세한 문답내용은 딸림기사를 참조할 것)
<자신이 88만원이라는 사실을 도무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철없는 언니'에게 뭐라고 말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찬 고등학생의 물음에 강연장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 열기는 뒤풀이로 이어졌다. 3~40명 정도가 강연이 끝나고도 돌아가지 않고 '뒤풀이장'으로 향했다. 진행자의 제안으로 한 사람씩 일어나서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데 대해서 소개를 했다. 홍세화 씨, 우석훈 씨가 자리를 함께 했으며,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 88만원 세대, 고등학생, 고등학교 교사, 비정규직 단식투쟁을 하다가 당일 퇴원한 청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우리 사회의 80에 해당하는 생활인들이 모두 모였다. 강연과 뒤풀이에서 깨닫고 느낀 이야기를 펼쳐 놓으며 즐겁게 떠들었는데, 한 학교 선생님이 전하는 자신의 학교 학생의 말을 전해들을 때는 모두 숙연해졌다.
“우리들은 한 번도 민주주의 아래 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뒤풀이에서 남긴 사람들의 말
대학 4학년 졸업반 최연 씨
군산에서 올라온 졸업 앞둔 대학 4학년생이다. 나의 인성, 자아를 의심하는 어떤 분으로부터 일독을 권유받았다. ‘이 책 읽고 정신차려라’는 충고와 함께. 해서 보게 됐고, 작은 책을 정기구독 하게 되었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코스콤 비정규직 조합원 정인협 씨
단식투쟁 하다가 병원에서 10일간 치료와 복식을 하고 오늘 퇴원했다.
어떻게 하다가 인연이 돼서 좋은 말씀 듣게 돼서 반갑고 힘을 얻고 가게 됐다.
노조를 하게 된 계기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되었다.
나도 역시 노동투쟁할 때는 비정규직임을 부정하려 했지만, 본인이 비정규직임, 또는 잠재적 비정규직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아쉽다.
<포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정인협 씨는 파업투쟁을 할 때 비로소 노동운동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사회를 보는 눈을 뜨게 되었다고 말했다. 홍세화 씨와 대화를 하고 있는 정인협 씨>
홍세화 씨
잘 안 보이는데, 그래도 곳곳에 희망의 거처가 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고 간다.
상식적이고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감기 들지 마시라.
우석훈 씨
겉똑똑이와 속똑똑이가 있다.
혼자서 자기가 똑똑하다 하는데,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팀플로 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플레이 하듯 현실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천 삼산고 주원진 학생
학교 생활 하면서 만나지 못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다.
불분명한 것들이 정리돼서 즐거웠다.
이것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삼산고 국어교사
삼산고 독서모임 교사이다.
교사, 학생 공동토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나왔다.
어떤 학생이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들은 한 번도 민주주의 아래 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슬펐다.
<강연회가 끝나고 못내 아쉬운 사람들이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홍세화 씨는 곳곳에 희망의 거처가 있음을 확인하고 간다고 마무리 소견을 밝혔고, 우석훈 씨는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팀플레이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못내 말끝을 흐렸다>
'시민기자의 창 >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과학혁명의 구조 -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가 (0) | 2008/05/22 |
|---|---|
| [죽음의 밥상]소뿐만 아니라 닭, 돼지, 어류, 양식도 심각한 문제다 (1) | 2008/05/19 |
| 홍세화, 우석훈, 그들은 왜 비관주의자, 한탕주의자가 되었나 (0) | 2008/05/14 |
| [동백꽃 지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제주 사삼(4ㆍ3) 이야기 (0) | 2008/05/12 |
| 할당량세대 한 아웃사이더의 독백 (0) | 2008/05/09 |
| 88만원 세대의 진용은 강건한가 (0) | 2008/05/09 |


[80%와 88만원]<3부>우석훈, 짱돌과 바리케이트의 조건
- 우석훈 강연 요지
88만원 세대의 착취구조를 하나의 '현상'으로 파악한다면 홍세화 씨는 이 현상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의 '원인'에 방점을 두었다. 반면 우석훈 씨는 '이 지경'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88만원 세대'는 한마디로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다룬 책이라면, 『왜 80이 20에 지배당하는가?』는 계층간 불균형 문제를 다룬다. 때문에 두 책은 함께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두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강연의 취지에 공감한다.
우석훈 씨는 짱돌과 바리케이트라는 결과에 주목하기보다는, 그것이 필요한 조건에 대해서 주의할 것을 요청하였다. 던질 때 던지더라도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을 떠나 '내전상황'이나 '폭동'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향해 우리는 달려가고 있으며, 이것을 해결하는 당사자는 20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의 요지는 12월 1일 서교동 태복빌딩에서 있었던 강연(예스24 등 주최)과 지난 11월 16일 문지문화원에서 있었던 강연(알라딘 등 주최)의 메모를 합쳐서 기록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다음은 강연 요지
<우석훈 씨(오른쪽)는 세대 간 불평등과 착취구조가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기 때문에 폭동이나 내전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0대를 대안시리즈의 '첫 타겟'으로 잡기까지
학위받고 12년차, 올해 지나면 13년차가 된다. 40이 되면 은퇴하겠다고 20세 때 친구들에게 공약했는데,
내년이 40이다. 이를 정리하려 10권 정도의 책을 구상하고 있는데,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4권으로 구성된 한국 경제의 대안시리즈, 이른바 ‘기승전결’ 시리즈이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1~3권까지는 모두 ‘죽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처참한 책인데, 내 식대로 표현하면 ‘좀비 영화’ 식이다. 좀비 영화 보면 모두 죽지 않는가. 드라큐라 영화는 드라큐라를 죽이지만, 좀비 영화는 다 죽는다. 공포는 헤피엔딩이 없다.
1권은 20대의 90~95%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디선가 죽는 이야기를 담았다.
2권은 1권에서 살아남은 5%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역시 여기서 죽게 된다.
3권은 1,2권의 인물들을 죽게 만든 게임의 고안자이자 권력자인 40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들 역시 이 지점에서 죽을 것이다.
20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20대를 많이 만났고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20대가 싫었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분석하면서 애정이 생겼고,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국회의원, PD를 대상으로 20대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다른 거 이야기하자”고 넘어가려 하더라.
좌파 쪽 사람들은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20대에 대해서)
386이 만든 세계를 20대가 다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우파 역시 20대에 대해서 한결같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20대는 좌파에게서든 우파에게서든 다 싫어하는 존재가 됐다.
20대한테 물어봐다. 다 싫다고 하더라. 20대는 특이하게 서로가 서로의 증오대상이기도 하다. 경쟁구도를 이렇게 만들어 왔는데, 당연한 귀결 아닌가.
10대한테 물어보니까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 20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집단은 ‘장사꾼’ 소위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제일기획은 20대를 ‘껌값’으로 판단한다.
삼성은 20대는 생각이 없는데, 애들이 결국 소비자가 될 테니까 삼성을 좋아하게 만든다.
CF 촬영하는 여배우를 보면 이런 흐름을 알 수 있는데, 주로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이다. 가수 역시 3~40대 아니면 10대이다. 20대는 상당히 특수한 조건이 된 것이다.
솔직히 이 책 처음 시작할 때는 20대가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10대들이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하다”가 원제였고, 10대가 주제였다.
이 주제에 맞추다 보면 나머지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10대, 20대 정리하다 보니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20대를 잡았다.
<우석훈 씨는 자신과 같은 세대인 386 세대에 대한 증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이 애를 낳고 기득권이 되면서 배신을 했다는 것이다. 개개인으로 보면 그렇지 않지만, 집단으로 볼 때 386은 위선적인 집단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누군가 '삥당'을 친 것이 틀림없다
88만원 세대는 경제적 모델이 담겨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아버지(T1)와 아들(T2)이 살고 있다고 했을 때, 자산의 흐름을 나타내 보면 20+80(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20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증여를 받은 것이고, 80에 대해서는 스스로 개척한 것이다. 이것이 2대의 모델이라면 3대의 모델로 세분화 해보자. 아버지(T1)와 나(T2)와 나의 아들(T3)는 20+60+20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아버지에게 20을 증여받아서 80을 개척한 것 중에서 아들에게 20을 증여해 주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20의 단위로 세분화해 보면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결국 세상의 흐름을 자산의 흐름으로 유추하는 것이 경제학의 관점이다.
이것을 자연환경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어쨌든 ‘현재’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지분이 각각 포함된 개념이다. 그런데 과거로부터 20을 받았는데 미래에게 20을 주지 않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20이라는 일정한 자산이 분배되는 형태를 기본 분배라고 한다면 뒤로 갈수록 30, 40, 50 하는 식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발전적인 분배의 형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까 기본적으로 분배해야 할 20 중 어느 정도, 또는 상당 부분이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누군가 ‘삥땅’을 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20대의 노동강도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누가 보든가 ‘착취’라고 해야 옳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안정적 교환’을 이야기하면서 만족스럽게 주고 받은 상태를 ‘just'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는 ’unjust'라고 할 수 있다. (우석훈은 <시사IN> 3호 커버스토리에 기고한 글에서 새뮤얼슨의 '세대 간 중첩 모델'과 균형성장론자인 솔론의 '세대 간 형평성', 그리고 존 내시의 '내시 균형' 의 틀을 적용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원래 인간은 20을 받으면 40을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놈이 40을 받아쳐먹고 10밖에 안 준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이 불균형이다. 세대 간 불균형이 바로 이것이다.
누가 삥땅을 쳤나. 나는 386 이전 세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386이 밉다. 미운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다시피 한다. 자기들은 과외도 안하고, 그 사람들 스스로가 사회에 들어가면 좋아질 것이라고 떠벌이고 다녔다.
하지만 애를 낳고 나더니 달라지더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의식을 갖고 있다. 하나하나는 그렇지 않지만 집단적으로 보면 분명히 위선이다.
뺏기면 뺏겼다고 얘기해야 안 뺏아간다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lock-in' 갇혀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황우석 사태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데, 당시 MBC PD수첩에 황우석 편 방영을 반대한 비율이 98%였고, 찬성한 비율이 2%였다.
이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라는 장치가 가동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QWERTY"라는 말이 있다.
QWERTY 자판(쿼티 자판)은 영어 타자기나 컴퓨터 자판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자판 배열이다. 자판의 왼쪽 상단의 여섯 글자를 따서 이름 붙여졌다. 이전의 자판은 주로 알파벳 순서로 배열되었는데 자판을 타자기로 칠때 인접한 키를 연달아 치게 되면 자주 엉키는 문제가 발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QWERTY 자판이다. 때문에 속도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느리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의 워드프로세서 체제에서는 필요가 없지만 관습의 저항으로 고치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는 과연 어떻게 ‘창조적 파괴’(앙팡 테리블 : enfant terrible)를 맞을 거냐 하는 것이다.
20대의 권리장전 한 열 몇 개는 만들어 보았지만, 여러분한테서 나와야 할 거라고 생각해 과감히 생략했다. 그 이상 이야기하면 답을 주는 것이므로 지웠다. 성형수술/우울증/사회부적응 친구들 나중에 다 뺐다. 구도만 들어도 충분히 슬프기 때문이다. 슬픈걸 다 빼고 났더니 다 무섭다고 하더라.
19세기 영국 이야기.인간이 살면서 그 나라 부자들이 20세에 결혼하지 않은 게 영국이 처음이다.
인도에 가서 돈을 벌어오든지 공을 세웠는데, 지금의 20대는 공을 세울 기회가 없다. 영국 당시 35세 결혼이 유행이었는데, 영국 사회에 벌어졌던 일하고 지금이 비슷하다. 영국은 그 이후 큰 전쟁 2번에 대영제국의 명예가 무너졌다. 19세기 영국 시, 소설을 많이 읽기를 권하고 싶다. 19세기 중후반, 20세기 후반까지 포스트모던이 유행하여 전세계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배고픈 것과 배고프지 않은 것의 원형이 바로 19세기 영국에 있었다.
뺏기면 뺏겼다고 얘기해야 안 뺏아간다. 지금 20대가 뭐가 필요한가. 다른 나라로 20대가 힘든 게 거의 없다. 자본주의 이런 사례 없고, 1~2년 안에 이런 게 풀려야 한다고 본다.
외부의 적이 있다면 서로 친해지겠지만, 지금 20대는 한명씩 끌려가서 죽는 구조이다. 카프카의 ‘성’이 바로 그런 구조다. 대학 축제도 마케팅으로 넘어갔다. 20대 세대주로 독립이 안 돼 있다. 독립세대에 대한 지원을 유럽에서 다 돼 있다. 요구를 해야 하는 거다. 지금까지 그런 요구가 한 번도 없었다. 안 요구하면 원래 없어지는 거다. 헌법적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데, 지금 상황이 사실 헌법에 안 맞는 거다.
<우석훈 씨(왼쪽)는 88만원 세대가 자신들이 빼앗긴 권익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요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인 한 독자와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한방 찍다>
다음은 방청객과의 문답
허정윤 학생(인천 삼산고등학교)= 1. 언니와 함께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보았는데, 본인이 자신이 88만원 세대라는 것을 인지 못해서 답답하다. 이런 언니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겠나?
2. lock-in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을 낸다면
- 1. 88만원 세대의 이름을 짓는 데 여러 과정이 걸렸다.
먼저 승자 독식의 시대를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충고했다. “그거 당사자들이 들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바꿨다. 베틀로얄이라는 말은 희랍시대 왕 앞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서 이긴 놈, 즉 살아남은 놈만 영광을 보았다. 하지만 당사자들 대부분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막장세대, 끝장세대라는 말도 있었다. 즉 10대는 막장세대, 20대는 끝장세대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정성적인 규정이었다. 자기가 평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식을 과학적 인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선민의식은 허위일 수밖에 없는데, 이거 깨기가 힘들다. 그보다 더 인간적인 문제일 수 있다. 분명히 평균 맞는데, 자신은 평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치기 어렵다.
2. 게임을 풀어나갈 때 개입해법(individual play)과 집단해법(team play)이 있다.
예컨대 노벨상을 타고 싶다고 하자. 이것은 개인 해법이기도 하고 집단해법이기도 하다. 노벨상은 기여도에 따라 주는 것이다. 취직은 개인적 해법으로 되는 것이지만, 구조를 바꾸는 사람일 때는 팀플레이로 풀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저쪽에서 팀플하면 우리도 길드를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비정규직의 문제의 경우 학교에서 동의서를 발행하거나 구청 지원금을 통해서 시급을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종의 공포감에 있다. 이제까지는 팀이 하나도 없었다. 50대는 곗돈 문화. 30~40대는 노동조합문화가 있는데, 20대 이후부터는 아무런 조직이 없다.
어차피 몰리고 몰렸다는 것을 알면 단결을 하게 된다.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난 극장 모델’이라고 부를 만한데, 사람들은 열 사람을 따라가며 군중을 만드는 데 그것이 출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앞 사람이 출구를 모른다면 나는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95%에게는 해답이 없고, 나머지 5% 역시 해답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구조를 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20대 내에서 욕구가 생겨서 힘이 커지는 것이 좋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해법으로 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참에 집단해법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규선 선생님 질문(인천 삼산고 국어교사)= 현실이해 명쾌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짱돌 들고 바리케이트를 쳐라! 는 명쾌하지만 그렇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경제학으로 설명이 되나. 막막한 벌판에 선 느낌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어떻게 만나고 20대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성찰이 빠를까? 짱돌이 빠를까? 짱돌드는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란스럽다.
- 수능을 이기는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원에서는 100% 이기지 못한다. 문집 만드는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학생은 무조건 100점을 받게 돼 있다. 책 잘 읽고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점수를 잘 받도록 설계됐고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수능 문제를 다 외워버릴 거라고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논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논출책 10여권을 다 외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논술 채점 교수 이야기 들어보니까 학원에서 나온 교재를 보더라. 학원 표 비슷한 거 찾는 것이 채점의 중요한 과정이다. 학원에서는 이것을 깨려고 책을 자꾸 바꾼다. 이렇게 채점자와 학원에서 자꾸 전쟁을 하는데, 참 한심한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원 가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공교육 내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
전쟁이 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 부처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부처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과부, 어린이, 노약자 돌보고 어른들이 대화를 많이 해라”
이 상태로 간다면 1,2년 내에 폭동이 난다. 폭동이 나려면 나는데, 폭동은 히틀러처럼 갈 확률이 높다.
혁명은 그렇지 않지만. 어떻게 하면 폭동으로 가지 않고 합리적으로 갈 수 있을까
책 보고 인문학 성찰이 답이지만 20대 비례대표 국회 건의, 주거권, 노동권 등 100만명 권리청원선언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짱돌이든 무엇이든 던져야 하지만, 어떤 것을 던지는 것이 효과가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고3 수능 총파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고3이야 다음 해에 들어가면 되니까. 외국에는 상식적으로 없는데, 우리에게만 이상하게 있는 것들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키는 10대가 쥐고 있다. 문제는 위에서 시킬 수 없고, 똑똑한 10대가 많이 탄생하는 해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하겠지만.
88만원 세대의 질문=88만원 세대 중에서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거나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우리가 집단적으로 저항을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 공유된 경험이라는 것이 있다. 가투에 나가면 열 사람의 바깥쪽에 있고 내가 안쪽에 있는 상황이 행복하다. 속도 역시 맞춰서 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 잡힐 수 있다. 돌을 안 던진 친구가 돌을 던진 친구에게 10만원씩 준다. 싸우지 않은 친구들이 싸우는 친구들에게 물적/심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잡혀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스크럼은 안 잡혀가려고 하는 것이다. 공유된 경험이 틀을 만든다. 처음부터 탈법을 할 필요는 없다. 모일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 바둑둘 때 집이 있어야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마는 있는 데 모두 죽은 대마이다. 많은 집, 조그만 집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대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잘 안 될 거다. 기타를 칠 때도 처음에는 어렵다. 하지만 기타와 자꾸 대화를 하다 보면 나중에는 클라이막스까지 가게 된다.
'독하게 책읽자! > 작가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연수] 나는 너무 착한 작가다 (0) | 2008/05/14 |
|---|---|
| [홍세화] 탈의식을 위하여 (2) | 2008/05/14 |
| [우석훈] 짱돌과 바리케이트의 조건 (0) | 2008/05/14 |
| [박원순] 실패한 진보세력, 박원순에게 해법 구하라 (1) | 2008/05/14 |
| [서경식, 김상봉 교수] '희망'이라는 말 대신 내뱉은 사자후 (0) | 2008/05/13 |
| [싱상정, 김성환]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세상 밖이 감옥보다 더 큰 감옥 같다" (1) | 2008/05/13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Prev
Rss Feed